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는 테마파크가 주는 화려함과 문화재 파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녔다. 주차장을 지나 레고랜드로 가는 입구 인근 잔디밭에는 듬성듬성 비닐하우스들과 텐트들이 방치된 것처럼 곳곳에 있다. ⓒ최형호 기자
▲레고랜드는 테마파크가 주는 화려함과 문화재 파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녔다. 주차장을 지나 레고랜드로 가는 입구 인근 잔디밭에는 듬성듬성 비닐하우스들과 텐트들이 방치된 것처럼 곳곳에 있다. ⓒ최형호 기자

-유적공원·유물박물관 조성사업 착공조차 못해
-"문화재 100% 중 90% 방치…10% 보존이 상생?"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지난 5일 강원도 춘천시 하중도에 개장한 레고랜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는 강원도 산하 강원중도개발공사(이하 공사)가 레고랜드와 연계해 추진한 레고랜드 상가시설 부지 '특혜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공사가 자본금 각각 1억원과 1,000만원인 두 회사와 어떻게 837억5,000만원의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또 유적공원과 유물박물관 조성 사업은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맡아서 추진 중이지만, 아직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지난 14일 기자가 찾은 레고랜드는 테마파크가 주는 화려함과 문화재 파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주차장을 지나 레고랜드로 가는 입구 인근 잔디밭에는 듬성듬성 비닐하우스들과 텐트들이 방치된 것처럼 곳곳에 있다. 레고랜드 관람객을 맞이하는 이는 레고랜드를 철폐를 외치는 몇몇 시민단체와 '레고랜드=호X새끼랜드'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피켓 등이 걸렸고, 한 어르신은 "이게 나라냐. 당신이 춘천을 망친다"라며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맹렬히 비판했다. 

또다른 시민단체는 "플라스틱 장난감 레고랜드에 밀려 춘천이 파괴되고 있다"며 "하중도의 선사유적을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람객들은 이같은 풍경에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한 관람객은 "유적지가 묻힌 곳인 줄 모르고 왔다"며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레고랜드로 가는 길목에는 레고랜드 철폐를 외치는 몇몇 시민단체와 '레고랜드=호X새끼랜드'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피켓 등이 걸려 있다. ⓒ최형호 기자
▲레고랜드로 가는 길목에는 레고랜드 철폐를 외치는 몇몇 시민단체와 '레고랜드=호X새끼랜드'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피켓 등이 걸려 있다. ⓒ최형호 기자

◆ 지지부진한 개발에 잦은 설계 변경

유적공원과 유물박물관 조성사업은 공사가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개발과 잦은 설계변경은 지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앞서 공사는 지난 2018년 레고랜드 옆 11만㎡ 규모의 터에 100억원을 들여 '중도 선사유적 테마파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늦어도 2020년 12월까지 공사를 완공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이 사업은 없던 일이 됐고, 대신 281억원을 들여 유적공원과 박물관을 짓는 사업으로 변경됐다. 2023년까지 유적공원을, 2025년까지 박물관을 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사는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했고, 현재까지 착공도 못했다. 

이와 관련 공사 관계자는 "담당자가 출장 중이어서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유적 문화재 시민·사회단체들은 애초 공사가 밝힌 유적과 레고랜드의 '상생 방안'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재 100% 중 90%는 방치하고 10%만 남겨놓은 것은 결코 상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중도유적 보존, 레고랜드 철회 시민단체 등 150여 단체들로 구성된 '중도유적보존 범국민연대회의(이하 범국민연대회의)'에 따르면 레고랜드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2014년 고인돌 166기가 발굴됐다. 이 가운데 고인돌 50기가 일렬로 배열된 채 출토됐는데 당시 문화재청은 이 고인돌들을 원형 보존해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레고랜드 측은 이 고인돌들을 장애물로 판단하고, 의암호 수위를 조작하면서 이 고인돌들을 걷어냈다는 것이 범국민연대회의 측의 주장이다. 

오정규 중도유적보존 범국민연대회의 본부장은 "레고랜드 측이 한강 의암호가 만수위 되면 고인돌의 위치가 더 낮으니 침수될 것으로 판단, 고인돌을 모두 걷어냈다"며 "하지만 5개월 후 의암호 수위는 허위보고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오 본부장은 "지난 2016년 19개 고인돌 중, 철기·청동기 시대 고인돌은 물론 신석기 시대 유물까지 출토됐지만, 레고랜드 측이 이곳에 주차타워를 짓겠다고 고인돌 19개를 날려버렸다"면서 "결국엔 소중한 유적들만 없애고 주차타워도 안 지었다. 이런 식으로 보물같은 유적들을 파괴해버린 게 레고랜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도 유적들은 레고랜드 땅 속에 어마하게 묻혔기에 그거라도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고랜드 입구. ⓒ최형호 기자
▲레고랜드 입구. ⓒ최형호 기자

유적 문화재 시민·사회단체 등은 주말마다 레고랜드 앞에서 '레고랜드 철거와 문화제 중지와 유적지 원상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범국민연대회의 관계자는 "헌법까지 위반하면서 지어진 불법 건축물이 레고랜드"라며 "법치국가에서 실정법으로만 따져봐도 레고랜드는 엄연한 불법 건축물이기에 철거는 당연하다"고 했다. 

오 본부장은 "선조 묘소를 깔아뭉개고 이곳에 애들 놀이터(레고랜드)를 짓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하며 "아직도 레고랜드 안에는 많은 유적들이 묻혀있으며, 8,000년 역사의 유적들도 있다. 일례로 로마 유적은 2,000년 역사"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런 소중한 역사 유적인 조상들의 무덤은 짓밟고, 미래 세대 아이들에게 그 위에서 즐기라고 광고하는 게 레고랜드"라며 "30만평 넘는 하중도 전체가 다 유적지로 이곳은 레고랜드가 들어올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고 했다. 

오동철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사무국장도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하중도에 레고랜드를 건설하는 대신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을 보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진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애초부터 선사유적을 보호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레고랜드 전경. ⓒ최형호 기자
▲레고랜드 전경. ⓒ최형호 기자

◆ 상가 부지 매각 특혜 의혹 

레고랜드의 잡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민단체가 레고랜드 인근 상가 부지 매각을 둘러싼 특혜의혹을 제기한 것. 

혈세 낭비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공사가 하중도 관광지 내 레고랜드 인근 상가부지 6만7,600㎡(약 2만449평)을 업체 두 곳에 837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을 맺은 것을 확인했다"며 계약서를 공개했다.

범대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강원도로부터 땅을 사들인 2개 업체 모두 경기 용인시에 주소를 두고 있다. 이 중 2020년 11월 설립된 A업체의 자본금은 1억원, 지난해 8월 설립한 또다른 업체의 자본금은 1,000만원이다.

범대위는 "도의회나 도민에게 어떤 보고도 없이 이 땅을 비밀리에 특정 기업과 수의계약했다"며 "3.3㎡(약 1평)당 4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매매가격 산정 방식도 의문"이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업체는 다른 일체의 사업경력을 찾기 힘들며, 계약을 위해 급조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자본금이 불과 1억1,000만원에 불과하고, 능력도 전혀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과 수의계약을 통해 도민의 땅을 비공개 매각하려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동철 집행위원장은 "토지 매입자는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과 같이 막대한 개발이익과 시세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강원도 감사위원회가 특별감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사는 해명자료를 내며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맞섰다.

공사 측은 "해당 부지는 지방계약법 적용을 받지 않는 공사 소유로 이사회와 주주총회, 감정평가를 통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추진됐다"고 반박했다.

수의계약에 나선 배경과 관련 공사 측은 "공사는 민간개발회사(시행사)로 토지매매는 경쟁입찰 원칙이 아님에도, 서울 코엑스와 강원도의회 세미나실에서 개발사업자와 건설사, 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공개매각을 진행했으나 입찰자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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