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안녕하세요? SR 타임스 심우진 기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드디어 3월 25일 공개되는 애플TV+의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리뷰해 보겠습니다.

이 리뷰는 어디까지나 제 관점에서 작품을 보고 느낀 점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직접 보시는 분들의 생각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리뷰에는 작품의 스포일러 요소가 포함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또한 엠바고에 따라 3월 25일 공개되는 1화에서 3화까지의 에피소드 내용만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4화에서 8화까지의 내용은 이미 시청을 완료한 상태지만 리뷰 내용에서는 제외했습니다.

자, 그럼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파친코'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주인공 ‘선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어린 선자, 젊은 선자, 노년의 선자, 이렇게 세 명의 선자로 살았던 서로 다른 시대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됩니다.

카메라는 1915년 부산 영도의 허름한 하숙집, 그리고 1989년 북적이는 인파와 화려함이 가득한 미국 뉴욕과 일본 오사카, 도쿄 이렇게 세 나라를 오갑니다.

이 70여년 동안 4세대에 걸쳐 펼쳐지는 장대한 스케일의 대서사 연대기 안에는 재일교포의 역사와 그들의 정체성이 밀도 있게 그려집니다.

먼저 1화에서는 1915년, 하숙집을 하는 어질고 선한 선자 부모님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어렵게 태어나 살아남은 선자의 생명력과 일제에 탄압당하고 짓밟히는 민초의 삶을 그립니다.

동시에 1989년,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어려운 부동산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선자의 손자 솔로몬이 등장합니다.

2화에서는 젊은 선자가 야심 많은 중개상 한수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와 노년의 선자가 친자매나 다름없는 경희의 병시중을 드는 모습이 교차합니다.

3화에서는 사랑에 빠졌던 선자와 한수 사이에 갈등이 일어납니다. 이에 따라 복잡한 상황에 놓인 선자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하죠. 그리고 이때 선자는 자기 하숙집에 머물게 된 선교사 이삭과 만나게 됩니다.

한편 솔로몬은 전화 수화기 너머로 오래 전 미국 유학을 떠나며 헤어졌던 하나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자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 이야기들은 4화 이후부터 하나로 뒤엉켜 거대한 급류가 됩니다. 그리고 그 급류는 감정의 격랑을 불러일으키며 대서사극을 완성합니다.

먼저 이 작품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1.5세대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습니다. 이 작품에는 한국계 이민자 출신들이 주요 제작진으로 참여했습니다. 각본 및 총괄 제작자인 수 휴를 비롯해 연출을 맡은 영화 '콜럼버스'의 코고나다 감독과 영화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도 한국계 미국인이죠.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 김민하, 전유나 이 세 명의 배우를 비롯해 이민호, 진하, 지미 심슨, 아라이 소지 등 다국적 배우들이 이 작품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고 아주 환상적인 연기 조합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의 장점을 말하자면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안정적이며 인상 깊다는 점입니다.

우선 노년의 선자 역을 맡은 윤여정 배우의 연기는 정말 자연스럽고 놀랍습니다. 코고나다 감독이 언론 컨퍼런스에서 한 말 그대로 윤여정 배우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 얼굴 자체가 한국의 역사가 담긴 지도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것 말고는 달리 윤여정 배우의 연기를 더 멋지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3화 이후 에피소드에서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완전히 모든 걸 확 장악해버리는 그런 장면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영화관 대형 스크린에서 보고 싶다는 욕구가 계속 들더군요. 그만큼 저는 이 시리즈를 보면서 감동했고 계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젊은 선자 역을 맡은 김민하 배우 캐스팅도 ‘신의 한 수’입니다. 소설 속 선자 그 자체입니다. 참고로 소설에서는 선자 이름이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 배우가 맡았던 ‘순자’와 같은 이름입니다. 

아무튼 맑고 투명하고 아름다운 여인은 물론, 당차고 억척스럽게 모진 풍파를 견디며 자식들을 키워온 우리네 어머니 모습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이 밖에 조연 배우들 연기도 다 좋아요. 일본 순사 역을 맡은 배우의 어색한 한국어 발음까지도 리얼리티가 살아있죠.

프로덕션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일제에게 수탈 당하며 살던 민초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고 닳고 해진 의상이나 낡은 소품 등에서도 세밀하게 고증이 잘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사에 관한 하이퍼 리얼리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했죠.

이 작품, 사실상 8시간짜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미려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아름답고 예술적인 시네마틱 영상이 펼쳐집니다.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경험해본 것만 같은 80년대 말의 느낌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특히, 당시 일본은 버블경제 최고조 시기였습니다. 이런 부분을 경쾌한 시티팝이나 화려한 도시야경 등을 통해 그 시절 흥청망청했던 분위기까지 잘 살려냅니다. 

이 작품의 단점을 꼽자면 거의 없습니다. 제가 너무 몰입해서 보다 보니 단점이 안보이는 지도 모르겠지만 딱히 떠오르지도 않더군요. 단점이 있다고 해도 크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제가 지금까지 본 우리나라 배경 역사극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몇 가지 말씀드리면 먼저 첫 번째, 시대와 장소를 구분해주는 타이틀 자막이 영어, 한국어, 일본어로 차례대로 나오는데 미세하게 떨리면서 노이즈가 들어갑니다. 이게 마치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리얼리티와 몰입감이 높아집니다. 

두 번째, 일본어는 파란색 자막, 한국어는 노란색 자막으로 나오는데 한국어와 일본어가 혼합된 대사 자막을 통해 자이니치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정말 놀라운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민족 디아스포라 소재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은 ‘미나리’가 있죠. 이외에도 캐나다 시트콤인 ‘김씨네 편의점’이 있습니다. 이런 작품에서 ‘엄마’, ‘아빠’ 같은 단어를 영어와 섞어 쓰죠. 

‘파친코’에서는 ‘할매’ 같은 한국어를 일본어와 섞어 씁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해외에 정착한 한국 이민자들의 모습을 조영하는 점에서 이런 작품들과 공통점을 찾을 수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일제 강점기 시절의 과거와 1980년대 시점의 현재가 교차하는 플래시 백 연출이 계속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혼동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극적인 장면전환 효과를 줘서 서사에 더 몰입하게 만듭니다. 정말 훌륭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번째, 극 중 일제 강점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들을 다룹니다. 이걸 조명하는 연출 방식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정말 엄청난 감정적 고양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감정을 전 세계 시청자들이 보면서 꼭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이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 역사를 모두가 꼭 인식해줬으면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추가하자면 퓨전 스타일 오프닝 영상이 저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8화 내내 스킵할 생각이 안들더군요. 

‘파친코’사업은 일본사회 진출이 막히고 차별당했던 재일교포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담았던 생계수단 중 하나였죠. 너무나도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작품에 딱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총평을 하자면 ‘파친코’는 한 여성을 구심점으로 4대에 걸친 기구한 가족 연대기, 한국 근대사의 처절한 순간을 담은 역사극,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애처로운 재일교포 이민사를 용광로처럼 뜨거운 심장 속에서 녹여서 조형해낸 놀라운 완성도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파친코’를 10점 만점에 10점 주고 싶습니다. 마이너스 요소도 살짝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10점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해외 시상식에서 ‘파친코’가 상을 휩쓸지 않을까 나름 예상해봅니다.

애플TV+에 가입해 뭘 봐야할지 고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전 이 작품 추천 드립니다.

이상으로 ‘파친코’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좋아요와 구독 꼭 부탁드리고요. 다음에 또 다른 작품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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