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효성그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효성그룹 
환경·사회·지배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는 기업의 생존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수 코스가 됐다. 특히 기후변화는 국제적 민감도가 높은 만큼 기업이 브랜드의 신뢰와 사업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한다. 갈수록 ESG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20년 10월부터 기업 뿐 아니라 정부기관, 공기업들도 ESG 경영에 본격 나서며 실천에 힘쓰고 있다. 각 기업의 ESG 경영 추진 성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SR타임스는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주요 기업들의 현재 상황과 올해 계획 등을 기획 취재해 게재한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환경과 사회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가장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도록 하겠다. 이는 가격이 아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을 의미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효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기업의 정체성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경영을 좀 더 구체화하고 진화시켜 더욱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굴뚝기업에서 친환경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조 회장의 의지로 해석된다. 사실 과거의 효성은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창업 이후 섬유, 화학, 중공업 등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ESG 경영에 대한 투자 및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면서 효성도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을 했고, 친환경 전환의 중심에는 조 회장이 있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효성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0 상장기업 ESG 평가'에서 B+에서 A등급을 받았다.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A+'등급을, 효성중공업은 'A'등급을 받았다.

KCGS가 평가하는 상장사 ESG 등급은 S부터 D까지 총 7개인데 당시 S등급을 받은 회사는 없고 2.1%의 상장사만 A+등급을, 12.1%가 A등급을 받았으니 효성그룹 계열사들의 등급이 국내 상장사들 가운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효성중공업이 건립한 수소충전소.. ⓒ효성그룹
▲효성중공업이 건립한 수소충전소.. ⓒ효성그룹

◆친환경사업 속도…수소·태양광·ESS 확대

효성은 리사이클 섬유, 소·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혁신적인 섬유기술과 글로벌 무역네트워크로 고객가치 높이기 나서고 있는 것. 예컨대 효성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효성티앤씨의 섬유 사업부문은 기술력과 품질, 고객서비스 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세계적으로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충족하고자 자연 원료를 사용하는 스판덱스를 개발하고 있다.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으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판매에 들어갔다.

또 효성티앤씨는 국내 최초로 버려진 페트병의 유용성분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통해 친환경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을 생산하고 있다. 리젠은 쓰레기 매립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절감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해외의 스판덱스 생산공장을 증설하는 등 해외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의 스판덱스 수요에 대응하고 시장점유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효성중공업도 미래 전력망 시스템과 친환경 건설로 녹색성장을 이끌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산업 에너지의 핵심인 중전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설비와 전동기, 기어 등의 회전기기 사업분야에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 

또 효성중공업은 ESS, 무효전력 보상장치(STATCOM), 전력설비 자산관리 등 미래 전력망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오랜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주택사업, 업무· 상업시설, 토목·환경,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다양한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전력기기의 절연물을 친환경 소재로 바꾼 친환경 제품들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국내 시장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엄격한 기술과 품질수준이 필요한 유럽, 미주, 중동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효성중공업은 다양한 용도의 ESS도 공급하고 있다. ESS는 전력 수요가 적을 때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시 전력을 사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로, 지난해 3월 영국 최대 전력 투자개발사인 다우닝과 영국 사우샘프턴 지역에 50메가와트(MW)급 규모의 대용량 ESS를 수주함으로써 유럽시장에 진출했다. 

효성중공업은 전동기, 발전기, 기어 등 회전기기와 화학장치, 가스충전소 등의 산업기계를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대우조선해양과 친환경 하이브리드 추진 장비인 축발전기모터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 지난 2020년 정부의 친환경선 건조 의무화가 법제화됨에 따라 소형선인 관공선, 연안운항선박 및 어선에도 장착이 확대돼 수주가 늘고 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과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주택·건축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가로주택 사업 및 리모델링 등 신규 사업 부문에 진출해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국내 건축 및 주택사업 분야의 경험과 강점을 살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베트남의 건축 및 주택 건설시장에 진출했고 물류센터와 같은 비주거사업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의 또다른 핵심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는 자동차, 토목·건축, 농업, 군수 등 여러 산업분야에 적용되는 고강도 산업용 원사 및 직물과 강선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타이어코드, 자동차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 원단과 같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신소재의 자체개발 및 상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관계자는 "타이어의 경량화는 타이어 회전 저항 감소로 이어지므로 자동차 연비를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에 효과적"이라며 "자사는 타이어 경량화를 위해 고강도·전기차용 고강도 섬유 타이어코드 등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또 효성첨단소재는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한 고강도 리사이클링 폴리에스터 원사와 나일론 및 폴리에스터 재생 칩을 활용한 자동차 카페트를 개발했다. 

▲탄소섬유 '탄섬'. ⓒ효성그룹
▲탄소섬유 '탄섬'. ⓒ효성그룹

◆ 고객중심경영 체계 확립…'C-Cube' 도입

효성은 지난 2019년 고객중심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수집해 경영활동에 반영하는 'C-Cube' 활동을 도입했다. 씨-큐브(C-Cube)는 ▲고객의 목소리(VOC, Voice of Customer) ▲고객의 고객의 목소리(Voice of Customer’s Customer) ▲경쟁사의 활동(Voice of Competitor)이 함축된 단어다. 

효성은 이런 활동으로 고객 요구 등 다각화된 정보수집 뿐만 아니라, 프로세스에 따른 체계적인 실행을 통해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효성은 C-Cube에서 신규사업 발굴이라는 방향성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이를 토대로 효성의 각 부서는 신규사업 발굴 진행상황은 물론 실적을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 각 부서에서는 지속적인 기술교류회를 통해 개선사례를 공유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효성의 DNA가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 하에 전 임직원에게 C-Cube 활동을 내재화시키고자 하는 정착 활동과 주요 VOC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 주력했다"며 "앞으로 이런 활동를 더욱 강화해 성공·실패사례 분석을 통해 도출된 반성 및 개선점으로 프로세스를 더욱 진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작업장 안전보건을 기업활동에 최우선으로 하며 쾌적하고 안전한 무재해 사업장 구현을 위해 안전보건 경영방침도 수립했다.

효성은 대표를 총괄로 하는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조직을 운영하고, 반기 1회 안전위원회를 통해 안전점검 개선 결과와 공장의 안전관리 현황을 주요 안건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공장별로 안전·소방과 보건 분야에 2명의 관리자를 지정하고 공장장을 총괄책임자로 해 분기별 실행과제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매년 관리감독자와 근로자 참여하에 위험성평가를 진행해 안전관리가 미흡한 사항을 발굴하고 안전관리계획서에 반영하고 있다"며 "자사 및 타사의 사고사례를 전 공장에 공유해 유사 사고 위험이 있는 작업은 선제적으로 예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효성은 협력사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 협력사의 경쟁력은 곧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동반성장 체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효성은 사업회사별로 공급망 특성을 고려해 사업장별 구매부서에서 협력사를 총괄관리하고 있다. 산업 특성상 협력사가 많은 사업회사는 동반성장팀을 설치 및 운영하고, 이를 통해 협력사의 애로 및 건의사항을 경청하고 소통함으로써 원활하게 동반성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효성 측은 협력사의 기술역량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효성기술원과 중공업연구소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연구에 협력사도 참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사옥. ⓒ효성그룹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사옥. ⓒ효성그룹

ESG 경영위원회 확대 개편…독립성 확보

효성은 지난해 4월 기존 이사회 내 지배구조 담당 위원회인 투명경영위원회에 환경·사회분야를 포함해 ESG 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ESG 경영위원회는 기후변화를 포함한 ESG 관련 정책, 목표 수립과 리스크 관리, 투자 및 활동 계획을 심의한다. 

또 효성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과반수  이상이 되도록 구성하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독립성이 검증된 사외이사를 선임하여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해 감독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의 결의사항은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라 심의·의결되고 있다.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거나 기타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이사는 의결권의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효성은 EHS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EHS위원회는 환경(Environment) 건강(Health) 안전(Safety)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으로 대표이사와 공장장, 기술원장, 연구소장이 참여한다.  

EHS 위원회는 기후변화, 환경, 안전, 보건과 관련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또 연구개발(R&D) 위원회는 대표와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경영진이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영업, 마케팅, 개발, 연구 등 유관부서의 의견을 반영해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회사는 이사회 구성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이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정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신규 선임된 이사들을 위해 효성의 비전, 전략, 재무상황, 주요 정책 등 기업 개관에 대해 교육하고 있으며, 기존 이사에 대해서도 효성이 속한 산업의 이해도 향상을 위해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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