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이정우 기자] “워낙 빡빡하게 안전관리를 해서 관련 서류를 챙겨야 할 부분이 많다. 실제 현장 안전점검까지 하다보니 일하기가 벅찬 면이 있다. 또 대표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심리적인 압박이 큰 만큼 경영활동에 제약이 있다.”

모 대기업 간부는 지난 2일 이같이 하소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6일로 시행 100일을 맞는다. 하지만 그동안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달 25일까지 접수된 산업현장의 사망사고 건수는 154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늘어난 수치다.

사망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의 안전관리 소홀 등이 확인되면 그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도를 높이는 한편 위험 사항들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해 산업재해를 감소시키는 것이 목적인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산업재해 발생 4대 주요 원인은 추락, 끼임, 충돌, 화재·폭발인데 여전히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안전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 관련 예산과 인력을 확대하는 등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은 안전비용 부담 증가분을 추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지도 모른다. 예컨대, 아파트 건설현장의 경우 안전비용 부담 증가분에 대해 공기업은 일정부분 반영해 줄 수 있겠지만 민간 조합이나 기존에 계약했던 곳은 해당 안정비용을 부담해 줄 가능성이 낮다. 때문에 안전비용 부담 증가분은 추후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돼 분양가는 더욱 올라갈 게 불 보듯 뻔하다. 분양가 상승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해외 파견자가 법 적용 대상인지 등 법 해석에 있어 명확하지 못한 점이 여럿 있다. 중대재해법 및 해설서에서는 최저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적정기준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업이 안전기준 수립 및 수립된 기준이 법을 충족하는지에 대해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소극적 대책’을 마련할 소지가 있다. 또, 최저기준이 없는 만큼 기업의 규모와 관심에 따라 안전보건에 대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산업재해 예방 실효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2024년부터 법이 적용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도 산업재해 예방 활동 노력을 유도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3일 중대재해법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안전 보건법령을 손본다고 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해당 개념을 명확하게 해야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인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기업들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안전모 미착용, 안전망 시설 미비 등 기본을 무시한 채 발생하는 인재가 적지 않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고 사업자·노동자 등의 인식이 바뀌기 위해선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의 이른 안착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하루빨리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이 보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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