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용
▲ⓒ우석용

 

어스름 창을 여니

 

바람소리에 어스름 창을 열었다

뾰족한 연필 향나무 세 그루가

지붕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바람을 만나고 있었다

 

커다란 창 앞에는

큼직 허연 궁뎅이를 내민 배추가

푸른 치맛자락을 날리우고 있다

 

이것이 낮은 곳에 등 붙이고 사는

즐거움 중 하나다.

 

새벽은 낮은 곳으로 먼저 찾아 온다

그리고 그곳에 오래 오래 머물다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꾸물꾸물 꼬리를 감춘다

어스름이 지워지지 않는 낮은 곳은

그래서 늘 새벽이나 밤이다

 

어스름 속에서 바깥을 보라

밝은 곳이 더 환하게 더 또렷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 세상을 보라

기분이 더 밝고 더 가벼워진다

 

이것이 어스름과 함께

낮은 곳에 머무는 축복이라

 

세상 모든 것을 우러러 볼 수 있어서 좋다

잘나봐야 땅 보다도 낮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지평선 위로 우뚝 선 나로 사는 일도 멋있다

어스름에 눈 맞추고 세상을 바라보는 삶도 좋다

 

어스름 창을 여니

시 하나 쑥~ 들어 왔다

 

포노 아티스트(phono artist) 우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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