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전 세계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화두다. 환경 친화적인 소비의식이 확산되고 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도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한 요소다. 코로나19 역시 기업의 ESG 경영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로 수많은 기업이 피해를 입었고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ESG가 중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주요 기업은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SR타임스는 ESG 경영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주요 기업의 경영 행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SRT(에스알 타임스) 이정우 기자]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ESG 경영에 적극적이다. 이는 ESG 경영을 강조해 온 최 회장의 주문과 맥락이 닿아 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친환경 전기차 인프라 및 기술 선점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SK는 한국의 초급속 충전기 제조사인 시그넷이브이(EV)를 인수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오는 8월12일 계열 편입을 완료한다. 지난 4월 인수를 발표한 지 4개월만이다.

SK 관계자는 지난 16일 “서류검토 등에 시간이 더 걸리다 보니 (당초 7월15일에서) 지분 취득 절차 마무리가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SK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인 폴스타와 전기차 분야 협력을 나섰다. SK는 폴스타와 지난 6월 배터리, 반도체와 같은 관련 시스템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양사는 MOU를 기반으로 배터리 공급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완성차 제조 뺀 전기차 핵심소재 주요 사업 영위

SK는 첨단소재, 그린(Green), 바이오(Bio), 디지털(Digital) 등 4대 핵심 사업을 추진하며 동박,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전기차 시장의 핵심 소재와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왔다. SK는 시그넷EV 인수와 폴스타 투자를 통해 전기차 소재 사업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과 글로벌 완성차 기업 투자까지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하게 됐다.

2016년에 설립된 시그넷EV는 350kW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해 2018년 세계 최초로 미국 인증을 획득했다. SK는 시그넷EV 지분 53.4%를, 2,100억원 가량의 신주를 포함해 2,930억원에 인수한다.

SK는 시그넷EV 인수를 통해 고품질의 충전기 제조 역량을 확보한 뒤 그룹 내 역량을 통한 선제적 연구·개발(R&D) 투자, 제품 경쟁력 강화 및 해외 확장을 추진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그룹이 보유한 반도체 및 정보통신 역량을 시그넷EV의 충전기 제조기술에 접목시켜 앞으로 도래할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 선도적으로 대비할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은 다양한 보급형 모델 출시 등 본격적인 성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오랜 충전 시간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 시그넷EV는 350kW의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제조할 수 있는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로, 초급속 충전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50%의 이상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SK는 시그넷EV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급속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해 전기차 충전사업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한편, 친환경 전기차의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글로벌 시장은 2021년 약 33억달러(3조7,000억원) 규모에서 2030년 220억 달러(25조원)로 연평균 24%의 고성장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고객들의 빠른 충전에 대한 수요가 큰 만큼 전기차 충전 시장은 초급속 충전 사업 중심으로 발전해 갈 것으로 예측된다.

시그넷EV는 지난해 6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초급속 충전기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해외사업이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시그넷EV의 초급속 충전기 사업 해외 매출은 2018년 280억원에서 지난해 51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SK는 그룹 내 역량을 활용해 시그넷EV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기차 소비자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켜 나갈 예정이다.

◆SK,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 핵심기업 도약 행보

SK는 지난 4월 중국 지리자동차그룹과 조성한 '뉴모빌리티 펀드'를 통해 폴스타에 약 6000만달러(약 670억원)를 투자하며 협력을 약속했다.

폴스타는 이번 투자자 모집을 통해 글로벌 주요 투자자로부터 총 5억5,000만달러를 유치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친환경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도 올해 하반기 진출을 검토 중이다.

폴스타는 안전의 대명사로 꼽히는 볼보가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하이퍼포먼스 전기차 제조사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테슬라 동급모델보다 더 높은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하이브리드 전기차 ‘폴스타 1’을 시작으로 지난해 순수 전기차 ‘폴스타 2’를 유럽과 중국 등에 출시했으며,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아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폴스타 2는 코로나19에도 지난해 목표치를 웃도는 2만여대를 판매했다. 앞으로 라인업 확대와 함께 연간 10만대 이상 공급을 위해 중국 공장 증설에 나선다.

폴스타가 출시 첫해부터 호평을 받으며 전기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이유는 무엇보다 우수한 안전성과 품질이 꼽힌다. 폴스타는 차량 충돌 시 배터리 팩이 자동으로 분리되는 유일한 전기차로, 볼보의 엄격한 안전 기준과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또, 볼보의 전용 모듈 플랫폼(CMA)에서 생산돼 프리미엄 SUV인 ‘XC’ 시리즈 수준의 높은 품질과 고급스러운 디자인도 호평 받고 있다.

폴스타는 ‘전기차 기술 플랫폼’으로서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전기차 기술 패키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에 기술 라이선스 판매 사업 모델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폴스타와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자사는 글로벌 1위 동박 제조사 왓슨과 차세대 전력 반도체 제조사 예스파워테크닉스를 포함한 친환경 미래차 시장 핵심 소재∙기술부터 그랩, 투로 등 혁신 모빌리티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왔다”며 “시그넷EV 인수와 폴스타 투자 등을 통해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E&S, 수상 태양광 개발사업 본격화

SK그룹 계열사인 SK E&S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새만금 수상 태양광 개발사업을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

SK E&S는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새만금개발청과 ‘재생에너지 및 새만금 투자유치를 위한 사업협약’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SK E&S 추형욱 대표이사 사장, 새만금개발청 양충모 청장 및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양사는 이 자리에서 ▲200MW 규모의 대규모 수상 태양광 사업 개발 ▲창업클러스터 및 데이터센터 구축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RE100 및 그린수소 기반의 새만금 그린산단 추진을 위해 전방위적인 협력을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앞서 SK E&S는 지난해 9월 새만금개발청이 주도한 ‘산업투자형 발전사업’ 공모를 통해 ‘수상태양광 200MW 발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이때 SK E&S는 약 2조1,000억원을 투자 유치해 창업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새만금을 국내 대표적인 탄소중립 혁신도시로 육성한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SK E&S는 이날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새만금 프로젝트 추진에 더욱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우선 올해 안에 창업클러스터 착공을 위한 설계와 인허가 절차에 착수하고 복합형 도서관 기반의 창업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조성해 새만금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매김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하이퍼스케일(Hyperscale:대용량) 데이터 센터’를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지역 성장도 함께 이끌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수상 태양광 사업은 내년 3월 착공 예정이다.

SK E&S는 수상 태양광을 포함한 새만금 프로젝트가 SK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나간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SK E&S는 SK그룹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주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현재 국내에서 2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발 및 운영 중인 민간 최대 재생에너지 사업자이다.

실제 SK E&S는 지난해 말 RE100 가입을 선언한 SK하이닉스, SK텔레콤을 포함한 8개 SK 멤버사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연내 RE100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장기공급계약(PPA)을 체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탄소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서 RE100 리더십을 선점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특히 SK E&S가 수소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연초부터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다양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새만금청이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 생산 단지 조성이 본격화될 경우 더욱 큰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SG 경영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ESG를 토대로 다양한 전략이 구사되고 있다"며 "사업 재편 등을 가속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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