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조인숙 기자] 담배값 인하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끌하다. 자유한국당은 25일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담뱃값을 내리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담배값 인하는 홍준표 대표의 19대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추진 중인 법안의 담뱃세를 2000원 내리고, 2년마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담뱃값 재조정이 주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이 이같은 방안에 정치권에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 세금 2000원은 다름 아닌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가 추진해 지난 2015년 1월1일부터 인상했기 때문이다. “2년 반 전에는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담배에 세금을 잔뜩 올려놓고는 지금 와서 거꾸로 내린다는 것은 자가당착”(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와 자유한국당은 2014년 9월 ‘국민건강 증진’을 목표로 담뱃세 인상추진을 예고했고, 이를 통해 성인남성 흡연율을 44%에서 29%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금연효과는 미미해 결국 서민들 호주머니만 더 털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기획재정부의 담뱃값 인상효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인상 첫해인 2015년에는 담배판매량이 전년 대비 23.7% 감소했다. 그러나 1년도 못가 그해 7월부터는 평균수준을 회복했으며, 이후 담배값 경고그림 부착 등 다양한 금연정책에도 불구하고 흡연율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반면 세수는 전년대비 3조6000억원이 증가한 10조5000억원으로 늘어나 정부의 예상보다 8000억원이 많았다.

이를 비판이라도 하듯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의 담뱃값 인하 추진 발상은 자신들이 내세운 (과거의 담뱃세) 인상 명분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어 그는 "증세를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 흔들기로 담뱃값 감세안을 들고 나온 것 같다”면서 "미래세대의 재정 건전성 수호를 사명으로 해야 하는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버렸다"고까지 비난했다.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추혜선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권 잡았을 때는 나서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신나게 털고, 정권 바뀌니 선심 쓰듯 담뱃값 내리자는 후안무치는 어디서 나오나”라면서 "한국당은 이 문제에서만큼은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담배값 인하를 추진하려면 적어도 인상에 앞장선 지난 정권의 여당으로서 저지른 실정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비난이 쏟아지자 자유한국당도 주춤하는 분위기. 정우택 원내대표는 담뱃값 인하를 곧장 당론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공약이라 해도 이행단계에 들어갈 때는 다시 검증해야 한다”면서 "원내대표 입장에서 당론을 정할 때는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이 정말 담뱃세 인하를 원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 애연가들 입장에서는 담배값을 지금의 절반 가격으로 내리겠다는 자유한국당의 방침이 내심 반가울 수도 있다. 흡연자들, 특히 저소득층과 금연을 쉽게 하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지금의 담배값 4500원은 분명 큰 부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증세까지 해서 복지와 일자리 늘리기에 나서야 하는 새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엄청난 세수가 보장된 담배값을 내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 비흡연자가 많고, 간접흡연에 대한 불만이 많아 국민여론도 담배값 인하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더구나 그 주체가 자유한국당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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