
SK 플루투스 캐피탈 투자손실 지난해 기준 약 3,466억원
두산 하이엑시엄 수년간 '적자 늪'…풋옵션 잠재적 리스크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던 수소산업이 위축되면서 대기업들의 관련 투자 손실이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주도할 만큼 수소산업 육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아직 수익보다는 천문학적인 투자 손실을 내고 있다. 박정원 회장이 이끄는 두산그룹도 수년간 지속된 적자에도 자금조달을 유치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소산업이 미래성장성은 있으나 과도한 투자 유치는 자칫 대규모 비용이 감당해야 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SK, 두산 등 재계 순위 20위권내 기업들이 수소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아직 마땅한 수익 실현은 내지 못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자회사 플루투스 캐피탈에 대한 투자손실만 약 3,466억6,200만원(평가손실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투자 손실은 북미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의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SK는 지난 2021년 플러그파워 투자금(약 15억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와 함께 공동 출자에 나섰다.
SK 미국 자회사 플루투스 캐피털은 해외 계열사인 그로브 에너지 캐피털을 통해 7억5,000만달러(8,000억원)를 출자했고 나머지 7억5,000만달러는 SK E&S가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플러그파워의 주가는 이달 5일 기준 3.22달러로 2021년 1월 초(50달러대) 대비 90% 이상 하락했다.
플러그파워 인수는 수소 에너지에 관심 있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20년 초 SK이노베이션, SK E&S 등 에너지 계열사 인력 20여명으로 ‘수소사업 추진단’을 구성한 바 있다.
두산그룹도 상황은 좋지 않다. 두산그룹은 수소사업을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2022년 초 신년사에서 “생산에서 유통, 활용에 이르기까지 수소 산업 전반에 걸쳐 우리가 보유한 독보적 제품과 기술에 자신감을 갖고 수소 산업을 선도해 나가자”고 언급할 만큼 수소산업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낸 바 있다.
두산의 미국 수소 연료전지 자회사 HyAxiom(하이엑시엄)은 그룹의 해외 사업영역 확대 거점으로 꼽힌다.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의 장남인 박상우씨가 하이엑시엄 파트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다만 하이엑시엄은 아직 수익을 내기는 커녕 수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이엑시엄은 지난 3년간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업은 ▲2022년 말 1,155억원 순손실 ▲2023년 말 997억원 순손실 ▲올해 1분기도 152억원의 분기순손실을 냈다. 이와 관련 두산그룹 관계자는 “수소시장 업황이 영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맺은 풋옵션 계약은 잠재적 리스크다. 두산그룹은 자회사 하이엑시엄의 자금조달을 위해 지난해 7월 투자자로부터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1억5,000만달러(1,963억원)를 조달했다. 하이엑시엄은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풋옵션 계약도 맺었다. 자금조달에 참여한 투자자(FI)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KDB인베스트먼트-하나증권, KB자산운용이다. 투자자는 하이엑시엄이 특정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전환우선주를 발행금액에 일정수준 투자수익률로 더해 지주사 두산에게 지분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하이엑시엄에 대한 지주사 두산의 차입금 보증도 부담 요소다. 두산은 지난해 해외 자회사 하이엑시엄의 장기차입금 조달 목적으로 특수목적법인(에스와이글로벌제일차)로부터 약 3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만약 국내 신용평가기과 3곳 중 1곳이라도 회사채 신용등급 BBB- 이하로 하락하면 5영업일 내 대출금 전부를 조기상환해야 한다. 지주사 두산은 해당 SPC가 부담하는 대출금 채무에 지급보증도 맡고 있다. 다만 최근 두산의 신용도는 주가 상승으로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현재 그룹 지주사 두산의 신용등급은 BBB0(긍정적)다. .
한편 그동안 수소산업은 석유·석탄을 대체할 미래 에너지산업으로 주목받아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 분석에 따르면 수소 수요는 2030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증가해 2050년에는 1년 중 78일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수소로 충당되고 총량은 6억톤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비용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린수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비싸고 전해조 설비를 갖추는 데도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2023년 1~12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연료전지차의 총 판매량은 1만4,451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2% 감소해 역성장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