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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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택시운전기사 A씨에게 징역 3년 구형

- 법원, "요금 지불 이후 택시운전기사와 승객간의 운송계약은 종료" 무죄 선고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차안에서 난동을 부리며 하차를 요구한 중국인 승객을 고속도로 갓길에 내려줬다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유기치사혐의로 기소됐던 택시운전기사에게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2부(이영광 부장판사)는 승객을 고속도로 갓길에 내려준 뒤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택시운전기사 A(54·남)씨에게 21일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5월 2일 오후 11시 55분께 택시운전기사 A씨는 인천시 중구 영종도 자동차전용도로인 공항대로 갓길에 중국인 손님 B(43·여)씨를 내려주고 떠나 5분 뒤 다른 차량에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택시운전기사 A씨는 사고 발생 30여분 전 영종도 공항신도시 한 편의점 앞에서 B씨와 일행 2명을 자신의 택시에 태웠다. 당시 B씨는 만취한 상태였고 얼마지 않아 택시에서 혼자 하차해 자동차전용도로에서 15분가량 머물다가 일행들의 요구로 다시 차량에 탑승했다. 이후 B씨는 차안에서 일행과 말다툼을 벌이면서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B씨가 조수석 문을 발로 차고 발길질을 하는 등 운전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 되자 택시운전기사 A씨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내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B씨는 즉시 하차했다. 하지만 곧바로 A씨는 B씨에게 사고 위험성을 경고하며 “다시 타라”고 말했다. 

이에 B씨의 일행은 택시운전기사 A씨에게 “그냥 가라”며 택시요금을 지불하고는 B씨를 따라 하차했다. 술에 만취한 상태였던 B씨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헤매다가 얼마 후 달리던 차량 3대에 연속으로 치어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올해 10월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택시운전기사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술에 만취한 피해자 등 3명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 줄 계약상 주의 의무가 있었다"며, "심야시간대 사람 통행이 불가능한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려줘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택시에서 내린 B씨를 우선 보호할 의무는 동승한 일행에게 있었다"며 "함께 하차한 일행이 B씨를 보호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 자리를 떠났기 때문에 유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에 상당히 취한 B씨를 야간에 보행자 통행이 금지된 고속도로 갓길에 내려두고 떠난 사실이 인정된다"며, "운송 계약상 택시운전기사는 승객 안전을 배려해야 할 보호 의무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유기치사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B씨와 함께 내린 일행은 술에 취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사리를 분별하고 위험에 대처할 능력이 있었다"며 "사회통념상 피고인으로서는 B씨를 뒤따라 내린 일행이 그를 보호할 것이라고 충분히 기대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B씨 일행이 택시요금을 주며 그냥 가라고 말해 그 시점에서 택시운전기사와 승객의 운송계약은 종료됐다고 봐야 한다"며 "당시 하차한 B씨를 두고 떠난 행위가 유기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비록 B씨의 하차 장소가 고속도로 갓길이었다고 하더라도 요금을 받고 손님을 내려 준 택시운전기사의 행위가 유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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