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합헌 결정의 의미를 새겨야

▲ SBS CNBC 방송 캡처 ⓒ SR타임스
▲ SBS CNBC 방송 캡처 ⓒ SR타임스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이 법을 놓고 제정 이후 무려 4년 가까이 이어진 사회적 논란과 파장은 일단락 됐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헌재가 사회적 논란과 파장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법에 합헌결정을 내린 의미를 국민 모두 잘 새겨, 법의 취지와 목적, 실효성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

헌재는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4개 쟁점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패의 원인이 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관행을 방치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국민 생활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법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한마디로 우리사회 전반, 공직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계층에 만연된 낡은 관행, 즉 부정부패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이 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사회 정의’ 와 ‘공정한 사회’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쟁점이 됐던 적용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그대로 인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재판부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어서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정당하고 했다. 이 법으로 일정한 금액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 등을 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권익침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 법으로 사학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 법이 추구하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헌재가 국민 생활의 어려움과 언론자유 위축의 우려까지 감수하면서 이 법을 인정한 것에는 지금 우리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온갖 비리와 부정 사건들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검찰간부까지 지위를 이용해 거액을 뇌물을 받아먹고, 변호사가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검찰에 로비자금으로 쓰려다 발각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정부패와 비리, 편법 타파를 외치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도가 높아져 우리사회를 병들게 하고, 나아가 잘못된 가치관과 문화까지 심어주고 있다.

이런 이유로 4년 전인 2012년 8월 ‘김영란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지지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를 거치면서 법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변질된 측면이 적지 않다. 이번에 합헌결정을 받기는 했지만 언론인과 사립학교교원이 들어간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공직자나 언론인·사립학교 교원 등이 직무 관련인에게 3만원 이상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하고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을 상한선으로 정한 시행령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실성도 현실성이지만, 이 법의 시행이 미칠 경제적 여파까지 논란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공공적 직업과 분야에 걸친 법 적용대상에 국회의원이 빠진 것에 대해 비판의 여론이 가시질 않고 있다. 단지 선출직 공직자라는 이유로 누구보다 엄격하고 청렴해야 할, 그리고 가장 특권계급의 상징으로 꼽히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신들에게만 면죄부를 준 셈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활동도 엄격히 의정활동과 사적 청탁행위인지 엄격히 구분해 이 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다.

이제 ‘김영란법’은 시행만 남았다. 그렇다고 9월 28일부터 대한민국은 완전히 달라질 것인가. ‘뇌물 공화국’ ‘돈이면 다 되는 나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자칫 이대로의 김영란법이라면, 광범위한 부작용, 상대적 차별에 의한 사회갈등을 몰고 올수도 있다.

헌재의 결정은 존중하고, 그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꼼꼼하게 다시 들여다보고 전향적인 논의를 통해 조항의 모호성이나 기준의 적정성, 구체적 실효성을 손질해야 한다. 빠진 것이 있다면 채워 넣고, 억지가 있다면 빼야 한다. 국민의 일상과 밀접한, 그리고 우리의 미풍양속까지 움츠려들게 하는 문제도 합리적으로 다시 다듬어야 한다.

국회에는 이 법과 관련한 개정안이 이미 4건이나 발의돼 있다. ‘김영란법’의 가치와 헌재 결정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리고 누구보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얼마나 낡은 관행에 집착하고, 특권의식에 사로잡혀있는지를 안다면, 서둘러야 한다. 당파나 이념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의 특권을 내려놓고 깨끗한 사회, 공정한 법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 국민 모두가 수긍하고, 기꺼이 지키려는 ‘김영란법’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