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달' 스틸. ⓒ찬란
▲'낮과 달' 스틸. ⓒ찬란

- 따뜻하고 다정하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가꿔나가는 치유의 연대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낮과 달’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영아 감독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영화”라고 설명한다.

이영아 감독의 말대로 ‘낮과 달’은 힐링 영화다. 그것도 아주 사랑스러운 감정이 가득 담겨 있는 착한 영화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낮과 달' 스틸. ⓒ찬란
▲'낮과 달' 스틸. ⓒ찬란

가출하듯 집을 나선 남편이 죽었다. ‘민희’(유다인)는 빈 껍질처럼 남겨진 남편 ‘경치’(정영섭)의 소방관 유니폼을 가슴에 안아본다. 유품으로 남겨진 다이어리에는 누가 찍어준 건지 알 수 없는 사진들이 있다. 민희는 그 중 동굴 속 남편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 시선을 멈춘다.

남편 경치가 떠나던 날을 민희는 잊지 못한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 남편에게 내뱉은 말이 계속 가슴 속에서 맴돈다. 그게 그의 마지막 모습일 줄은 몰랐다. 민희는 기어코 남편의 고향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죽은 남편의 흔적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낮과 달' 스틸. ⓒ찬란
▲'낮과 달' 스틸. ⓒ찬란

민희가 남편 고향에서 만난 요가 강사 ‘목하’(조은지)는 엉뚱하고 별났다. 민희가 조용한 달이라면 목하는 해처럼 환했다. 적극적인 성격의 목하는 처음 본 민희에게 갖은 오지랖을 떤다. 민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가 있는 유부녀 작가로 만들어 놓는 목하의 살가움은 장사치의 그것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민희에게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기에는 충분했다. 

민희는 목하의 아들이자 꿈을 좇는 싱어송라이터 ‘태경’(하경)과도 특별한 만남의 인연을 갖는다. 목하와 태경은 모자지간에 ‘눈 대화’를 나눌 만큼 사이가 좋았다. 민희는 그런 모습이 신기하고 부럽다. 민희는 나마스테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이 생계형 사이비 요가 강사와 친구가 된다.

▲'낮과 달' 스틸. ⓒ찬란
▲'낮과 달' 스틸. ⓒ찬란

하지만 어딘가 희미하게 의문이 든다. 그 의구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민희와 목하의 관계는 돌변한다. 민희는 목하가 경치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에 경악한다. 목하 또한 민희가 세상을 떠난 첫사랑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배신감에 분노를 가누지 못하는 민희. 제주도는 남편에게 천국이었을지 몰라도 그녀에게는 이제 폐허나 마찬가지다. 화가 나는 것은 목하도 마찬가지. 20년간 키우고 지켜온 평온한 삶을 침범 당했다. 거기다 죽은 남편이 남긴 사랑의 지분 절반을 달라는 민희의 황당한 요구는 기가 찰 뿐이다. 원수가 된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 신경전을 벌인다. 그런 투덕거림 가운데 등장인물 사이에서는 어느새 뜻밖의 관계가 형성되어간다.

▲'낮과 달' 스틸. ⓒ찬란
▲'낮과 달' 스틸. ⓒ찬란

누군가가 갑작스레 떠나버린 슬픔을 담은 영화들은 대부분 남겨진 사람들이 상실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조용히 관조하는 방식을 택한다. ‘낮과 달’도 오프닝 시퀀스만 보면 곧장 장례식 장면으로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채워진다. 

철벅거리며 점점 심해로 침잠해 갈듯했던 감정의 무게는 서서히 두 여성의 교감 속에서 중력을 잃는다. 이 감정 꾸러미는 정말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웃음과 함께 한없이 두둥실 떠올라 달로 향하기 시작한다.

‘낮과 달’은 한 남자의 죽음 뒤에 남겨진 두 여성의 연대를 다룬 알림 칸 감독의 ‘사랑 후의 두 여자’(2022)와 닮아있다. 하지만 차별점은 분명하다. '낮과 달'은 밝고 쾌활한 코미디로 차갑게 얼어붙은 우울한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나간다.

▲'낮과 달' 스틸. ⓒ찬란
▲'낮과 달' 스틸. ⓒ찬란

코믹함의 중심에는 유다인과 조은지의 귀여움과 발랄함 가득한 일상과 감정 연기가 자리한다. 마치 명랑만화를 보는 것 같은 재미있는 서사는 두 배우의 열연으로 완성된다.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두 배우의 티키타카 대사와 에피소드들은 곳곳에서 미소와 웃음이 피어나게 한다. 여기에 하경이 연기한 태경의 존재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의 감정을 한층 북돋아 준다. 

▲'낮과 달' 스틸. ⓒ찬란
▲'낮과 달' 스틸. ⓒ찬란

죽은 사람이 하늘 위 달이 되어 눈동자처럼 우리를 지켜본다고 상상하는 목하. 그녀의 대사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추억 속 존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렇게 우리 머릿속에, 마음속에 먼저 간 이는 남아있다. 

두 사람만의 서약이 세 사람 몫이 되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두 사람이 손을 함께 맞잡을 때 사랑은 완성된다. 치유를 이뤄내는 방식이 사뭇 다정하다.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영화다.

▲'낮과 달' 포스터. ⓒ찬란
▲'낮과 달' 포스터. ⓒ찬란

◆ 제목: 낮과 달(영제: The Cave) 
◆ 감독/각본: 이영아   
◆ 출연: 유다인, 조은지, 하경, 정영섭
◆ 장르: 드라마
◆ 제공: 영화진흥위원회
◆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 배급: 찬란
◆ 등급: 15세이상관람가
◆ 러닝타임: 111분
◆ 개봉: 2022년 10월 20일
◆ 평점: 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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