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을 인지하는 엔딩에 이르러 빠져드는 끝 모를 심연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순간을 장악하는 제목과 음악[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마침내 또 다른 낯선 땅 오클라호마에 이르렀다. 낮에는 기근에 시달리고, 밤에는 굶주린 늑대가 배회하는 땅. 이 그림에서 늑대들을 찾을 수 있는가? - ‘플라워 킬링 문’(2023) 중 ‘오세이지족의 문화와 역사’에서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오스카 수상작 ‘드라이브 마이 카’(2021)에서 음악을 맡았던 이시바
“반 민초, 노 파인애플 피자, 부먹파...하지만 취향 열려 있어”“이병헌 감독, 연출자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서 만남 행복하고 행운”“류승룡 배우와 함께 호흡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영광”“독특한 인물에 대한 강박 없어...대체 불가한 캐릭터로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LTNS’, ‘멜로가 체질’, ‘쌈, 마이웨이’, ‘응답하라 1988’에서 개성 가득한 캐릭터 열연을 펼친 배우 안재홍. 그가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 이어 ‘닭강정’을 통해 캐릭터 장인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신들린 연
절제된 감정으로 시간을 초월해 조각한 아름답고 애절한 기억의 필름[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던 두 사람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 감각적인 연출, 한국적 정서를 담아낸 이 로맨스 영화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12살 초등학교 동급생 해성(임승민)과 나영(문승
아름다운 미장센 속에서 스스로 연민할 기회를 얻다[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불쾌한 우화적 이야기 '송곳니', 로맨스 블랙코미디 '더 랍스터',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킬링 디어', 권력과 욕망을 다룬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등 자신만의 독창적인 비주얼과 연출력으로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아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그가 여덟 번째로 내놓은 작품은 알라스데어 그레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가여운 것들‘이다.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기 전 벌거벗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 작품 속의 여주인공은 순수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부정할 수 없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농경문화에 뿌리를 둔 한국 전통신앙은 땅을 생명의 근원으로 여긴다. 지력이 강한 땅을 차지할수록 기근에서 벗어나 장수할 수 있으며, 식솔들을 먹이고 남는 곡식은 팔아 부를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배산임수 명당에 집이나 조상 묘를 얻으면 대대로 부귀영화와 장생을 얻을 수 있다는 풍수지리에 대한 믿음이 뿌리깊다. 겉으로는 미신 취급 받는 풍수지리가 21세기에도 대다수 한국인의 의식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해맑게 던지는 촌철살인의 사회풍자극[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일본 작가 에모토 마사루는 자신의 저서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통해 물은 생명이고 에너지의 전달 매체이며 의식을 갖춘 존재라고 주장한다. 물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 존재이며, 좋은 말을 하면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도 예쁜 결정체가 되어 몸이 건강해진다는 게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주장하는 바는 너무나 황당무계하지만 좋은 말, 착한 말을 하며 살면 몸에 좋다는 주장이 우리나라 교육계의 입맛에도 잘 맞았는지 학교 권장도서로 지정되
웅장한 영화적 경험, 무게감이 더해진 액션 시퀀스[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법과 의무가 종교에 의해 하나가 되면, 사람은 결코 자신을 완전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이때 사람은 항상 개인보다 약간 못한 존재가 된다. - 이룰란 공주의 ‘무앗딥: 우주의 99가지 불가사의’ (프랭크 허버트 ‘듄’ 1권 중, 황금가지)(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베네 게세리트의 90세대에 걸친 원대한 퀴사츠 해더락 교배계획이 뒤틀어진 것은 예정에 없던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의 탄생에서 비롯됐다. 레토 아트레이데스 1
죽이고 보니 죽어 마땅했다?!...딜레마 속의 딜레마[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오는 9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파격적인 스토리로 화제를 불러모은 꼬마비 작가의 동명 웹툰 원작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이 리뷰에는 시리즈 1~ 4화까지의 내용 중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제대한 지 6개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중인 복학생 이탕(최우식)은 취업 준비보다는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의지를 다지기 위해 캐나다 풍경 그림까지 주문했다. 하지만 자취방 벽에 못을 박을 망치가 없
초고령화 국가 진입을 앞둔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영화 '플랜 75'는 옴니버스 영화 '10년'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 영화를 장편화한 작품이다. 다섯 명의 신예 감독이 각자의 시선으로 10년 후 일본의 모습을 조명해 낸 '10년'은 '어느 가족', '괴물'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직접 작품 기획서를 검토하고 신인 감독을 선발하며 제작을 총지휘한 작품이다.영화는 일본 정부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자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75세 이상 국민의 안락사를
달콤한 노스텔지어를 선사하는 판타지 뮤지컬 패밀리 무비[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31일 개봉한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영화 '웡카'는 가진 것은 달콤한 꿈과 낡은 모자뿐인 윌리 웡카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기까지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7년 동안 배를 타고 7대양을 여행한 마술사이자 초콜릿 메이커인 윌리 웡카는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육지에 발을 딛는다. 한평생을 초콜릿 연구에 바친 웡카는 자신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냉정하게 난도질하는 승자 없는 슬로우 버닝 스릴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추락의 해부’는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으로,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쥐스틴 트리에), 여우주연상(산드라 휠러), 각본상, 편집상 후보에 올라 크게 주목받고 있는 웰메이드 영화다. 특히 주연을 맡은 독일 출신 배우 산드라 휠러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음향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도 출연했다. 그녀가 참여한 두 작
탄탄한 연출과 연기력으로 일궈낸 가독성 높은 소시민 영웅 서사[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경찰청은 지난해 7월까지 악성사기 척결을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해 총 3만1,142건의 사기사건에 연루된 3만9,777명을 검거하고 그중 2,99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전세 사기, 보이스피싱 사기, 가상자산 사기, 사이버 사기, 보험 사기 등이 포함된 7대 사기범죄는 단속이 강화될수록 점점 더 악질적이고 지능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시민덕희’는 치밀한 수법으로 수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보이스피
가족의 성장에는 모든 순간마다 기적이 존재한다[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청둥오리는 물이 많은 곳을 찾아 플로리다 지역까지도 이동하는 겨울 철새다. 우리나라에서는 물과 먹이가 풍족한 호수공원이나 저수지가 많아지면서 텃새화된 경우도 있다. 일루미네이션이 7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오리지널 스토리의 영화 ‘인투 더 월드’(원제: Migration)는 연못에 웅크리고 살고 있던 텃새 청둥오리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이 다시 철새가 되어 세상 밖으로 향하는 모험의 여정을 담은 이 액션 어드벤처 가족 영화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우정·사랑·가족애, 한 곳에 모여 빛나다[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오는 10일 개봉하는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현재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이 리뷰에는 영화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외계+인’은 1부와 2부로 서사가 나뉜 SF 판타지 영화다. 2부를 보기에 앞서 2022년 개봉한 1부의 예습 혹은 복습은 필수다.그 때문에 사전 준비가 안 된 관객을 위해 시작과 함께 약 5분 정도의 요약 영상을 제공한다. 또한
아는 맛을 더 맛있게...청춘을 위한 웰메이드 코미디[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흥행의 귀재 이명우 감독의 다이내믹 청춘 활극 시리즈 ‘소년시대’는 1989년 충청남도를 배경으로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온양 찌질이 병태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다.(이 리뷰에는 시리즈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철없는 아빠를 따라 야반도주하는 병태(임시완)는 감정에 복받쳐 울음을 터트린다. 정든 온양 땅을 갑자기 떠나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전학 갈 부여농고에서도 일진들에게 얻어
집, 음식, 음악으로 엮어나가는 정서적 치유감[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지금, 만나러 갑니다’, ’조 블랙의 사랑‘, ‘시티 오브 엔젤‘, ‘철도원’ 등 많은 작품에서 차용된 산 이와 죽은 이가 이분된 세상을 넘어 만난다는 판타지 설정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특히 먼저 떠나보낸 가족이나 연인이 있는 관객에게는 더욱 큰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육상효 감독과 유영아 작가의 앙상블로 탄생한 따뜻한 판타지 영화 ‘3일의 휴가’도 같은 부류의 영화다. 다만, 이 영화는 판타지 세계관 안에서 구축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현실의
126분 동안 정밀하게 작동하는 감정의 태엽장치[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참, 내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그건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中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호수의 마을에는 분노의 색처럼 불타는 건물이 있다. 휘슬 장난감 소리가 외롭게 허공을 가른다.등교하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에게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물병을 챙겨준다. 남편과 사별한 그녀에게 미나
연애 세포가 부활하는 따뜻한 로맨스[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은 “사랑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 모르는 '노팅힐' 같은 사랑을 기대하고 소망한다. 그것이 비록 ‘희망고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여기 사랑의 희망고문은 커녕 ‘혼자가 좋다!’라고 외치는 남자가 있다. 1타 논술 강사 영호(이동욱)는 감성과 허세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는 인플루언서다. 느낌 있는 사진
맹목적 탐욕으로 얼룩진 비극의 역사를 헤집는 통렬한 플래시백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비트', '태양은 없다', '감기',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은 1979년 12월 12일 발생한 군사반란 실화를 모티브로 인물과 사건을 상상의 영역에서 재창작해 영화 ‘서울의 봄’을 선보인다.(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1979년 10월 26일, 18년간 권좌에 있던 대통령이 돌연 살해된다. 그날 서울 육군본부 벙커에는 대한민국 국방을 책임지던 장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비상국무회의가 시작되고 최한규 국무총리(정
일상 서사의 재미를 쾌락적 소모로 끝맺음하지 않음에 감탄[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더 많은 관객을 만나야 한다는 사명을 지닌 수많은 영화가 이 순간에도 그럴싸한 나름의 서사를 제시하며 영화관에 걸린다. 매우 평범한 일상의 편린들을 모으고 조립해 관객에게 선보인다는 것은 꽤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영화는 영화관을 찾은 관객에게 제대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관객의 이목을 끌기 위한 극적 모멘트를 강박적으로 내재하려 한다. 일상을 찍어 스크린에 비춰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밋밋함 위에 특별함을 덧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