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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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락부자 소문에 자금이탈 가속화”

- 지난달 5대 은행 예·적금 650조2,420억원

- 지난해 말보다 23조4,886억원 이탈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에서 23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저금리 장기화로 예·적금 금리는 바닥을 기는데 가상화폐·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은행 자금 이탈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수요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관망하는 투자심리가 더해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이 보유한 정기예금·적금 등 저축성 예금 잔액은 총 650조2,42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3조4,886억원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이들 은행의 예·적금 이탈 현상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올해 1월 6조원이 빠져나가며 시장을 놀라게 한 데 이어 3월 3조5,051억원이 추가로 빠져나갔고 5월 들어선 6일까지 12조2,814억원이나 급감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4월 말 기준 6조4,334억원이나 예·적금에서 자금이 이탈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해당 금액도 각각 5조6,189억원, 5조1,789억원 감소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의 예·적금 역시 각각 3조2,197억원, 3조357억원 빠져나갔다.

이런 현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저금리에 따른 금리 불만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준금리가 제로수준에 도달하면서 예·적금에 기댈 수 있는 수익률 역시 연 1% 안팎이다. 1억원을 예치해도 한 해 동안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고작 100만원 남짓이기에 증시와 가상화폐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는 증시의 경우 올해 1분기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33조3,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22.8% 급증했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도 이달 3일 기준 77조9,01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최근 진행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계속되는 공모주 청약 열기도 이런 흐름을 부채질 하고 있다. 지난달 28~29일 이뤄진 SKIET 일반인 공모주 청약에는 80조9,017억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모였다.

가상화폐 시장도 주목해야 할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14일 국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8,199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는데,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해 보호의무가 없다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20·30세대의 가상화폐 투자 열기는 식을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IGAworks)에 따르면 안드로이드와 아이오에스(iOS)를 통틀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주요 4대 가상화폐 거래소 앱의 사용 시간은 지난 4월 말 총 1억2,132만9,409시간에 달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경우 정부와 공공기관도 관련 펀드에 500억원 가량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는 양상”이라며 “지난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중소벤처기업부 343억원, KDB산업은행 117억7,000만원, 국민연금공단 34억6,600만원, 우정사업본부 4억9,000만원, 기업은행이 1억8,900만원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은행 입장에선 ‘예대율(예금대비 대출 비중)’ 관리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예금보다 대출이 많을 경우 추가 대출을 내줄 수 없어 수익성 관리나 이런 부분에서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분기 말 5대 은행들의 예대율은 평균 97.2%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 상승했는데, 내부적으로 선제적인 관리방안 마련에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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