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 그래도 극장 냄새가 더 좋다”
"아직 연기 욕심 많아...중년 멜로나 '파이란' 같은 소품 영화 하고 싶어"

▲최민식 배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최민식 배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대한민국 최정상의 배우 최민식.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는 항상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대사 한마디만으로도 강렬한 몰입감을 안겨주는 메서드 연기로 관객과 시청자를 사로잡아온 그가 1997년 ‘사랑과 이별’ 이후 25년 만에 디즈니+ '카지노'를 통해 드라마 시리즈에 복귀했다.

대한민국 최고 배우로서의 흥행력을 입증하듯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카지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필리핀 카지노의 왕으로 군림하게 된 한 남자가 돈과 권력을 쫓는 다양한 군상들과의 반목과 유대 속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카지노’에서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서사 전체를 견인한 최민식 배우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과 그의 연기 인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Q. 작품에 대한 감회가 궁금하다. 만족스러운가.

A. 만족하는 게 어디 있겠나. 초기에 미완성본 파일로 좀 봤었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제가 생각했던 것에 한 70% 정도는 그래도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항상 아쉽다.

제일 아쉬운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저다. 그 수많은 분량을 정말 버겁게 촬영했다. 진짜 제가 현장에서도 그렇지만 “야, 오늘은 야 중공군 몇 개 사단을 우리가 물리친 거냐” 할 정도였다. 옛날에 1.4 후퇴 때 인해전술처럼 하루에 14장면을 찍어봤다. 영화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분량이다.

외국 촬영은 먹고 자고 하는 게 다 돈이다. 그러니까 한정된 시간 안에 소화해야 할 분량을 빨리 찍고 한국으로 들어와야 한다. 너무 힘겨워했다는 게 느껴졌다. 보면서 여러 부분에서 이걸 왜 저렇게 했을까 했다. 맨날 하는 생각이지만 그런 아쉬움이 있었다.

연출 라인적 문제지만 항상 강윤성 감독, 동료 배우들과 서사가 너무 많이 부딪힌다며 좀 다이어트를 우리가 하고 갔었어야 되지 않나 하고 항상 토론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 어떤 신이라고 말씀드리면 그 배우들한테 돌 맞을 일이겠지만…. (웃음)

시리즈물이라 회차에 요구하는 분량이 있다. 러닝 타임에 대한 강박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후회하면 뭐 하겠나. (웃음)

Q.  내가 이 작품을 왜 한다고 했지 하고 후회한 적은 없나.

A, 매일 했다. (웃음) 전에 제작보고회 때도 말씀을 드렸던 것 같은데 삼중고에 시달렸다. 저 역시 코로나 19를 피하지는 못했다. 하필 필리핀 가기 전에 걸렸다. 스태프들은 필리핀에 먼저 들어가 있었고 저는 들어갈 날짜에 못 들어갔다. 후유증이 저는 되게 심했다. 호흡기가 좀 약한 상태에서 죽다 살아났다. 

한동안 냄새도 못 맡고 목도 쉬고 그랬다. 드라마 보시면 제가 목이 좀 많이 쉰 장면이 나온다. 무기력증에도 빠졌다. 거기다 느닷없이 겨울에서 한여름 뙤약볕으로 들어가게 되니까 힘들었다. 엄청난 촬영 분량에도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그렇게 고생했는데 종영하고 같이 관객 여러분들과 극장에서 보고 크루와 스태프들을 오래간만에 얼굴 보고 그러니까 정말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그 시절이 아련했다. (웃음)

▲최민식 배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최민식 배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Q. 결말이 아쉽지는 않았나.

A. 엄청나게 전화, 문자 받았다. 특히 우리 집사람이 "아니, 왜 그렇게 되냐?"고 그런다. 

혹시 간파하셨을지 모르겠는데 제가 마지막에 상구와 정팔이 오기 전에 조촐한 만찬을 준비한다. 그게 제가 제시했던 의견이 강 감독에게 받아들여져서 한 것이다. 

꽃을 하나 꼽는데 제가 급하게 미술팀에 들꽃 아무거나 쌩쌩한 거 말고 좀 시들시들한 거 구해달라고 했다. 저는 화무십일홍을 예감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 만찬을 예감이라도 하듯 아끼던 동생들과 함께 하게 된다. 

사람이 코너에 몰릴 때는 뭔가 이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된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하소연도 하고 싶고 뭔가 정서적으로 비비고 싶다는 것을 그 꽃으로 한번 표현해보고 싶었다.

꽃잎이 떨어지듯이 차무식이 퇴장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한다. 누아르 적인 정서에서 다시 살아나는 거보다는 그냥 화끈하게 셔터를 내리는 거다. 그리고 그것도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욕망으로 치닫던 사람의 결말에 대해 강 감독과 술 마시면서 많은 얘기를 했다. 화무십일홍이라는 그거참 좋다고 했다.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은 욕망을 향해 치닫는다. 그게 우리의 주제다.

그러니까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구질구질한 서사, 장르적 특성상 마무리하는 그런 장치보다는 확 그냥 가자고 했다. 그래서 욕을 많이 먹었다. (웃음)

Q. 강윤성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A. 참 고마웠다. 총사령관으로서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겠나. 인물들을 엮어 다 개연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저를 비롯해서 전부 다 보좌관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우리끼리 회의해서 이거는 우리가 다음에 찍을 신은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 연일 회의를 했다.

필리핀 가면 보라카이도 있고 휴양지가 있는데 우리는 한 번도 못 간다고 농담할 정도로 시험공부 하듯이 호텔 방에 처박혀 있었다. 

그런데 ‘카지노’ 보면서 우리가 너무 과욕을 부린 것도 있구나라는 게 느껴진 게 배우가 170명이다. 강 감독도 쓰다 보니까 이게 이렇게 늘어난 것 같다. “강 감독, 이거 어떻게 교통 정리하려고 그래?”하면서 이제 좀 줄여야 하는 거 아닐까 했다. 특히 어린 시절 부분은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나중에 좀 그럴 것 같지 않냐”고 이야기했다. 

강 감독도 아마 이런 긴 호흡의 OTT 시리즈에서 많이 배웠을 거다. 저도 오래간만에 드라마를 하다 보니까 완급 조절이라는 게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아무튼,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우리가 서로 어떤 권위의식 하나 없이 강 감독이 그래도 우리 이야기를 받아들이며 같이 토론하면서 했던 작업에 저는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Q. 인상에 남는 배우가 있다면 누구인가.

A. 캐스팅 라인을 쭉 보니까 다들 한 가닥씩 하는 친구들이다. 특히 이혜영 씨는 나이도 동갑이고 1999년에 ‘햄릿’ 연극 이후 20여 년만에 만난 거다.

고 회장 역할로 이혜영 씨가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듣고 “야, 어떻게 캐스팅했냐? 진짜 잘했다”고 했다. 그냥 보셔서 아시겠지만, 포스가 딱 나온다. 좋은 배우들의 호연이 모여 드라마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저는 확신한다.

Q. 해외 호평 이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앙상블인 것 같다. 한 가지 나름대로 자부하는 것이 있다. 강 감독과 배우들이 많이 얘기했지만 “우리 흉내 내지 말자. 서양 누아르 물을 아예 머릿속에서 지우자. 그래서 액션을 하더라도 우리식으로 하자. 총을 쏴도 순식간에 쏘고 총격전 이런 거 하지 말자. 시가지 전투처럼 그런 거 하지 말자”고 했다.

원래 그렇잖냐. 사고는 순식간에 나는 거다. 그런 것들이 정서적으로도 그렇고 아마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더 리얼리티가 느껴지지 않았을까 한다.

Q. 디에이징 기술을 사용한 부분도 있고 다양한 연령대 연기를 보여줬다.

A. 30대를 구분해서 조금 더 신경 쓴 부분이 있다. 너무 신경을 써서 차이를 두려고 하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제 신체적인 조건 등이 못 따라가는 게 있어서 이제 젊은 역할은 안 하려고 한다. (웃음)

▲'카지노'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지노'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Q. 차무식 캐릭터 구축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A. 평범함에 뒀다. 선과 악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짓지 않았다. 가장 평범한 사람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어릴 때 불우한 환경이 꼭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진 않는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을 쫓다 보니까 그런 무리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드라마 속에서 차무식이 추구하는 것은 돈과 권력이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늪에 빠지듯이 그렇게 흘러갔던 것 같다. 100% 나쁜 사람은 없고 100% 착한 사람도 없다고 본다. 인간의 다중성이 표현됐으면 했다.

Q,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지. 

A. 어떻게 보면 건달도 아니다. 본인을 비즈니스맨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름 그대로 무식한 놈이다. 딜을 할 때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뭔가 자기가 원하는 걸 얻는 것이 아니고 무식하게 밀어붙인다. 그래도 나름대로 자기가 비즈니스맨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설정을 했다.

Q. 차무식의 의리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A. 딱히 ‘나는 의리의 돌쇠야’ 이런 건 아니었다.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특성 중의 하나인 자기 사람들에 대한 관리, 속된 말로 ‘나와바리 관리’다. 때로는 말 안 듣는 자식 같은 놈도 있는데 그게 정팔이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정팔이를 그렇게 챙길 이유가 없다. 이거 가지고 “내가 왜 정팔이를 이렇게 케어하냐? 아웃시켜도 벌써 아웃시킬 만한 행동을 했는데”하고 강 감독하고 많은 토론을 했다. 만약 정팔이가 큰 도움을 줘서 보답으로 내치지 못한다면 그것도 구질구질한 거다. 

말썽꾼 정팔이를 혼내면서도 버릴 수 없다는 그런 심정의 대사를 추가한 게 “내가 이놈 이번에 사람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련다”다. 맨날 말썽 부리는데 왠지 얘를 버리면 안 될 것 같다는, 버리면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될 거라는 그런 정서적인 면으로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최민식 배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최민식 배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Q. 혹시 강윤성 감독과 의견 충돌이 많았나.

A. 그렇게 크게 부딪히지 않았다. 세상에 그런 양반은 또 처음 봤다. (웃음) 어떻게 보면 좋은 연출가 기준 중 하나인데 마음을 열고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의 의견을 받아들인다.

배우들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얼마나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겠나. 그걸 다 들어주고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을 가졌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의견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주 지혜롭고 현명하다. 

Q. OTT라 시청 반응을 어떻게 봐야 할지 당황하지는 않았는지.

A. 그거 신경 쓰면 안 된다. 얘기 들어보니까 본사에서 영업비밀이라 오픈도 안 한다더라. 나중에 구독자 수가 얼마나 늘었다고 알려줘서 알게 됐는데 감사한 일이다. 작업하는 사람들이 자꾸 그런 거 신경 쓰다 보면 병 생긴다. 

Q. 마지막 화에서 아내 손을 잡고 하는 대화라든지 바닷가에서 눈물 흘리는 장면이 있다. 어떤 느낌이었나.

A.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동안의 회한이 순간적으로 밀려온 걸 거다.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그렇게 기고만장하게 살았던 사람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나약한 인간이다.

또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거고 자기 자기가 자기 무덤 판 거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어떤 데드라인을 넘은 거다. 다니엘의 충고를 받아들였어야 했다. 평범함으로 다시 돌아오는 장면이다. 

Q. 디즈니+라는 플랫폼이 ‘카지노’ 덕분에 자리를 잡게 된 느낌이다. 

A. 잘된 일이다. 사실 이 작품 하기 전에 넷플릭스도 잘 안 봤다.

제가 느낀 건데 역시 극장 상영회에서 보니까 좋더라. 사운드도 그렇고 큰 화면에서 더 디테일이 보이니까 역시 극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뒤풀이하면서 서로 극장에서 상영하니까 좋지 않냐, 다음에는 영화 하자고 했다.

Q. OTT 시청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이제 세상이 변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플랫폼 형태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저는 극장이 좋다. 진짜 그건 속일 수가 없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한정된 시간을 투자해서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서 모인다. 그런데 OTT는 화장실 가려면 정지시켜놓기도 하고 재미없으면 꺼버린다. 극장은 돈과 시간이 아까워서 나가기가 쉽지가 않다. 

취향에서 오는 섭섭함도 있지만 그래도 장점은 있다. 긴 이야기를 몰아보기를 해서 볼 수 있다는 것, 또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나름의 장점도 있으니까 굳이 어떤 게 더 좋다고 나누기보다는 현명하게 활용하면 된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극장 냄새가 좋다. 만든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들이 극장 한 공간 안에서 서로 이렇게 교감할 때 그때 참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있다.

Q. 극장 영화 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저는 극장 문화는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물관에나 들어갈 만한 그런 게 아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힐링을 했나. 극장이라는 문화 공간 자체가 소멸하는 것을 저는 원치 않는다. 

멀티플렉스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폐해도 지적이 됐었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극장이라는 공간은 작든 크든 간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좋은 콘텐츠를 극장에 걸었을 때 많은 사람이 와서 보게끔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만약 다음에 OTT 작품 제안이 오면 할 것이다. 그래도 영화가 우선이다.

Q, 손석구 배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아주 훌륭한 친구다. 처음에 “너 고시 공부하냐?”고 물어봤다. 그 정도로 치열하게 작품을 파더라. 제가 대본 내려놓고 그냥 놀라고 할 정도였다. 석구뿐만 아니라 동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코리안 데스크로 여기 와서 왜 차무식을 잡으려고 하지?’라는 뜬금없는 상황에 던져지게 된 것에 대한 압박감이 심했을 것이다. 그걸 제일 고민하더라. 근데 그게 참 올바른 접근이다.

허영이나 멋을 부리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 오승훈이라는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점을 갖는 거다. 그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그 행간을 우리가 메꿔 나가야 한다. 

그런 작업이 치열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선배 관점에서 옆에서 봤을 때 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어영부영하는 것 같다가도 차무식이라는 이상한 놈이 자기 레이다에 들어왔고 나름대로 경찰로서의 사명감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고 현지 경찰들과의 갈등 이런 것들을 나름대로 잘 구축해 나갔다. 

Q.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A. 정 대표 역의 최홍일 배우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저하고 동갑이었다. 그냥 묻힐 수도 있었던 역할인데 잘 해주셔서 저 역시도 너무 하기가 쉬웠다. 제 대사와 모든 그 상황을 너무 잘 받아줬다. 

존 역의 김민 배우는 처음에 외국 사람인 줄 알았다. 간간이 영어 코치도 해줬다. 아주 열의도 대단하다. 외모는 굉장히 터프가이처럼 생겼는데 굉장히 섬세하고 음악을 좋아하더라.

▲최민식 배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최민식 배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Q.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이유가 있나.

A. 혼자 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드라마 할 때는 힘들다. 영화는 한곳에서 일주일 찍고 그러는데 드라마는 온갖 곳을 다 다니니까 피곤하다. 그래도 변한 건 진짜 없다. 오히려 혼자 운전을 하고 장거리를 하니까 너무 생각할 시간도 많고 뭐라 그럴까 봐 눈치 안 봐도 되고 좋다. 배고프면 그냥 아무 데나 맛집 검색해서 먹고 갈 수 있다.

예전에 제가 방송할 때 영화 처음 시작할 때 기획사 이런 게 없었다. 그냥 그때는 스타급 배우들이나 개인 매니저가 있었다. 그냥 옛날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도 나고 그래서 오히려 좋다. 

몸은 좀 피곤한 게 있다. 특히 밤 운전할 때 이제 좀 약간 헷갈리는 것도 있어서 안경도 하나 맞췄다. 오히려 음악 크게 틀어놓고 내가 쉬고 싶을 때 쉰다.

Q. 극 중 과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옛날 생각이 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차무식 캐릭터와 본인이 닮았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는지.

A. 정신없이 흘러간 것 같다. 어느 순간 브레이크를 걸고 내가 지금 잘 흘러가고 있나 돌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차무식은 그런 게 없었던 것 같다. 

옳게 표현이 된 건지 모르겠는데 제가 매니저 없이 다니는 게 지금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하고 싶다. 제가 연기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저 역시도 욕망이 있고 욕심이 있다. 차무식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면서 나름대로 이성으로 통제를 하지만 내가 어느 순간에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일이 생겼을 때 좋은 일이면 상관없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악연을 만나게 되고 수렁으로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Q. 연기자로서는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은데 어떤 욕심이 있는가. 

A. 다 이루지 못했다. 중년의 로맨스 욕심이 있다. 김주령 배우에게 너랑 같이 로맨스 하나 하자 했다. 이혜영 씨하고도 오래간만에 술 한잔하면서 우리가 이제 로맨스로 만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너무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는 지겹다. 그러니까 꼭 이성과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될 수도 있고 포용하고 서로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휴먼 스토리 그리고 중년의 사그라지는 사랑에 대한 것을 하고 싶다. 감히 꽃 피울 엄두도 안 나 절제하는 게 더 짠하고 아프지 않나. 

그런 아픔과 어른스러움을 나름대로 승화시킬 수 있는, 뭔가 우리가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훈훈함이 있고 같이 공감을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게 해야 할 일인 것 같고 이 혼돈의 세상 속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격정 멜로도 좋다. 격정 멜로할 거 없냐고 하면 “형, 격정이 아니라 걱정 멜로”라는 말을 듣는다. (웃음) 아, 제목으로 ‘걱정 멜로’ 좋을 것 같다. 코미디를 바탕으로 깔고 들어갔는데 또 짠한 이야기가 있는 거다.

Q. 다른 멜로지만 ‘파이란’ 같은 이야기는 어떤가?

A. 그렇다.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단행본 단편소설, 우리나라 현대 문학선 같은 그런 것들이 좋다. 삼성당 문고라고 옛날에 고등학교 다닐 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봤던 그런 단편 소설 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너무 주판을 튕기면서 이게 될 것이냐 안 될 것이냐 그런 것보다는 제작비가 그렇게 많이 안 들어가는 소품 같은 휴먼 드라마들이 많이 활성화돼서 제작됐으면 좋겠다.

Q. 연극무대에 다시 설 계획은 없는지.

A. 이제 어느 정도 건강도 회복해야 한다. 쉼 없이 달려왔다. ‘카지노’ 끝나고 바로 ‘파묘’ 찍고 그러다 보니까 얼마 전에 촬영하다가 갈비뼈에 금도 갔다. 그래도 아직 건강은 괜찮다.

이제 좀 뭔가 다시 회복하고 좋은 기회를 한번 봐야 할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언제든지 준비가 됐을 때 한번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Q. ‘카지노’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지.

A. 과정이 너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대중들이 소비할 때 100% 호응을 얻는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게 어떤 모양새, 냄새, 질감의 작업이었느냐에 대한 문제가 항상 남는데 그것에 있어서는 100% 만족한다.

정말 좋은 후배, 동료, 감독, 스태프들과 그 악조건 속에서도 서로 그렇게 합심해서 진짜 실타래를 풀어나가듯이 치열하게 했다는 것. 물론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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