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진의 리뷰] '주토피아 2', '주디&닉' 완벽 콤비…최고의 가족 오락 영화 

2025-11-26     심우진 기자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타고난 것은 바꾸지 못한다는 세상의 편견을 깨고 주토피아 사상 최초 토끼·여우 콤비로 자리매김한 주디 홉스(지니퍼 굿윈)와 닉 와일드(제이슨 베이트먼)는 '주토피아 2'에서 다시 미증유의 사건 한복판에 서게 된다. 이들의 모험은 단순한 범죄 해결 서사를 넘어, 전작에서 제기되었던 ‘차별’과 ‘편견’이라는 난제를 보다 확장된 세계관 속에서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전개한다.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악을 일망타진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주디의 정의로운 사명감은 이번에도 지나칠 정도로 불타오르고, 때로는 합리적 판단을 넘어서는 무모한 행동을 촉발하기도 한다. 모든 포유류의 공존을 가능하게 한 '기후장벽' 발명 100주년 기념식이 임박한 상황에서 주디는 닉과 함께 시키지도 않은 잠입 수사에 돌입해 큰 소동을 일으키며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또다시 조직 내 사고유발 골치덩이 콤비로 낙인찍힌 주디와 닉에게 보고 서장(이드리스 엘바)은 ‘위기에 빠진 파트너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지시한다.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디는 닉과의 협업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해보지만, 실제로는 사소한 신호들이 누적되어 파트너십에 균열이 형성되고 있었다. 이는 전작에서 구축된 '이종 간의 이상적 연대'라는 상징적 관계가 후속편에서는 현실적 갈등과 고민의 단계로 발전했음을 의미한다. 주디와 닉은 여전히 편견을 깨고 토끼와 여우가 환상적인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외부 세계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한편, 기후장벽을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링슬리 가문의 100주년 파티를 앞두고 수상한 첩보를 입수한 둘은 또다시 허락받지 않은 잠입 수사에 나선다. 그 자리에서 주디는 링슬리 가문 내부에서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포버트를 처음으로 마주한다. 곧이어 기후장벽 발명 과정을 기록한 일기장을 노리는 의문의 독사 게리(키 호이 콴)가 등장하면서 파티장은 순식간에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소동으로 인해 주디와 닉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쫓기는 신세가 되지만, 미스터 빅(모리스 라마시)과 그의 딸 프루프루(레아 라담)의 도움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다. 둘은 게리를 검거해 사건의 진상을 바로잡을 목적으로 '습지 마켓'으로 향하지만, 예상과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거대한 위기 상황 속에서 100년 동안 감춰왔던 비밀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16년작 '주토피아'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손꼽히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은 이유는, 이질적 존재 간의 편견·차별 문제를 정교한 은유 구조로 풀어낸 기획력과 캐릭터 중심 서사의 균형감 덕분이다. 후속작 '주토피아 2' 또한 이러한 주제를 강화하면서, 세계관 확장과 새로운 장르적 장치를 활용해 더욱 입체적인 서사적 실험을 시도한다.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연출에는 전작과 '엔칸토: 마법의 세계'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두 차례 받은 바이론 하워드가 참여하고, '주토피아'의 각본을 담당했던 재러드 부시가 리치 무어 감독의 뒤를 이어 공동 연출자로 합류했다. 이번 작품은 특유의 시각적 유려함과 정서적 디테일이 유지되는 가운데, 버디물의 리듬과 수사극의 긴장감이 보다 명징하게 배합되었다는 점에서 연출적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최고의 콤비로 돌아온 주디와 닉의 케미스트리는 강력하고 완벽하게 작동하며, 최고의 가족 오락 영화로서의 스펙터클한 시네마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작은 주디와 닉 각자의 성장 과정 에피소드와 내면의 감정 흐름을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게 묘사하며 캐릭터에 대한 정서적 친밀감을 단단히 구축했다. 또한, 먹이와 포식자 관계의 부정적 편견을 부수며, 최고의 콤비 플레이와 파트너십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로서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번 작품에서 드디어 공식적인 경찰 드림팀으로서 출발점에 서게 된 주디와 닉은 시작부터 텐션을 올리며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전력 질주한다. 하지만, 철저한 완벽주의자이자 집단적 본능이 강한 수다쟁이 토끼 주디와, 독립성과 여유로움을 기반으로 문제에 대응하는 넉살 좋은 여우 닉의 상반된 성향은 사건 해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충돌한다.

주디와 닉에게 찾아온 '파트너십 권태기'는 단순한 코믹 요소가 아니라, 서로 다름의 연대 관계가 유지되기 위한 상호 이해와 조정의 필요성을 서사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영화적 장치로 기능한다.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토피아 2'는 고전 형사 버디물 클리셰를 긍정적인 의미에서 아주 적극적이고 다층적으로 활용한다. 카체이싱 장면 등에서는 '마이애미 바이스', '리썰 웨폰', '나쁜 녀석들', '러시 아워', '스타스키와 허치', '최가박당' 같은 버디 액션 영화들이 가진 특유의 거친 질감과 리듬감을 차용해 극적 활력을 불어넣는다. 액션에 녹아있는 감정적 긴장감을 추진제 삼아 미완성 상태인 둘의 미적지근한 신뢰 관계를 강력하고 끈끈한 유대 관계로 승화시킨다. 

이밖에도 무너지는 건물에서의 '인디아나 존스' 스타일 액션활극 그리고 새로 소개되는 주토피아 공간인 습지 마켓에서의 워터 튜브 추격 장면 등 각 액션 신마다 별개의 레퍼런스를 가져와 영화적 톤을 입힌 덕분에 시퀀스 단위의 완성도 또한 높은 작품이다. 다만, 습지에 사는 반수생 동물들의 생태나 파충류만의 비밀 아지트 공간 장면 연출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점만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새로운 시도들은 성공적으로 작동한다.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번 작품은 포유류의 낙원 주토피아 탄생 비화와 그 범주에서 배제되어 100년 동안 소외되어온 파충류의 이야기를 미스터리적 장르 포맷으로 밝혀나간다. 여기에 더해 사막, 습지, 설원, 산악 지역 등 다양한 공간적 스펙트럼의 생태 구역과 기후가 공존하는 주토피아의 공간을 역동적으로 활용해 세계관의 층위를 확장하고 풍성한 영상미와 즐거움을 안긴다. 이로써 영화는 단순한 수사 활극을 넘어 공간탐험과 잠입 미션을 결합한 복합장르로 진화해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고 극의 스케일을 한 단계 더 키워 시각적 경험을 높인다.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또한, 영화 곳곳에는 '샤이닝', '양들의 침묵', '라따뚜이' 등 고전 명작에 대한 오마주가 배치되어 코믹한 텍스처를 형성한다. 이번 편에서도 '대부'와 '007' 패러디인 미스터 빅 패밀리를 비롯해 플래시 슬로스모어(레이먼드 퍼시)가 재등장해 아이러니한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월트디즈니 컴퍼니 CEO인 밥 아이거 등 스페셜 카메오 목소리 출연자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주토피아 2'는 인간사회의 인종, 문화, 이념 갈등을 동물이라는 상징적 장치로 재현해 개인 시점에서는 신뢰와 파트너십의 성장을, 사회적 차원으로는 편견 타파와 화합 과정을 탐구한다. 전작이 편견을 직시했다면, 이번 작품은 더욱 복잡한 공존의 형태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하며 ‘함께 살아간다’라는 말의 무게감과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아울러 고전 버디 액션의 유산 속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주디와 닉은 이번에도 여전히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매력적인 콤비임을 증명해낸다. 종을 넘어선 우정과 로맨스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주디와 닉, 그리고 후속편을 암시하는 마지막 쿠키 영상은 '주토피아 3'가 펼칠 새로운 여정을 기대하게 만든다.

▲'주토피아 2'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목: 주토피아 2 (Zootopia 2)

목소리 출연: 지니퍼 굿윈, 제이슨 베이트먼, 키 호이 콴 외

감독: 바이론 하워드, 재러드 부시

음악: 마이클 지아치노, 에드 시런

수입/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관람 등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개봉일: 2025년 11월 26일 

평점: 7.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