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리포트] ‘효자 계열사’로 키운 빈중일 KB캐피탈 대표…임기 말 거취 ‘주목’

2025-11-21     문재호 기자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금융지주와 자회사 CEO들의 경영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거취는 명암이 갈릴 것이 분명하다. SR타임스는 금융권 주요 경영진의 리더십을 면밀히 점검하고, 연말 인사를 앞둔 전략과 향후 경영 방향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KB캐피탈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빈중일 KB캐피탈 대표의 임기가 내달 31일로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그가 이뤄낸 기업금융 성과가 향후 그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빈 대표는 취임 당시부터 기업금융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자동차금융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KB캐피탈의 수익 구조를 비부동산 여신으로 다변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KB금융지주 내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효자 계열사로 존재감을 키웠고, 금융지주 차원에서 추진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목표도 달성했다. KB캐피탈의 ROE는 2023년 말 8.57%에서 올 3분기 말 9.84%로 1.23%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함께 합을 맞춰온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1년 남아 있어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적다는 점도 빈 대표의 연임에 무게를 실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업 포트폴리오 넓히고, 실적 견인

21일 캐피탈 업계에 따르면 빈 대표는 취임 첫해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기업금융 전문가답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뿐 아니라 유동화, 인수금융 등 비부동산 여신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며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올해는 자본 효율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외형 성장까지 달성했다.

재임 중 빈 대표은 부동산 PF 부실 정리와 더불어 비부동산 기업금융 확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경영 활동의 방점을 찍어왔다. 그 결과 기업금융 영업자산은 2023년 말 3조2,32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49억원으로 약 1조원가량 확대됐고, 투자금융 자산 역시 4,813억원에서 1조4,173억원으로 3배쯤 늘었다. 빈 대표가 기업금융 비중을 키우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KB캐피탈은 이전에도 황수남 전 대표가 자동차금융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한 상태였다. 황 전 대표가 만든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는 중고차 거래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며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다만 중고차 금융은 금리 수준이 높아 수익성은 우수하지만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한계도 있다. 최근 경기 둔화로 차주들의 상환력이 약화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빈 대표는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진행해 소매금융뿐 아니라 기업금융 분야에서도 실적을 키워냈다. 신사업 확보 과제를 해결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내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 강점인 중고차 금융에 더해 기업·투자금융까지 다각화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3분기 누적 순이익 1,945억원을 기록했고, JB우리캐피탈(2,116억원)에 이어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중 두 번째로 높은 성과를 냈다. 3위인 우리금융캐피탈(1,153억원)과도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건전성 관리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이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KB캐피탈의 위험자산 비중이 증가하자 일부 건전성 지표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KB캐피탈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부실 발생 우려가 있는 부동산 PF 사업장을 신속한 매각·리파이낸싱으로 정리하며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했다.

이 결과 올 6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2.9%로, 지난해 말 2.8%에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연체율도 2.2%에서 2.3%로 소폭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장수 CEO 전통 속 연임 가능성 ‘파란불’

빈 대표가 맡은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데다, KB캐피탈 CEO들이 대체로 장기 재임해 온 전례도 연임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양 회장은 그동안 ‘안정 속 혁신’을 기조로 경영진 인사를 단행해왔고, 성과를 입증한 대표에게는 연임 기회를 부여하는 동시에 세대교체와 혁신 리더 육성에도 힘써왔다.

양 회장은 KB캐피탈의 기업금융 확대라는 전략적 필요성을 반영해 기업금융 전문가인 빈 대표를 선임했다. 회사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를 성실히 수행한 만큼 재신임이 이뤄질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KB캐피탈의 다음 과제는 자산건전성 회복이다. 기업금융·중고차금융을 중심으로 위험자산 비중이 커지면서 건전성이 일부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빈 대표는 입출구 관리 강화로 건전성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새 과제를 설정한 상태다. 입구는 세밀한 심사 전략을, 출구는 연체채권 관리 전략을 뜻한다.

KB금융그룹 계열사 CEO가 통상 ‘2+1년’ 임기를 부여받는 관례와, KB캐피탈 전임 대표들이 4~5년간 장기 재임했던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박지우 전 대표는 약 4년, 황수남 전 대표는 5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다만 깜짝 쇄신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금융은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빈 대표의 거취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12월 초 후보군을 확정해 발표한 바 있어 올해 역시 비슷한 일정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