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심사평

▲ 지난 5월 20일 동국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 SR타임스
▲ 지난 5월 20일 동국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 SR타임스

< 제5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심사평>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읽기 쉬운 글이 가장 쓰기 어렵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가장 쓰기 쉬운 글은 읽기 어려운 글이라는 뜻도 된다. 어떤 글이 읽기 어려운가. 예컨대 한 문장이 열 행 가까이 바뀌어도 끝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읽기 부담스러운 글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꼭 헤밍웨이처럼 비정한 하드보일드 문체, 스타카토 문장을 구사하라는 것은 아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글이 읽기 어렵다는 것은 단순히 문장의 길이가 길어서가 아니다. 많은 어구를 동원해 부연하고 수식하고 장황하게 설명하는 만연체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앞뒤 호응이 전혀 안 되는 문장, 심지어 기본적인 맞춤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글 아닌 글’들이 진짜 읽기 어려운 글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같은 아쉬움은 여전했다.
 
논술에 있어서 문장의 부족함은 시각의 탁월함으로 어느 정도 메꿀 수도 있다. 빈틈없는 사고와 치밀한 논리의 전개는 논술문의 으뜸 덕목이다. 우리가 심사를 하면서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주어진 논제를 얼마나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설득력 있는 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펼치느냐에 방점을 뒀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자신만의 눈으로 현상을 바라보되 최소한의 보편타당한 기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아 특별히 눈에 들어온 것은 대상으로 선정한 ‘‘노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박정은), 최우수상으로 뽑은 ‘일자리 문제, 결국 ‘합의제 민주주의’로 극복해야 한다’(이유민)와 ‘18세 민주주의, 그리고 올바른 교육을 통한 참정 제약 극복’(오예원)이었다.
 
대상에 오른 글은 최근 첨예한 이슈인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의 당부(當否)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고용의 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업’을 위한 고용이 아니라 ‘개인’을 위한 고용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공소해 보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아니 그 이상으로 산업혁명이 고도화되는 시대가 도래할수록 인간의 가치는 더욱 긴요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을 위한, 인간의 얼굴을 한 고용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용창출과 관련, 적극국가론과 소극국가론을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양시양비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닌가. 국가주의를 지양하고 민간의 우월함을 인정해야한다든가, 아니면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우리의 고용절벽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큰 정부’의 힘이 불가피하다든가 하는 식으로 논지를 분명히 했어야 보다 힘 있는 글이 됐을 것이다.
 
최우수상으로 올린 ‘일자리 문제, 결국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논지 또한 단순한 일자리 확충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관건임을 강조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갈등 사안의 해결 방안으로 합의제 민주주의를 제시한 것은 다분히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처방이지만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노사정 간의 합의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18세 민주주의, 그리고…’는 선거연령 하향의 당위성을 비교적 차분한 논리로 지적한다. 필자가 주장하듯 청소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정치의식이 한층 성숙해진 것이 사실이다. 참정권 확대를 주장하되 민주시민으로서의 가치관 교육 강화 등 나름의 ‘안전장치’도 강구하고 있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줬다. ‘18세 민주주의’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개념어로 통용될 만하다.
 
<출제 및 심사위원>
◆ 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 전 서울신문 수석논설위원
◆ 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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