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뉴스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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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대출 연체 ‘2,000억원’ 육박

- 지난해만 986억원↑

- “대기업 여신 속도도절 모드”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4대 은행이 대기업들에게 내준 대출에서 제 때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금액이 지난해에만 986억원 불어나며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려가 컸던 중소기업과 가계대출에서는 오히려 연체가 줄고 있는 반면, 안정성이 높다고 믿었던 대기업 대출에서 건전성 우려가 불거지는 형국이다. 은행권의 이른바 ‘대마불사’ 여신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이 보유한 대기업 대출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미뤄지고 있는 액수는 총 1,937억원으로 전년 말(951억원)보다 2배 이상(104%) 연체가 급증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액은 지난 2019년 158억원에서 지난해 말 730억원으로 362%(572억원)나 급증했다. 국민은행은 71억원에서 236억원으로 232%(165억원) 늘었고, 우리은행도 21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138%(290억원)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만 512억원에서 471억원으로 8.0% 감소했다.

연체율을 보면, 조사대상은행의 지난해 말 대기업 대출 평균 연체율은 0.17%로 전년 동기(0.09%)보다 0.08%포인트 늘었다.

은행별 연체율은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에서 전부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0.14%로 전년(0.16%) 보다 2bp(1bp=0.01%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6bp 연체율이 상승했고, 국민은행도 5bp나 악화됐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들의 기존 예상을 다소 벗어나는 결과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과 가계를 중심으로 여신 건전성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해 왔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력이 취약한 차주들이 많은 만큼,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한 연체도 더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측과 달리 문제는 대기업 쪽에서 먼저 불거진 모양새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가 유래 없는 특수 상황인 만큼, 대기업이란 이유로 대출 심사를 느슨하게 하는 여신 심사 관행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교적 신용도가 높기는 하지만, 한 건당 규모가 큰 대기업 대출의 특성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다. 전반적인 연체 발생 사례는 적을 수 있겠지만 부실이 현실화 할 경우 리스크가 단숨에 몸집을 키울 수 있어서다.

이처럼 경고음이 울리자 조사대상 은행들도 지난해 1분기 이후 대기업 대출에 제동을 걸고 있긴 하다. 지난해 1분기 122조에 달했던 조사대상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2분기 들어서 1조원 가량 감소해 121조7,078억원으로 줄었다. 3분기에도 120조3,726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 들어 6조원 가량 대폭 줄어든 114조7,112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관건은 업황이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실물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지만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회복세가 확실한 반등으로 이어져야 은행들도 여신 위험을 덜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달 국내 제조 대기업들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3에 그쳤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대기업 BSI는 지난해 6월 57로 2009년 2월(43) 이래 최저까지 추락했다. 다소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표 상 지금도 앞날을 부정적으로 보는 대기업들이 훨씬 다수인데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은행들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확실한 V자 반등을 이루지 못하면 장기 침체로 들어가게 된다”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실물경제 회복 탄력성에 따라 여신 관행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으며, 대기업 여신 리스크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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