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장기화, 지급보증 ‘관리모드’

- 지급보증 대지급금 485억원…전년 보다 32.2%↓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4대 시중은행들이 고객의 빚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대신 책임지겠다고 보증한 금액이 지난해 1조5,0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실물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채무 지급보증에 대한 ‘관리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통상 은행들은 리스크 부담이 있더라도 수수료 이익을 늘릴 수 있단 장점에서 지급보증을 확대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지급보증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담해야 하는 채무의 지급을 금융사가 보증하는 대신 금융사는 수수료를 지급받는 계약을 말한다. 지급보증의 종류로는 확정지급보증과 미확정지급보증이 있다. 이는 주채무가 확정되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분류된다.

5일 각 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은행(KB국민·하나·우리·신한은행)이 보유한 확정·미확정 지급보증 잔액은 38조8,373억원이다. 전년 말(40조3,003억원)과 비교해 3.6%(1조4,630억원) 줄어든 규모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지난해 12조5,410억원으로 전년 말(13조7,198억원) 대비 1조1,788억원 줄었다. 국민은행은 9조3,408억원에서 지난해 말 8조8,162억원으로 5,246억원 축소됐다. 우리은행의 보증 잔액도 3조9,814억원에서 3조4,856억원으로 4,958억원 줄었다. 반면 신한은행만 13조2,583억원에서 13조9,945억원으로 7,362억원 증가했다.

계약이나 채무불이행으로 대신 갚은 지급보증 대지급금 규모는 은행별로 다소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은행의 전체 대지급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85억원으로, 전년 동기(715억원) 대비 32.2%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지난 2019년 말 353억원에서 지난해 말 102억원으로 71.2%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202억원에서 141억원으로 30.5% 줄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80억원으로 전년 33억원 보다 142%나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126억원에서 162억원으로 28.4%로 늘었다.

금융권에선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대출상환 및 이자상환 유예로 빚 상환 여력이 어려워질 것이란 판단에 은행들이 지급보증을 축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급보증을 둘러싼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은행이 얻게 되는 이익은 수수료 수입인데, 보증인을 대신해 돈을 갚게 된 이후 담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손실은 고스란히 은행 부담으로 남게 된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조사’ 결과를 보면 모든 산업을 반영한 업황 실적 BSI는 75로 전월(78)보다 3포인트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올해 들어 2월 BSI는 76으로, 1월보다 1포인트 내렸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업황 BSI는 지난해 8∼9월 코로나19 2차 유행 이후 10월(74), 11월(78) 두 달 연속 반등했지만 3차 유행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이유로 일부 은행의 경우 지급보증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지급보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제조업 비중을 지난해 48.1%로 전년 54.7% 보다 대폭 줄였다. 서비스업은 13.9%에서 11.4%로, 건설업도 5.27%에서 4.63%로 각각 축소했다. 하나은행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비중을 57.0%에서 54.9%로 줄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급보증에도 충당금을 적립했기에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은 없을 수 있지만 후행지표인 실물경기회복 관련 지표들에서 긍정적 신호가 더디게 나타나는 만큼 향후에도 지급보증을 쉽사리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 금융권에서 실시하고 있는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올해 9월 말까지 추가 연장되면서 숨어 있는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은행들의 지급보증은 더 축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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