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대학 일반부

▲ 이수빈 씨.
▲ 이수빈 씨.

‘터널시야’란 말이 있다. 어두운 터널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다보면 양 옆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터널 끝에서 들어오는 빛 뿐이다. 그래서 터널시야는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몰두해 양 옆을 둘러보지 못할 정도로 시야가 좁아짐을 뜻한다. 기업은 터널시야의 함정에 빠질 것을 늘 경계해야한다. 당장의 수익 챙기기에 급급해 종국엔 공멸에 이르는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실적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된 기업들이 부실 대출을 남발해 경제위기을 야기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이다.

고용 문제 역시 기업이 터널시야에 갇히기 쉬운 영역이다. 기업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수익을 최대화한다는 목적아래 고용을 축소하고 비정규직 비율을 늘린다. 그 결과 실업난이 가중되며 소비는 얼어붙는다. 기업의 생존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기업이 단기이익에 급급해 제 살을 깎아먹는 선택을 하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시나리오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은 날로 높아져가고 청년의 체감실업률은 30%에 육박한다. 올해 초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제 1의 원인이 ‘소비절벽’인 것은 비정규직, 실업률 수치와 무관하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가 개입의 필요성이 생긴다. 단기성과에 연연하기 쉬운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하는 국가는 달라야한다. 공익이란 명분하에 국민이 국가에 막강한 권력을 위임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는 기업의 근시안적 시야가 공동체의 공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입해야한다. 이 점에서는 미국 경제의 재부흥을 위해서 ‘Buy American, Hire American’이란 모토아래 경제에 애국주의를 결합한 트럼프 정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란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 기업에 고용을 강제해야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이 과정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한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해 주는 대신, 고용영역에 있어서는 국가의 강제성을 높여야한다. 채용인원 및 정규직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과징금을 징수하는 방안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고용절벽, 소비절벽이 한국의 지속가능성까지 갉아먹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그동안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국가의 강제를 최소화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했다. 특히 고용 등을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단 생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방임이 최선이 아님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여타 영역에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더라도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손상시키는 부분에 있어서는 국가의 개입을 인정해야한다. 기업을 불가침의 영역으로 치부해서는 고용절벽, 소비절벽에서 헤어나오는 일은 요원하다.

일부는 공무원 수를 늘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역시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대안이다. 당장 기업에 고용을 강제하는 일보다 공공일자리 창출은 손쉽다. 공적 영역이기에 반발도 극심하지 않다. 일자리의 수를 당장 늘리고 싶은 정부가 유혹적으로 느낄수 있는 대안이다. 하지만 한국의 국고 사정은 이를 뒷받침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공무원은 일단 채용하고 나면 평생 고용을 보장해야 할 뿐 아니라, 퇴직 후 연금까지 지급해야한다. 수십년 내로 국민연금의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확대 채용은 국고 고갈을 앞당길 것이다.

공공부문의 인력 확대가 소비절벽을 타개할 대안이란 점에도 회의적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수중에 돈이 있다고 소비하지 않는다. 향후 경제 전망이 회의적인 상황에서는 소비보단 저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부문의 확대는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지 못한다. 오히려 국가 경제 전체에서 창의, 혁신이 필요한 민간의 비중을 축소시켜 역동성을 저하시킨다. 고용은 사기업으로부터 창출되어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가 기업의 성장에 일조해야 고용이란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속화될수록 기업이 당장의 생산성 향상보다 사회적 책임을 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의 생산성향상을 위해 사람의 고용을 축소하고 기술로 그 자리를 메우려는 욕구를 느끼기 쉽기 때문이다. 기업이 ‘터널시야’에 갇히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수빈, 일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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