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럴. ⓒ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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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엘 L. 잭슨·크리스 록 출연...‘쏘우’ 오리지널 제작진 참여한 스릴러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제임스 완 감독과 리 워넬 감독이 공동작업한 2003년 단편영화에서 시작된 ‘쏘우’ 시리즈는 21세기 대표 공포 스릴러 영화다.

70~80년대 유행한 슬래셔 무비 ‘텍사스 전기톱 학살’ 시리즈의 레더페이스, ‘할로윈’ 시리즈의 마이클 마이어스, ‘13일의 금요일’시리즈의 제이슨,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그리고 90년대 ‘양들의 침묵’으로 대표되는 한니발 렉터 시리즈의 한니발 이후 관객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공포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4년 120만달러(약 13억5,600만원)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장편 영화 ‘쏘우’는 전 세계에서 1억300만달러(약 1,163억9,000만원)를 벌어들이며 기념비적 흥행수익을 기록한다.

공포영화 팬들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새롭게 등장한 독특한 살인마 캐릭터 ‘존 크레이머’를 향해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스파이럴. ⓒ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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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시리즈는 그 인기에 힘입어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역설적인 죽음의 게임과 무시무시하면서도 아주 독창적인 트랩, 수위 높은 신체 훼손 고어 장면, 상징적 테마 음악 ‘Hello Zepp’ 등의 공통적 특징을 담아 2017년 작 ‘직쏘’까지 총 8편의 시리즈가 제작된다.

영화 ‘스파이럴’(원제: Spiral: From the Book of Saw, 수입/배급: 올스타엔터테인먼트)은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제작된 ‘쏘우’ 시리즈의 9편에 해당하는 스핀오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쏘우’ 시리즈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1995년 작 ‘세븐’의 누아르 감각을 갖춘 버디 형사물 스타일을 도입했다. 연출은 ‘쏘우’ 시리즈 2편, 3편, 4편의 대런 린 보우즈만이 맡았으며 1편의 제임스 완 감독은 제작자로 참여했다. 각본은 8편 ‘직쏘’에 이어 조쉬 스톨버그와 피트 골드핑거가 맡았다. 이쯤 되면 정통의 맥을 잇는 오리지널 제작진이 대부분 모인 셈이다.

▲스파이럴. ⓒ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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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기존 작품과 다르게 티켓 파워가 있는 사무엘 L. 잭슨과 크리스 록이라는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을 캐스팅해 외관을 탄탄히 했다.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형사인 지크 뱅크스(크리스 록)는 단독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골칫덩어리다. 더구나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의 비리를 고발한 전력 때문에 따돌림까지 당하고 있다.

뱅크스의 상관인 앤지 가르자 경감(마리솔 니콜스)은 막무가내인 그에게 제발 팀워크를 중요시해달라며 화를 내면서 어르고 달래 보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다. 때마침 경찰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풋내기 형사 윌리엄 셴크(맥스 밍겔라)가 서에 배정되면서 뱅크스와 짝이 된다.

▲스파이럴. ⓒ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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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스는 파트너 셴크와 함께 일하는 것을 영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도 셴크는 자신이 경찰이 된 건 은퇴한 뱅크스의 아버지 마커스(사무엘 L. 잭슨)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그와 가까워지려 노력해본다. 하지만 마커스와 뱅크스는 서로 으르렁거리는 부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그런 말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사건 현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셴크는 뱅크스에게 아내와 아들의 모습이 담긴 가족사진을 보여준다. 하지만 매사에 부정적인 뱅크스는 덕담 대신 형사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고달픈지 이혼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스파이럴. ⓒ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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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시시콜콜한 대화는 역한 냄새가 가득한 지하철 터널 안으로 들어서면서 잦아든다. 피해자의 시신은 신원을 바로 알아내기 힘든 참혹한 상태로 철로에 널브러져 있었다. 

지하철 사고 현장을 뒤로하고 경찰서로 돌아오자마자 뱅크스에게는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소포가 도착한다. 그 안에는 연쇄 살인마 직쏘를 모방한 살인 게임을 예고하는 동영상이 담긴 USB가 들어있었다.

뱅크스와 셴크는 곧바로 동영상 속 소용돌이 문양이 낙서 된 법원 건물로 출동한다. 그리고 범인이 보란 듯이 현장에 남겨둔 상자 안에서 경찰 배지와 희생자 시신 일부를 확인한다. 정체불명의 범인은 경찰을 죽음의 게임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스파이럴. ⓒ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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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쏘 모방범의 첫 희생자 보스윅은 뱅크스와 가장 친한 형사였다. 뱅크스를 고깝게 여기는 이들이 득시글한 경찰 조직 안에서 그나마 동료애를 유지하고 있던 친구의 죽음은 가뜩이나 다혈질인 그의 감정을 뒤흔들어 놓는다.

뱅크스는 반드시 범인을 검거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지만 사건 수사 지휘권을 놓고 동료들과 대립각을 세운다. 경찰은 내부 갈등으로 삐걱거리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범인은 치밀하게 다음 목표를 정하고 차근차근 살인 게임을 실행에 옮긴다. 그리고 새로운 희생자를 예고하는 상자가 경찰서에 도착한다.

▲스파이럴. ⓒ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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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쇄적인 살인사건의 소용돌이 중심에 자신이 놓여있다는 것을 느낀 뱅크스. 그는 범인이 사적 동기를 품고 있음을 직감한다. 뱅크스는 자신 때문에 경찰복을 벗게 된 옛 파트너를 찾아가 보지만, 그가 범인이라는 확증을 갖지 못해 뒤돌아선다.

그리고 얼마 후 또다시 경찰서로 배달된 상자를 열어본 뱅크스는 큰 충격에 빠진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아버지 마커스까지 실종되자 뱅크스는 미치광이 연쇄 살인마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힘겨운 추격전을 시작한다.

▲스파이럴. ⓒ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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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을 지배하는 섬찟한 긴장감과 공포

영화 ‘스파이럴’의 매력을 찾기 위해서는 크리스 록과 사무엘 L. 잭슨 같은 유명배우의 연기, 플롯과 반전을 엮어가는 얼개, 영화 ‘세븐’의 다리우스 콘지 스타일을 따르는 촬영기법, 1편부터 함께한 찰리 클라우저의 감각적인 음악 등 다양한 요소를 하나씩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장 직관적으로 관객의 시각과 청각을 단 한 번에 사로잡는 요소는 바로 새로운 트랩이 보여주는 압도적 비주얼과 공포감이다.

▲스파이럴. ⓒ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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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부터 등장하는 지하철 터널 안 트랩의 기괴한 위압감과 피비린내 나는 고어 장면들은 ‘쏘우’ 시리즈가 구축해온 전통적인 공포 스릴러의 면모를 그대로 계승한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상자의 등장과 더불어 위증, 총기 남용, 살인, 부도덕 등의 죄를 묻고 설교와 죽음을 반복하는 것은 ‘세븐’에서 일곱 가지 원죄를 논하던 연쇄 살인범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리고 단죄를 가장한 피할 수 없는 섬찟한 죽음의 게임은 이를 지켜보는 관객이 눈을 질끈 감아야 할 만큼 자극적이다. 이러한 트랩 등장 장면에서는 시종일관 압도적 긴장감과 공포에 지배당할 수 밖에 없다.

후속편 제작 여지를 남기며 끝을 맺는 영화 ‘스파이럴’은 앞서 제작된 8편의 ‘쏘우’ 전 시리즈를 보지 않더라도 문제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인 작품이다. 

잘 짜인 스토리보다는 원초적인 인간의 공포감에 방점을 찍어둔 작품임에 따라 호러 요소에 내성을 갖춘 영화 팬이라면 고민없이 한 번쯤 관람해 볼 만한 스릴러 영화다. 청소년관람 불가.

▲스파이럴. ⓒ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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