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초과…연말 앞두고 시중은행 대출 ‘급제동’

2025-11-23     문재호 기자
▲시중은행 창구 모습 ⓒ KBS뉴스화면 캡쳐

4대 은행 증가액 목표 33% 초과…주담대·전세대출 잇단 중단

신용대출 급증세도 지속, 내년 초 대출 완화 가능성 불투명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을 사실상 관리하지 못하면서,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창구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올해 안에 집행되는 주택 관련 대출부터 차단하고 있으며, 수도권 집값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초 새로운 총량 목표가 설정되더라도 대출 심사 기준을 쉽게 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금융권 집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해 1월부터 11월 20일까지 증가한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은 총 7조8,95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이 당초 금융당국에 보고한 연간 증가 목표치(5조9,493억원)를 32.7% 초과한 수준이다.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연초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했지만, 은행들이 재조정한 목표치보다 현재 증가액이 이미 33% 많다는 의미다.

은행별로 보면 4곳 모두 자체 설정한 증가 한도를 넘어섰으며, 초과 비율은 9.3%에서 많게는 59.5%까지 다양하다. 5대 은행 기준으로 넓혀 보면 NH농협은행만이 증가액(1조8,000억원)이 목표(2조1,200억원)에 못 미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태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은행들은 비상 조치로 대출 접수를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2일 비대면 채널에서 올해 안에 실행될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접수를 막았고, 다른 은행 대출을 갈아타는 대환대출(주담대·전세·신용)과 ‘KB스타 신용대출 Ⅰ·Ⅱ’도 동시에 중단했다. 대면 창구에서도 24일부터는 주택 구입 자금용 주담대 신청을 받지 않는다.

하나은행 역시 25일부터 올해 실행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까지 조만간 대출 취급 중단에 동참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처럼 대출 중단 사례가 늘고 있음에도 이달 가계대출 증가세는 오히려 더 가팔라지고 있다.

20일 기준 5대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9조2,738억원으로, 이달에만 2조6,519억원 증가했다. 이는 이미 10월 증가폭(2조5,27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하루 평균 증가액(1,326억원)은 지난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이달 1조1,062억원 늘어 전월(1조6,613억원)보다는 증가폭이 낮지만, 일평균 증가 속도는 오히려 전월보다 빠르다. 특히 신용대출이 1조3,843억원 급증하며, 월말까지 열흘이 남은 시점에서 이미 2021년 7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