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차기 회장에 내정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 패소하면서 하나금융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악재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11일 4년 간 진행됐던 채용비리 형사소송에서 함 부회장이 범죄 혐의를 벗는 이례적 무죄 판단에 환호하는 듯 했다. 하지만 14일 진행된 행정소송에 패소하면서 회장 취임과 동시에 재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행정소송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두고 하나은행장을 겸직했던 함 부회장에게 향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처분을 내리면서 벌어졌다.

문책경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함 부회장과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하나은행 측이 제기한 소송으로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만료와 새 회장 선임 이슈가 맞물리면서 초미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발단이 된 DLF사태는 2019년 벌어진다. DLF란 장단기 스와프금리 또는 국고채 등 기초자산 가격 변동률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고위험 펀드상품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설명치 않아 도덕적 비난의 불길이 하나금융 전체로 번지기도 했다.

문책경고와 6개월 업무 일부정지. 그리고 DLF사태. 비단 하나금융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유사한 사건으로 우리은행장을 겸직했던 손태승 현 우리금융회장 역시 문책경고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손 회장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재판부는 징계 처분 취소 판결을 통해 금융당국의 처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심 쟁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 여부다. 이 부분을 두고 행정법원 재판부는 우리은행 손태승 회장은 마련은 했지만 지키지 않아 DLF사태가 촉발된 것으로 봤다. 하나은행 함영주 부회장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실제 함 부회장 사건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하나은행과 함영주 전 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시간이 없다. 이번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함 부회장이 낸 금융당국의 문책경고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의 효력은 행정소송 1심 판결 후 30일까지다. 법리적으로 다툴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 임직원과 주주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취업제한 등의 불이익 때문에 재판을 시작한 것이라면, 잠시 누리려는 것을 내려놓고 권한 행사를 하는 것이 맞다. 리더가 돼서 하나금융의 실정(實情)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도 없고, 주주들에게 전달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동정(同情)을 요구하는 파렴치함을 보이는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함 부회장 본인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떠날 때를 아는 者’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괜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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