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통제·관리할 수 있는 역량 기르는 게 바람직" 판단

▲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학교에서 제한하는 것은 학생들의 통신권 침해라는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압수를 통해 무조건 제한하기 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토론을 통해 규율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더욱 교육적이라는 판단도 고려됐다. (사진=pixabay)
▲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학교에서 제한하는 것은 학생들의 통신권 침해라는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압수를 통해 무조건 제한하기 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토론을 통해 규율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더욱 교육적이라는 판단도 고려됐다. (사진=pixabay)

[SR타임스 최헌규 기자]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압수하는 것은 인권과 교육, 두 가지 문제가 충돌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학생들의 인권을 고려한다면 무조건 압수는 학생들의 통신권 침해 우려가 있다. 하지만, 원활한 교육을 위해서는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이를 두고 학생들의 인권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했다. 휴대전화 소지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고려해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토론을 통해 규율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욕구와 행동을 통제·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조회시간에 수거했다가 종례시간에 돌려주는 경기도 A중학교의 ‘학교생활인권규정’이 헌법이 보호하는 통신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해당 학교장에게 학교생활인권규정을 개정할 것을, 경기도교육감에게는 도내 학교들의 휴대전화 사용 전면 제한 규정을 점검 개선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를 인권위에 진정한 것은 A중학교 학생이었다. 이 학생은 학교가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조회시간에 일괄수거, 학교일과 중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일체 금지하는 것은 학생의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 보호를 위해 학교 일과 중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헌법 제18조가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학생들의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 수업시간 중 사용을 제한하는 등 제한의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교육기관은 휴대전화로 인한 부정적 측면을 보고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보다 교육공동체 안에서 토론을 통해 규칙을 정하고 이를 서로 지킴으로써 스스로 해결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인권위는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한 ‘2016년 학생인권실태조사’에서 초등학생 응답자의 11.9%, 중학생 응답자의 88.3%, 고등학생 응답자의 56.5%가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한다고 답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경기도내 학교들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경기도 교육감에게 도내 초중고교가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전면 금지하지 않도록 학교생활규정을 점검,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가 타 학교 사례를 검토한 결과 서울·경기 지역 내 중·고교 대다수는 A중학교와 같이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해 사용을 금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소지·사용을 허용하고 있는 학교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울중학교는 휴대는 허용하고 수업 시간 사용은 금지였다. 벌점이나 징계도 없고 수업시간 사용 시, 해당수업시간에만 교사가 보관한 후 수업종료 후 돌려줬다.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정보검색에 활용하기도 했다.

방화중학교 역시 휴대를 허용하고, 수업시간에는 사용이 금지됐다. 지도 후 귀가 전에 반드시 돌려 줄 것을 명시했고 벌점, 징계대신 부적응학생을 위한 사제동행 경인아라뱃길 걷기 활동을 실시했다. 기존 규정은 수업시작 전에 교실 내 보관함에 넣었다가 수업 후 찾아가도록 했지만, 올 6월 22일부터 휴대허용으로 개정했다.

이 외에도 영등포여자고등학교, 경인고등학교, 하나고등학교, 안성여자고등학교 등도 소지 및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두거나, 벌점이나 징계 조항을 두거나 제재나 이용방안을 생활규정에 명시하지 않고, 학급별로 논의해서 정하는 등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방화중학교와 한울중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하고 학교생활규정에서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벌점이나 압수와 같은 제재 규정을 삭제했음에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이번 권고 결정은 전면 금지보다는 공동체 내에서 토론을 통해 규율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통제·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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