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개보위 배상안 불수용...소비자원 변수 되나
소비자원 ‘분조위’, 보상안 조만간 발표 예정
SKT 전 고객 대상 7조 비용 ‘부담’…금액 등 조정할 듯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SK텔레콤이 해킹사태로 인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정안을 불수용한 가운데 소비자원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 발표도 앞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로 인한 SKT의 입장 변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T는 지난 5일 개보위 분조위 결정문을 통보받은 이후 법률 검토를 거쳐 조정안 수락이 어렵다고 보고 지난 20일 개보위에 불수락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했다. 분조위 조정은 양측이 모두 수락해야 성립되며, 거부 시 조정이 불성립되면 절차는 종료된다. 이후 신청인은 민사소송을 통해 권리를 다투게 된다.
SKT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7조원에 달하는 배상 총액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조정 신청인은 3,998명(집단조정 3건·3,267명, 개인 신청 731명)으로 전체 피해 추정치 대비 약 0.02%에 불과하다. 같은 기준을 전체 피해자 약 2,300만명에게 적용할 경우 총 배상액은 6조9,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전날 소비자원 소비자 분조위도 SKT의 유심 해킹 사고에 관한 집단분쟁조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분조위는 심의를 통해 해킹사고 피해 소비자 수가 50명 이상인 데다 사건의 중요 쟁점이 법률상 공통돼 집단분쟁조정 절차 개시 요건을 갖췄다고 보고 지난 9월 1일부터 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분조위는 SKT가 조정결정 내용을 수락할 경우 보상계획안을 제출받아 조정 신청을 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일괄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이 조정 역시 강제성은 없다. 한 법조인에 따르면 소비자원 분조위의 조정안도 개보위와 동일한 1인당 30만원 수준의 보상을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T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12.2%, 90.9% 줄어든 3조9,781억원, 484억원을 기록했으며 순손실도 1,667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4월 드러난 대규모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여파로 7월 위약금 면제 조치를 시행하며 가입자 이탈이 늘었고, 8월에는 통신 요금 50% 감면과 각종 보상 프로그램 시행으로 이동전화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SKT는 현재 '고객 감사 패키지'를 통해 통신 요금 감면, 데이터 추가 제공, T멤버십 제휴사 할인 등 총 5,000억원 규모의 혜택을 8월부터 순차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보위 분조위의 조정안이 7조원에 달하는 만큼 즉시 납부하는 것은 SKT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SKT는 소비자원의 조정안에 따라 금액과 혜택 등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SKT가 개보위 분조위 조정안을 불수용한 상태이지만 보상을 원하는 이용자는 소비자원의 지원을 통해 소송을 이어갈 수 있으며 다수의 이용자들도 법무법인 등을 통한 단체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이와 별개로 소비자원 분조위에서 전체 이용자 대상 조정안을 권고할 경우 SKT측에서도 다른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은 온명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SKT의 분조위 조정안 불수용은 예상했던 결과”라며 “다만 이번 해킹피해가 막을 수 있었는데도 피해를 키운데 따른 SKT의 ‘인재(人災)’라는 측면이 크다는 점이 감안돼 보상 금액이 커진 것인 만큼 회사 측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회복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와 별개로 지난 10월말 SKT에 과징금과 시정조치, 과태료 처분을 담은 의결서를 송달한 상태다. 개보위는 SKT가 안전조치의무를 소홀히 해 유심(USIM)을 비롯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보고 과징금 1,347억9,100만원을 부과했다. 또 정보 주체에 대한 유출 통지를 지연해 신속한 피해 확산방지를 소홀히 한 행위에 대해 과태료 96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따른 과징금과 과태료는 의결서 송달받은지 3개월 이내에 납부해야 한다. 다만, 기업은 과징금 등에 관한 의결서 수령시 우선 납부한 이후, 행정소송에서 승소할 경우에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