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회의 구성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회의 구성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R(에스알)타임스 김수민 기자] 삼성그룹의 윤리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 독립기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달 말 출범한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기업 총수의 비리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재판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위원회의 출범은 사후 처리적 성격이 강한 만큼, 삼성의 입김에서 벗어난 ‘독립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회 구성과 운영 계획 등을 밝혔다. 

위원회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와 협약을 맺고 준법감시를 시작할 계획이다. 협약은 각 사의 이사회를 거쳐 이달말 중 이뤄질 전망이며, 공식 출범은 2월초로 예상된다.

◆ 준법감시위, 삼성 입김에서 자유로울까?
이날 김 위원장이 가장 크게 강조한 것은 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이다. 그간 삼성에서도 준법감시팀을 별도로 운영했음에도 국정농단사태가 벌어진만큼, 이번 위원회는 외부조직으로써 삼성의 법적 리스크를 철저히 감독하고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다만 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해 아직까지 세간의 의구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날 현장에서도 위원회가 삼성의 지원으로 운영되면서, 휘둘리지 않을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위원회는 삼성 7대 계열사의 지원으로 운영되며, 검토하는 자료 또한 삼성이 제출하는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위원회를 지원하는 사무국을 별도로 구성할 계획인데, 삼성에 편중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산하 기구 또한 독립성을 가지고, 위원회의 지시에 의해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 위반 위험요인에 대해 사전 모니터링과 사후 검토를 하고 위반이 적발되면 시정 및 제재 요구 등의 조치를 강구하며, 재발 방지 방안을 회사에 요구한다. 만약 삼성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홈페이지에 게시해 외부에 공표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위원회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감시 기능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 이재용 부회장 양형 낮추기 위한 의도?
이날 현장에선 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양형을 낮추기 위한 기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위원장 역시 이같은 이유로 인해 위원장 제의를 받고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결국 수락한 이유에 대해 “삼성이 먼저 벽문(壁門)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를 향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수락에 앞서삼성측에 ‘위원회의 구성부터 시작해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해 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또 이 부분에 대해 이 부회장의 약속과 다짐을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위원회는 또 단발성이 아닌 향후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상설 기구로 운영된다. 기간을 정하고 있지않으며,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지속적 활동을 위해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앞서 금속노조 등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립이 이 부회장의 형량을 낮추려는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며 비판에 나선 바 있다.

◆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 자질 논란도
김 위윈장은 전 대법관 출신으로 2014~2018년 삼성전자 백혈병문제조정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17년엔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행보를 보인 진보 성향 법조인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김 위원장을 둘러싼 잡음이 있었다. 금속노조는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관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인물”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또 2011년 유성기업 노조파괴 문제에서 사측을 변호했으며, 현대차그룹 계열사 관련 노동문제에서도 사측 변호를 맡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며 “규탄이라는 단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채찍의 말로 이해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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