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금체불 규모는 얼마나 될까. 무려 1조4000억원이다. 사상 최대이다.

얼마 전에는 애슐리, 자연별곡 등 외식업체를 거느린 이랜드파크가 아르바이트생 4만4000명에게 임금(휴업, 야간 연장 수당 호팜) 84억원을 주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고, 대표이사가 해임되는 일까지 있었다.

이랜드파크만이 아니다. 지난해 근로자들의 생명이자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주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장이 2200여 곳이 넘는다. 고용노동부가 4일 이렇게 상습적, 악의적으로 임금체불을 일삼는 사업주 239명의 개인정보를 홈페이지(www.moel.go.kr) 등에서 공개했다.

지난해 8월말을 기준으로 3년 이내에 임금체불로 2회 이상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1년 이내 체불총액이 3000만 원 이상인 사업주들이다. 이름, 나이, 주소, 사업장명, 소재지 등 개인정보와 3년간의 임금체불액이 관보와 고용부 홈페이지, 지방고용노동관서 게시판 등에 2019년 1월3일까지 공개된다.

올해는 특히 지자체·고용지원센터의 전광판 및 게시판 등에도 명단을 올리고, 민간 취업포털 등과 연계해 상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3년 평균 체불금액은 7584만원이며, 37명은 1억원 이상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86명)과 건설업(49명), 지역은 인천·경기(74명)와 서울(70명)이 많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종업원 5∼29명(111명)과 5인 미만 사업장(107명)이 대부분이다.

1년 내 체불총액이 2000만원 이상인 사업주 383명에 대해서는 신용제재도 하기로 했다. 성명, 상호, 주소, 사업자등록번호, 법인등록번호와 임금체불액이 한국신용정보원에 제공해 2024년 1월3일까지 7년간 신용관리 대상자로 대출 등을 제한한다.

▲ 명단공개 및 신용제재 대상 체불사업주 유형별 현황. ⓒ고용노동부 
▲ 명단공개 및 신용제재 대상 체불사업주 유형별 현황. ⓒ고용노동부 

체불사업주 명단공개는 고액·상습 체불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임금체불을 예방하고자 2012년 8월 도입했다. 그리고 이듬해 9월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17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1927명에게는 신용 제재를 내렸다.

그러나 명단공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습, 악덕 임금체불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그 여파로 근로자보호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인턴, 아르바이트생이 늘어나면서 그들에 대한 노동착취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11월 석 달만 보더라도 인턴 등을 채용한 345개 업소 가운데 59개 업소가 인턴에게 직원들의 업무 보조를 시킨 후, 임금은 주지 않고 교통비만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인턴 실습생 437명도 흔히 말하는 ‘열정 페이’인 연장근로 수당 등 1억6700만원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일반근로자까지 포함하면 감독대상 500여곳 가운데 329곳의 9404명이 52억7000만원의 임금을 못 받았다. 여기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당국의 눈을 피한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체불임금은 더 많을 것이다. 더구니 이들 체불임금 근로자 대부분이 저임금이거나 비정규직인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노동부는 관리감독과 시정조치를 해도 악덕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지 못해 효과가 적었다면서, 불시 감독과 함께 특히 최저임금과 임금지급을 위반하는 프렌차이즈업체의 명단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어느 곳보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곳에서 임금체불과 노동착취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상시 고발과 제보 시스템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단공개만으로 악덕 임금체불이 없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고용부가 사법처리를 통해 해결하거나, 사업주가 지불능력이 없으면 체당금제도를 통해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무료법률구조를 통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고, 임금체불로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로자들로서는 그것에 매달리기가 쉽 지 않다. 그보다는 임금체불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국의 관리 감독과 제보나 신고로는 한계가 있다. 불가피한 경우는 모르나 악의적, 상습적 임금체불, 특히 저임금 근로자들을 상대로 노동을 착취하는 사업주에 대해 엄벌과 함께 개인재산까지 환수해 임금에 보전하는 강한 대책이 필요하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먼저 그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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