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 희미한 노스텔지어 끝자락에서 완벽 부활한 액션X호러X코미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완벽한 세대교체다. 전작의 오리지널 팬들에게는 노스텔지어를, 시리즈를 새로 접하는 MZ세대에게는 뉴트로의 감성과 매력을 전달하기 충분하다. 배경은 현재 시점이지만 정밀하게 설계된 1980년대 프로덕션 디자인이 그 시절을 기억하는 관객에게 타임머신 같은 기시감을 안긴다.

여기에 스티븐 스필버그와 로버트 저메키스가 전성기에 만들어냈던 ‘레이더스’(1981), ‘E.T.’(1982), ‘구니스’(1985), ‘백 투 더 퓨처’(1985)같은 1980년대 상업영화만의 미장센 그리고 음악의 풍미도 그대로 살아있다.

엄청난 인기와 막대한 흥행수입을 거두며 한 시대를 휩쓸었다 해도 추억 속에 잊혀가는 프랜차이즈 영화는 세대를 뛰어넘어 성공하기 쉽지 않다. 수십 년 전 감성을 되살리는 것도, 새로운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새로운 '로보캅'은 가벼움을 남겼고 '터미네이터'는 2편을 넘어서지 못하는 실망감을 계속 안겼다. '스타워즈'는 데드스타처럼 파괴되어 스핀오프 작으로 명맥을 유지 중이다. 다행히 '배트맨'과 '매드맥스'는 걸작으로 돌아왔지만 '고스트버스터즈'는 2016년 그만 흑역사를 만들어버렸다.

'고스트버스터즈'는 그렇게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버지 이반 라이트맨 감독이 만든 '고스트버스터즈 2'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은 이 망가진 프랜차이즈를 이 악물고 제대로 되살려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성공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무대는 '고스트버스터즈'의 무너진 신화처럼 쇠락한 외딴 시골 마을 섬머빌에서 시작된다. 집세가 밀려 살던 곳에서 쫓겨난 싱글맘 캘리(캐리 쿤)는 아들 트레버(핀 울프하드), 딸 피비(맥케나 그레이스)를 데리고 섬머빌의 한 농장에 도착한다. 요한계시록의 한 구절이 적혀 있는 입구에서부터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이 농장의 흉가는 갑작스럽게 캘리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녀에게 남긴 유산이다.

캘리는 가족을 돌보지 않고 떠난 아버지를 평생 원망하며 살아왔지만 당장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 집에 머물기로 한다. 시골 마을 생활이 쉽지 않은 캘리와 달리 아이들은 그럭저럭 적응해 간다. 트레버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괴짜 천재 피비는 과학적 대화가 통해 어딘가 죽이 잘 맞는 교사 그루버슨(폴 러드)를 만난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그루버슨은 꿈의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교사로서의 열의가 없는 그는 학생들에게는 수업 대신 '쿠조'와 '사탄의 인형' 같은 1980년대 공포 영화만 보여준다. 그러면서 섬머빌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지진 사건 조사에만 매달리고 있는 진정한 ‘월급 루팡’이었다.

본업이 지질학자인 그루버슨은 1984년 맨해튼 유령 퇴치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인물로 세대 간 가교 구실을 담당한다. 또 원작의 빌런인 '고저' 이야기를 캘리와 함께 재구성해내는 중요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영화에는 전작을 추억하는 관객이 반길 만한 소품들이 흉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을 시작으로 인물, 대사, 유령 등이 이스터에그처럼 등장해 감정적 가치를 듬뿍 담아 펼쳐보인다.

초대 고스트버스터즈인 이곤 스펭글러(해롤드 래미스)와 레이 스탠츠(댄 애크로이드)가 개발한 유령 포획 무기 '프로톤팩'과 캐딜락 '엑토-1'은 단순한 서비스 차원의 복원을 넘어선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짜릿한 뉴트로 어드벤처 액션 중심에 선다.

CD도 아닌 7인치 EP 도넛반이 돌아가는 주크박스가 있는 20세기 풍 식당에서 십 대들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학교에선 USB 메모리 카드와 인터넷 OTT, 태블릿 대신 철제 선반 위 VHS 아날로그 비디오와 브라운관 TV가 아직도 현역 시청각 학습 기기다.

휴대전화 신호가 잘 안 터지는 동네라서인지 스마트폰만 온종일 쥐고 사는 사람도 없다. 경찰서 PC 모니터 정도를 빼곤 섬머빌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간 듯 의도된 과거 세계로 꾸며져 있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먹깨비 유령이 등장하고 "Who ya gonna call? (누구에게 전화할 거야?)" 같은 대사가 꽤 감각이 좋은 코미디와 섞여 튀어나올 때쯤 미국 경제 호황기와 레이건 정부 시절 그리고 이제는 스타벅스로 바뀐 고스트버스터즈 본부를 기억하는 과거 인물과 귀여운 마시멜로맨이 등장한다.

1984년 '고스트버스터즈'와 1989년 '고스트버스터즈 2'를 계승하는 정식 3편인 이 영화는 리부트에 대한 교과서적 성취를 이뤄냈다. 아이들은 명맥을 잇지 못한 채 어영부영 지나온 부모 세대의 30여 년을 뛰어넘어 곧장 3세대 고스트버스터즈 타이틀을 이어받는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액션 호러 코미디라는 복합장르를 개척했던 오리지널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완벽하게 재현한 것은 프로덕션만이 아니다. 1세대 고스트버스터즈의 가치를 재발굴해내는 피비는 외모와 성격, 그 어떤 면을 봐도 진정한 전설 계승자 캐릭터다. 마블 영화 '앤트맨'으로 인지도가 높은 폴 러드와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의 뉴트로 이미지 스타 핀 울프하드는 그저 간판일 뿐, 이 영화의 원톱 주인공은 이곤 스펭글러의 유니폼에서 '크런치' 포장지가 발견되는 순간부터 피비 역의 맥케나 그레이스에게 넘어간다.

과거 유산을 이어받은 이 영화는 원작보다 주관객 연령을 낮춰 키즈 무비로 재탄생 됐다는 부분이 단점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의 활약은 가족용 어드벤처 영화의 모양새를 갖춰주면서 성공적인 리부트를 이뤄냈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OST도 만족스럽다. 레이 파커 주니어의 시그니처 사운드트랙 'Ghostbusters'가 변함없이 흥겨운 감성을 자극하고 맥케나 그레이스가 직접 부른 'Haunted House'는 영화의 여운을 깊게 한다.

지난 2014년 타계한 해롤드 래미스에 대한 헌사가 담긴 이 영화에는 오리지널 캐스트인 빌 머레이, 댄 애크로이드, 어니 허드슨, 애니 포츠가 본편에 등장한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첫 번째 쿠키 영상에 함께 등장한다. 유령 퇴치 사업을 이어받은 뉴 제네레이션 고스트버스터즈의 활약을 예고하는 이 영화의 쿠키 영상은 2개다.

만약 시리즈 전통을 이어받은 4편이 제작된다면 인스타·트위터 아이디가 'logan_kimchi'인 팟캐스트 역의 로건 김과 럭키 역의 셀레스트 오코너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후속편도 기대해볼 만 하다. 일반관과 IMAX, 돌비시네마 특수 포맷관에서 오는 12월 1일부터 상영된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소니 픽쳐스

◆ 제목: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영제: Ghostbusters: Afterlife)

◆ 감독: 제이슨 라이트맨/제작: 이반 라이트맨

◆ 출연: 맥케나 그레이스, 폴 러드, 핀 울프하드, 캐리 쿤

◆ 수입·배급: 소니 픽쳐스

◆ 러닝 타임: 124분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국내 개봉일: 2021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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