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리포트] 투자익으로 버틴 실적…이문화號 삼성화재 ‘車보험 부진’ 해법 찾을까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금융지주와 자회사 CEO들의 경영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거취는 명암이 갈릴 것이 분명하다. SR타임스는 금융권 주요 경영진의 리더십을 면밀히 점검하고, 연말 인사를 앞둔 전략과 향후 경영 방향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삼성화재가 전반적인 보험업황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투자 수익을 기반으로 실적 하락 폭을 최소화했다. 다만 핵심 사업인 보험 부문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를 회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문화 대표이사 사장의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한 ‘본업 경쟁력 재강화’가 필수 조건으로 제시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7,8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3분기 누적 투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 늘어난 9,78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방어했다. 증시 강세로 주식·대체투자 평가이익이 증가하고 저수익 채권을 교체한 효과가 더해지면서 투자이익이 크게 확대됐다.
3분기 말 기준 삼성화재의 운용자산 구성은 채권이 29조9,565억원으로 1.0% 줄어든 반면, 주식은 13조9,005억원으로 27.9%, 해외운용자산은 11조5,391억원으로 18.8%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올해 누적 투자이익률은 3.67%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3분기 누적 보험이익은 17.8% 감소한 1조3,755억원을 기록했다.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실적이 부진했던 영향이다.
3분기 누적 투자이익과 보험이익을 합산한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줄어든 2조3,534억원으로 나타났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투자이익 증가에도 보험금 예실차 악화와 자동차보험 손익의 적자 전환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장기보험 손익 악화…예실차·출혈경쟁이 만든 수익성 부담
핵심 사업인 보험 부문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겉으로는 보험사의 수익창출력을 보여주는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이 전년보다 5.8% 증가하며 처음으로 15조원을 넘어섰고 이에 따라 CSM 상각액도 1조2,286억원으로 1.5% 증가했다. 그럼에도 장기보험 손익은 1조2,172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 예실차 악화가 주요 원인이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예상한 손해액과 실제 지급한 손해액의 차이를 의미한다.
예실차는 일반적으로 사업비와 보험금으로 나뉜다. 삼성화재의 올해 사업비 예실차는 52억원으로 예상보다 비용이 적게 발생해 전년 동기(-513억원)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반면 보험금 예실차는 –4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75억원에서 대폭 악화됐다. 이는 DB손해보험(1,460→–2,370억원), 현대해상(–777→–2,347억원), 한화생명(–1,560→–1,930억원) 등 주요 보험사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흐름이다.
업계는 장기보험 보험금 예실차 악화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한다.
첫째, 의료 파업으로 미뤄졌던 진료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며 지급보험금이 급증했고 이 영향으로 실손·장기보험 손해율이 크게 올랐다. 삼성화재의 3분기 누적 위험손해율은 96.3%로 전년(83.8%)보다 12.5%포인트 상승했다.
둘째, 과도한 시장 경쟁이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CSM 확보에 집중하면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졌고 법인보험대리점(GA) 중심으로 채널이 재편되며 가격 인하와 적자 판매가 이어지는 출혈경쟁이 나타났다.
이 상황은 신계약 CSM 배수에서도 드러난다. 2023년 3분기 22.3배까지 상승했던 보장성보험 신계약 CSM 배수는 하락세가 이어져 올해 1분기 11.9배까지 떨어졌다. 이는 신계약에서 창출되는 마진이 줄었다는 의미다.
다만 지난 4월 무(無)해지환급금 보험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역마진을 유발하던 출혈경쟁이 진정되면서 신계약 CSM 배수는 3분기 14.9배까지 회복해 개선 흐름을 보였다.
◆손보업계 1위로서 자동차보험료 인상 시점 ‘주목’
삼성화재는 앞으로 보험부문 손익을 흔드는 가장 큰 요인인 손해율 안정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이번 실적 악화의 핵심으로 지목된 만큼 관련 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회사는 콘퍼런스콜에서 자동차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차보험료는 최근 4년간 동결 또는 인하되면서 손보사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꼽혀 왔다.
보험사들은 보통 다음 연도 적용 보험료를 조정할 때 연말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험료 책정은 원칙적으로 자율이지만 규제가 많은 산업 특성상 공식 문서 제출이 없더라도 당국과 일정 수준 의견 조율을 진행해 왔다.
결국 보험사 입장에서는 당국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연말 보험료 조정 방향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어야 다음 해 인상안을 발표하고 적용할 수 있다. 만약 연말·연초 조율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보험료 조정 시기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임의로 인상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검토 중인 사안인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