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추협에 전달된 이재용 부회장의 선처를 촉구하는 탄원서 중 일부.
▲인추협에 전달된 이재용 부회장의 선처를 촉구하는 탄원서 중 일부.

- 법원에 제출된 이재용 부회장 선처 탄원서 약 200건 달해…국민청원도 5만7,000명 넘어

- 이 부회장 오는 18일 ‘국정농단’ 선고…‘리더십’ 부재에 삼성 위기감↑

[SR(에스알)타임스 김수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선고 공판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부회장의 구속을 멈춰달라는 탄원서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가 수동적이었으며, 경제적 발전에 기여한 바를 참작해달라는 내용이다.

15일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에 따르면 오는 18일 열리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법원 선고를 앞두고 국내외 다양한 개인과 단체 등에서 이 부회장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쏟아지고 있다. 인추협은 이들 탄원서를 취합해 서울고등법원에 전달했다.

탄원서를 제출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도움을 구할 때 누가 거절할 수 있었을까”라며 “이 부회장이 경제발전과 나라를 위해 노력했음을 감안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가 자의적이 아닌 ‘수동적’이었음과 삼성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음을 감안해달라는 의미다.

인추협에 따르면 15일 기준 아직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해 탄원서는 200건을 넘어섰다. 고진광 인추협 이사장은 “포항, 부산, 제주, 청주, 심지어 해외에서까지 탄원서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들 모두 삼성에게 단 10원의 지원도 받지 않은, 자발적으로 탄원서를 제출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 통합적인 측면에서 삼성은 연간 수천억씩 공익 기부 사업을 하고 있고, 대국민 사과를 통해 세습경영 폐지, 준법감시, 무노조 경영 철폐 등을 약속했는데, 실형을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젊은 세대를 가르치는 교육인이라고 밝힌 청원자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유의 몸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청원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15일 기준 5만7,000명을 넘어섰다.

▲서울고등법원에 게재된 탄원서 목록(왼쪽)과 인추협이 법원에 전달한 탄원서 내역 일부.
▲서울고등법원에 게재된 탄원서 목록(왼쪽)과 인추협이 법원에 전달한 탄원서 내역 일부.

◆ 위기 속 ‘이재용 리더십·역할론’ 목소리 커져

지난 13일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도 대기업의 상생을 위해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부회장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도 온전한 한국형 혁신벤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이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와 신속한 결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는 글로벌 위기 상황이 도래한 가운데,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총수인 이 부회장의 역할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당장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각종 사법리스크로 인해 발목이 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약 36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9.5% 증가한 규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위기 속 진짜 실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공백이 생긴다면 정상적인 경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이 부회장은 적극적인 현장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해 첫 근무일인 4일에는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으며, 5일 수원사업장을 찾아 네트워크장비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6일에는 삼성리서치에서 세트부문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차세대 6G 통신 기술과 인공지능(AI) 연구개발 현황 등 미래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은 미중무역분쟁으로 인한 화웨이 제재, 미국의 그래픽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ARM 인수 발표,  SK하이닉스의 인텔의 메무리 사업부 인수 등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또 AI, 5G, 전장용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구현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을 삼성의 '미래육성사업'으로 선정하고 신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18일 실형 선고 여부 관심…준법감시위 ‘변수’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오는 18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연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29일 이 부회장에게 선고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쟁점이 됐던 말 3마리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액 16억원 모두 뇌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뇌물 규모는 약 86억원으로 늘었다.

뇌물 액수가 늘면서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 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뇌물 액수가 50억을 넘으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지만,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양형에 참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 부회장 측은 뇌물의 공여가 권력의 압박에 의한 수동적이었음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어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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