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의신청·행정소송 잇따라…제도 정착까지 시간 걸릴 듯

 
[SR타임스 장세규 기자] 기업들이 정부에서 할당받은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온실가스 배출권' 첫 거래가 시작된 가운데 재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제도가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재계 및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문을 열고 본격적인 배출권 거래가 시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700톤 규모의 배출권이 거래됐다.

1KAU(Korea Allowance Unit) 당 가격은 7900원으로 시초가 7860원보다 40원(0.51%) 오른 것이다. 1KAU는 온실가스 배출량 단위로 환산할 경우 1이산화탄소상당량t(CO2-eq)에 해당하는 수치다.

거래된 배출권은 2015년에 배정된 5억4300만KAU 중에서 나왔으며, 거래대금은 550만6800원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마련된 이 시장에는 우선 초기엔 일반 개인투자자는 참여할 수 없고 기업들만 거래할 수 있다.  
     
거래는 오전 10∼12시까지 이뤄진다. 525개 기업이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각각의 배출권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현재까지 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한 곳은 490개사다.

매매체결은 낮은 매도 가격 우선, 시간상 선 주문 우선의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 가격은 1KAU(온실가스1t) 당 1만원으로 시작하며 상·하한가(±10%) 폭 내에서 움직이며 매일 변동된다. 

거래 수수료는 매매가격의 0.1%이다. 사전에 100% 증거금을 내야 하므로 미수금이나 공매도가 없다.

다만, 시행 초기인 데다 기업 대 기업 간 거래만 이뤄지는 만큼 당사자 간 '협의매매'도 가능하다. 주문 프로그램 내 게시판에 익명으로 원하는 가격과 수량을 공지할 수 있고 거래를 원하는 업체는 상대방의 연락처를 한국거래소에 문의해 협의매매 신청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인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와 함께 시행 대상기업 절반 이상이 이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 기대반 우려반이다. 정부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에는 공감하나, 할당된 거래량이 업계의 요구보다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정부가 2017년까지 예정한 1차 계획기간에 525개 의무할당 대상 업체에 배정된 배출권은 15억9800만t이다.

그러나 이는 기업들이 신청한 20억2100만t보다 4억t이나 부족한 수치다.

따라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정한 할당량을 채우려다보면 매입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배출권의 가격이 정부가 정한 1t당 1만원의 가격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정부는 향후 3개월 동안 평균 가격이 1t당 1만원을 넘어설 경우 정부가 보유한 물량을 풀어 가격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보유한 물량은 전체 할당량 대비 0.84%에 불과한 1413만t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배출권을 사지 않게되면 모자란 부분에 대해 3배의 과징금을 낼 수밖에 없어 업계는 정부가 사실상 세수확보를 목적으로 무리한 제도를 시행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철강업계의 경우 약 3년간 배출권 부담금이 약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인해 탄소배출권 거래 적용 대상 기업체 중 LG화학·롯데케미칼 등 240여개사가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고려아연·롯데알미늄·LS니꼬동제련·풍산 등 17개 비철업체들이 최근 집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수급불균형 현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할당된 배출권 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배출권을 사려는 업체가 있다하더라도 시장에 내놓으려는 업체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경련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경제계는 3년간 12조7000억원 이상의 추가부담이 발생해 생산·고용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시장안정화 기준가격 하향조정과 배출권 거래시장의 부족한 배출권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개장식에서 “배출권시장을 통해 기업들은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을 갖게 되며 시장을 통해 향후 국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녹색산업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동참하고 이를 선도하는 모범적인 국가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킴으로써 향후 글로벌 탄소시장 형성에도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정부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은 남는 양을 판매하고 허용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이 배출권을 구매하지 못하면 과징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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