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적은 웃는데, 민심은 멀어진 카카오

2025-11-25     윤서연 기자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올 하반기 내내 카카오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단행한 카카오톡 전면 개편은 ‘편리함’보다 ‘피로감’을 키웠고, 잇따라 불거진 조직문화 논란까지 겹치며 신뢰도가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고용노동부는 상시적으로 진행하던 근로감독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카카오에 대한 감독 착수를 별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통상적인 감독에도 불구하고 노동부가 기업명을 전면에 내세워 알린 것은 카카오가 최근 여러 방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여기에 최근 카카오맵 친구 위치 공유 기능 업데이트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는 “점점 불필요한 기능만 늘어난다”는 반응과 함께 카카오에 대한 기대감 자체가 사라졌다는 냉소가 나온다.

여러 지적과 우려가 오가고 있지만 카카오의 숫자상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카카오는 트래픽 증가와 매출, 영업이익 개선을 내세우며 숫자상으로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늘어난 2조866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9.4% 증가한 2,080억원을 기록했다. 민심과 실적 사이의 그래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카카오 입장에서 이번 카톡 개편 사태가 억울하게 느껴질 만한 점도 없지는 않다. 광고주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출 지면이 필요하고, 경쟁 플랫폼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서비스 체류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일상 속 카카오’를 내세운 전략 역시 숫자만 놓고 보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듯하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문제 삼는 것은 그 과정에서 정작 ‘일상 속 이용자’의 감정을 얼마나 계산에 넣었느냐는 점이다. 앱을 열 때마다 늘어나는 광고, 동선이 꼬이는 개편, 내 위치·관계 정보까지 더 깊숙이 들여다보려는 듯한 기능은 카카오를 ‘생활 인프라’가 아닌 ‘생활 간섭자’에 가깝게 만든다.

문제는 카카오가 겪는 위기가 단순한 기능 논란을 넘어 신뢰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 번 금이 간 신뢰는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는 이용자 기반 위에 세워진다. 카카오도 그렇게 성장해 ‘국민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숫자로만 보면 트래픽이나 실적 모두 긍정적이라는 말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카카오톡을 대체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지표가 얼마나 유의미한지는 되물을 필요가 있다. 이 트래픽이 ‘애증 섞인 의존’의 결과인지, ‘기꺼이 선택한 사용’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후자에 대한 확신이 약해질수록 플랫폼이 흔들릴 때 이용자 쏠림은 더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용자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진정한 경청은 곧바로 매출 극대화 공식을 다시 짜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 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위치·관계·채팅 데이터처럼 생활 전반을 관통하는 정보를 쥔 플랫폼일수록 단기 실적보다 ‘어디까지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경계가 먼저 설정돼야 한다. 불편을 줄이는 개편인지, 불편을 감수시키는 수익화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 검열이 필요한 이유다.

카카오는 오는 12월,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친구 탭 개편을 이전 구조로 되돌리는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카카오의 최대 이슈였던 15년 만의 대대적 개편은 공개한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4분기 막바지에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이용자들이 카카오에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UI 변화로 일상을 뒤흔들지 말 것, 공적 영역에도 깊숙이 침투해 있는 만큼 사생활에 있어서는 최대한 보수적일 것, 광고와 추천은 ‘생활 편의’라는 이름을 빌린 침투가 아닌지 스스로 되물을 것 등이다. 생활 인프라를 자처하는 플랫폼이라면, 이 정도의 책임은 실적표 밖에서라도 자발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숫자는 당장의 선방을 말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민심이 돌아선 뒤 그 숫자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카카오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윤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