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SK하이닉스가 고환율·고물가 등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최근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했다. 해당 공장은 약 4조원을 들여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통해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하려 했으나, 논의 끝에 최종 결정을 보류했다. 

이사회에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재 시점에서 증설이 필요한지 조금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황이나 향후 전망으로는 반도체 증설 자체가 여의치 않다는 게 이사회 판단이다. 또 원화 강세로 계획대로 증설을 진행할 경우 투자비용이 초기 계획보다 더 늘어날 여지도 있어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고환율·고물가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기존에 세운 투자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부지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향후 2~3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늘 것에 대비해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을 미리 확보해 놓겠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돼야 하지만, 이사회의 보류 결정에 따라 착공 연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의 가격도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 역시 최근 경기침체 따른 반도체 수요 둔화를 대비해 투자 계획을 조정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하락세에 진입한 글로벌 D램 업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중국 경기둔화 등에 따른 정보기술(IT) 수요 둔화로 한동안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최대 10%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낸드플래시도 지난해 중반 가격 상승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다 11개월 만에 가격을 내렸다.

SK하이닉스 또한 내년 자본지출을 25%가량 줄여 16조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스마트폰부터 서버까지 모든 분야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 감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초 세웠던 내년도 생산능력 확장을 재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전혀 확인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업계에선 SK하이닉스 공장 증설 보류가 향후 반도체 업계 전체의 투자 축소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삼성전자 또한  화성 반도체 공장 '이미지센서(CIS)' 생산 축소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화성 S4(11라인) 파운드리 생산량 조절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 측은 "탄력적 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업계에선 반도체 감산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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