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수준도 아시아개도국 평균보다 높아...투명성 강화 및 준수 프로그램 실시해야

[SR타임스 신숙희 기자] 한국의 부패인식 수준은 소국인 르완다보다도 청렴도가 낮다.  또 국제사회의 각종 부패 관련 지수에서도 낮은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들은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기업윤리 수준이 최하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나라 발전을 가로막는 기업의 낮은 윤리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강화, 준수 프로그램 실시 등의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의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난 23일 연구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부패방지의 국제적 논의와 무역비용개선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에 발표된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16년도 부패인식지수(CPI) 평가에서 53점(100점 만점)을 받아 조사대상 176개국 중 52위를 기록했다. 전년도(37위)보다 15단계 하락한 것으로 199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순위가 가장 큰폭으로 떨어졌다. 이 조사에서 르완다는 52위로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홍콩 소재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가 산출한 2015년 조사에서 한국은 ‘아시아 선진국’ 중 ‘최악의부패국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연구원은 한국의 부패방지제도와 운영상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국제투명성기구, 국제경영개발원, 세계경제포럼(WEF)의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해 원인을 도출했다.

종합분석 결과 ▲정부부패방지 정책추진의 비효율성 ▲일반국민의 낮은 부패방지 참여의식 ▲기업의 윤리의식 결여 등이 부패방지정책의 효율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 기업의 윤리의식 결여...경영인 신뢰도·기업가 정신 모두 하위권 

연구원이 분석한 '기업의 윤리의식 결여' 부분 자료를 살펴 보면, 우리기업들은 경영인 신뢰도·기업가 정신 등 기업윤리 관련 조사에서 모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국제투명성기구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9월~11월 동안 11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투명성기구의 '세계부패바로미터(GCB)'에 따르면 한국기업의 부패 정도는 모든 부문에서 세계평균보다 심각했다.

한국 설문 응답자의 60%가 기업임원이 부패 행위에 연계됐다고 응답했다. 이는 세계 평균인 33%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정치인·관료에 이어 기업임원이 가장 부패한 집단이라는 인식은 한국기업의 경영관행을 평가하는 IMD의 조사결과와도 일치한다.

IMD는 매년 ▲경제성과 ▲정부효율성 ▲기업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분야별 평가를 종합한 국제경쟁력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평가대상 63개국 중 한국은 작년과 같은 29위에 머물렀다.

경쟁력이 가장 열악안 분야는 기업효율성 분야였다. 지난해보다 4단계 오른 44위를 기록했으나, 경제성과(22위), 정부효율성(28위), 인프라(24위)보다는 순위가 뒤처졌다. 

기업효율성 평가는 생산효율성·노동시장·금융·경영관행·가치의식 등 분야별 세부항목을 측정한 후 종합해 산출한다. 특히 기업윤리 수준의 검증 척도로 삼고 있는 기업의 '경영관행' 평가에서 한국은 59위로 기업윤리 수준이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IMD의 경영관행 평가는 모두 11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의 청렴도 수준을 판단하는 '기업윤리 관행'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은 ▲투명성(3.24) ▲뇌물과 부패(3.24), ▲기업 활동수행의 용이함(2.57) 분야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기업경영 관행 평가 척도 가운데 하나인 ‘기업의 윤리 이행’ 부분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APEC 평균인 6.37점에 미치지 못하는 4.92점을 얻는 데 그쳤다. 18개 조사대상 APEC회원국 중 페루·러시아와 함께 역내에서 기업윤리의식이 가장 낮았다.

경영인에 대한 신뢰도(3.95, 역내 18위), 이사회 통제기능(3.62, 역내 18위), 기업가 정신(4.52, 역내 18위) 부분에서도 역내 최하위 평점을 받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는 4.02를 기록, 최하위인 러시아(3.75) 다음으로 낮은 평점을 받았다. 이는 APEC 개도국에 비해서도 기업 운영 전반에 대한 효율성과 신뢰도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WEF(2016년)의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서도 한국기업은 윤리경영과 경영효율성 면에서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한국 기업은 '윤리경영'에서 138개국 가운데 98위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 9월 발표된 WEF 평가결과에서는 137개국 중 기업 윤리경영은 90위로 작년보다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 "기업 윤리의식 제고 위해 투명성 강화 및 준수 프로그램 실시해야"

▲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적인 비교 결과 한국기업의 부패 수준은 아시아 개도국 평균 수준보다 상당히 높게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국제투명성기구를 비롯해 국제적인 경쟁력 평가 분야에서 공신력을 보유한 3개 기관의 평가 결과는 한국 부패 방지 정책의 개선과제 마련을 위한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기업의 윤리의식 제고를 위해서는 투명성 강화 및 준수 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경쟁국과의 비교에서도 최하위에 놓여 있는 기업의 낮은 윤리 수준과 불투명한 경영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기업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한국의 국제경쟁력 개선은 불가하며 국제적인 상거래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부의 부패방지 정책 추진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지도층 및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패 감시 활동 및 부패 행위에 대한 적발·처벌을 강화함과 더불어, 일반 국민의 낮은 부패 방지 참여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반부패 교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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