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노조위원장 3파전 ‘치열’…‘현직 vs 변화’ 격돌, 사법리스크 변수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우리은행 노동조합의 차기 노조위원장을 뽑기 위한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위원장을 가리는 1차 투표는 오는 12월 2일 진행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제10대 노조위원장 선거에는 박봉수 현 위원장(49)과 이동혁 후보(43), 최인범 후보(46) 등 총 3명이 최종 후보로 등록했다. 세 후보는 각각 선거 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세 후보 모두 ‘현금복지 확대’와 ‘직원 중심 노조’를 공통적으로 내세운 가운데, 현 집행부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박 위원장과 ‘정상화·개혁’을 내걸고 변화를 주장하는 이동혁·최인범 두 후보가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기호 1번 최인범, ‘직원 섬기는 노조’…조직·업무 개편 강조
기호 1번 최인범 후보는 ‘직원을 섬기는 노조’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며 조직·업무 전반의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불공정은 분노를 낳고, 불통은 불신을 만든다”라며 현 집행부의 고압적인 소통 방식과 성과 미흡을 지적했다. 실제로 노조 안팎에서는 “직원들을 VIP 고객으로 섬기겠다”고 밝힌 최 후보가 영업점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인범 후보 선거 캠프는 서진원(수지동천지점 차장), 정훈(IT그룹 차장), 이현아(선부동지점 과장) 등으로 구성했다.
최 후보의 대표 공약으로는 성과급 500%, 꿀머니 500만, 우리사주 500주를 결합한 ‘트리플500’이다. 여기에 폴더블폰·노트북 1+1 지급 등 복지성 공약도 내놨다.
또한 영업점·본점 창구에서 제신고·상속·HUG·SR 등 혼재되는 업무를 전담센터로 이관해 ‘잡업 없는 창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KPI 대폭 축소, 감점제 폐지, 민원 부담 경감 등 현장 체감도가 높은 제도 개선도 제시했다.
IT·사무지원 등 직군별 공약도 별도로 내세웠다. IT 직군에 대해 승진트랙 신설, 보안검색대 폐지, 모니터·의자 교체 등 실질적 근무환경 개선이 담겼다.
◆기호 2번 이동혁 “노조다운 노조”…정상화·개혁 전면 내세워
기호 2번 이동혁 후보는 현 집행부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그는 “노조다운 노조를 만들겠다”며 기존 노조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내부에서는 박봉수 위원장 캠프에서 이탈한 일부 인사들이 이 후보 캠프에 합류하거나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꿔야 바뀝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변화’에 대한 조직 내 기대치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보상체계 정상화와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 확립을 약속했다. 그는 당선 즉시 직원들에게 특별격려금 1,000만원 지급, 복지카드 월 100만원 증액을 제시했다.
아울러 ▲개인금융팀 전면 폐지 ▲시간외 근무 Self 승인제 도입 ▲영업점 업무량 경감을 위한 업무집중화센터 신설·확대 ▲신인사평가 시스템 전면 개선 ▲업무 형평성에 맞는 영업점·본점 인력 충원 등 기존 근로 환경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런닝메이트로는 이강산(둔촌동지점 차장), 김용태(김포산단지점 차장), 홍혜진(산본역지점 과장) 등이 합류했다. 특히 2022년 선거에서 단독 출마해 10.8%를 득표한 이강산 차장이 수석부위원장 후보로 합류하면서 단일화를 이룬 점이 변화 드라이브를 강화하는 인사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표정을 더 어둡게 만든 점”이라며 “조합원을 섬기고 소통하기보다는, 저 위에서 군하는 행태가 일상”이라고 기존 노조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저는 노동조합을 바꾸고, 우리의 일터를 바꾸려고 한다”며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노동조합으로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올바른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성과 기반 ‘연속성’ 내세운 3번 박봉수…행사비 페이백 '사법리스크' 변수
재선에 도전하는 기호 3번 박봉수 후보는 2003년 입행한 이후 노동조합의 주요 사업본부에서 실무를 맡아온 인물이다.
그간 노사대책본부, 경영개선본부 및 정책총괄본부 등을 거쳤고, 지난 집행부에서 복지포인트 및 우리사주 지원 확대 등을 통한 ‘현금성 복지 연 1,000만원 시대’를 연 점을 강조한다. 이번 선거 슬로건인 ‘딱 맞는 선택, 더 나은 미래’ 역시 지난 2022년 슬로건 ‘내 삶에 딱 맞는 노동조합’ 기조와 맞닿아 있다.
박 후보의 핵심 공약은 복지포인트·우리사주지원금을 확대한 연간 복지금 2,000만원 지급이다. 이 외에도 ▲개인금융팀 업무별 인원 확충 ▲점포 대형화 및 영업점 TO 방식 혁신 ▲신입 직원 채용 등 인원 부족 현상 해소 ▲미혼직원·1인가구·반려동물 등 맞춤형 복지 ▲장기근속 휴가 확대 ▲인공지능(AI) 디바이스 연 2회 지급 등 생활 밀착형 복지도 내세웠다.
박 후보의 캠프는 김경우(현 수석부위원장), 이미연(남동·송도BIZ프라임센터 차장), 안정진(현 조합 부장) 등으로 현재 노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집행부의 간부 중심으로 구성을 마쳤다.
박 후보는 그동안 쌓아온 실무 경험과 현직 위원장이라는 점이 강점이지만,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그는 사내 행사비를 과다 결제한 뒤 현금을 돌려받는, 이른바 ‘페이백’ 의혹 등 횡령·배임·배임수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 송치 결정이 날 경우 치명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노조가 긴 시간 동안 경영진 견제와 직원의 복리후생을 높이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노조까지도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해 바라보는 이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한국노총 위원장을 배출했던 우리은행 노조의 입지가 많이 훼손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내부적으로 이번 선거를 통해 노조부터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직전 9대 위원장 선거가 6명이 경쟁한 ‘다후보’ 구도였던 것과 달리, 이번 선거는 3파전으로 압축됐다. 세 후보의 공약과 지향점을 두고 조합원들의 표심이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가 향후 3년 노조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선거는 내달 2일 1차 투표가 실시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이틀 뒤인 4일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