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LC 홈페이지 캡처 ⓒ SPLC
▲ SPLC 홈페이지 캡처 ⓒ SPLC

[SR타임스 김소정 기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으니, 너를 포함해 내가 발견한 모든 흑인들을 쏴버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8일(현지시간) 이후 며칠 새 유색인종, 이민자 등을 향한 ‘증오 범죄’가 20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권단체 남부빈민법센터(SPLC)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1일 오후 5시(현지시간)까지 3일 간 언론보도, SNS, 직접 접수를 통해 파악한 괴롭힘, 위협 등 증오 범죄는 미국 전역에서 201건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운동 당시 이민자, 무슬림,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아 혐오 범죄를 부추긴 것이라는 비판이다.

SPLC는 “모든 증오 행위가 트럼프의 당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가결 이후 증오범죄가 증가한 경우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 ⓒ SPLC
▲ ⓒ SPLC

유형별로 보면 반 흑인 증오 범죄가 50건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반 이민자 증오 범죄도 45건 이상이었으며 반 무슬림이 20건 이상 등의 순이다. 증오 범죄가 아닌 트럼프 지지자에 의한 기물손괴 행위도 5%이상을 차지했다.

다음은 SPLC가 직접 접수한 사례이다.

한 남학생이 12살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 여학생에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으니, 너를 포함해 내가 발견한 모든 흑인들을 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흑인 여성도 횡단보도에서 트럭에 탄 세 백인 남성들이 “흑인은 꺼져!”라는 뜻의 심한 욕설을 자신에게 내뱉고 “트럼프”의 이름을 연호하며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흑인 교사는 학생들이 점심시간 학교 식당에서 트럼프 선거 운동을 언급하며 “이민자 벽을 세워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교실에서도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짐을 싸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12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제저벨의 보도에 따르면 조지아 주의 고등학교 교사인 한 무슬림 여성(24세)도 학생으로부터 “당신의 머리 스카프(히잡 대신)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그 스카프를 목에 감고 자살하지 그러느냐”는 내용이 담긴 익명의 쪽지를 받았다. 쪽지에는 ‘미국!’이라고 적은 사인 아래에 성조기를 그리기도 했다.

▲ ⓒ Mairah Teli/Facebook
▲ ⓒ Mairah Teli/Facebook

또한 미국 내 자살방지핫라인(National Suicide Prevention Hotline), 크라이시스텍스트라인(the Crisis Text Line) 등 자살을 고민하거나 괴롭힘·위협을 당하는 사람을 상담해주는 크라이시스 핫라인은 트럼프 당선 이후 전화 상담 건수가 3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한편 선거 기간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백인우월주의 극우 테러집단인 KKK(Ku Klux Klan)는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며 다음 달 3일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행진을 벌이겠다고 예고해 인종 갈등이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은 CBS와의 90분 인터뷰에서 미국 전역의 혐오 범죄 행위 소식을 접하고 “(내가 이렇게 말해서) 도움이 된다면, 그만 두라고 말하겠다. 카메라에 대고 말하겠다. 그만 둬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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