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둘 듯
실적 나쁘지 않아…美 관세 대응과 기술 경쟁력 강화 대두
[SRT(에스알 타임스) 안병용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향후 5년간 125조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남은 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실무적으로 수행할 사장단에 대한 인사 방향성이다. 정 회장이 계획한 투자금은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가장 많이 집행된다. 이에 따라 관련 분야 임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사장단과 임원들에 대한 인사 실무 작업을 끝냈다. 이들을 대상으로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에 주요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매년 11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1월30일, 11월21일 실시했고, 지난해엔 11월15일 시행했다. 다만 올해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 및 대미 관세 협상 이슈로 예년보다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미 관세 쇼크로 인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올해 교체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해 관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굵직한 인사를 단행한 데다 이후 사상 최대 완성차 판매 실적을 경신하면서 회사 전반의 경영에 큰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서다.
실제 지난해 11월 승진한 장재훈 그룹 부회장과 창사 최초 외국인 CEO로 발탁된 호세 무뇨스 최고경영자, 성 김 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미국 관세 충격 속에서도 꾸준히 실적 성장을 이끌며 정 회장의 선택이 실패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승조 부사장(재경본부장)과 송창현 사장(SDV 담당)도 업무 혁신을 성공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여서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들이 이끈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609만3,669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지만, 실질적인 판매대수는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엔 같은 시기까지 603만8,019대를 팔았다. 현대차·기아는 현재까지 올해 목표인 739만200대의 82.4%를 달성한 상황으로,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 목표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0월까지 회사 측은 145만3,617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합산 판매량은 170만8,293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가량 증가한 수준의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사장단 인사를 놓고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일부 조정과 보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그러나 예상보다 부진한 국내 판매 실적과 전기차 판매 감소 등에 책임을 물을 경우 기존 사장단에 대해 물음표를 붙일 가능성은 있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조5,3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감소했다.
아울러 정 회장이 125조원 투자 계획서를 통해 AI와 로봇 산업을 육성하는데 그룹의 동력을 대거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만큼 연구개발(R&D)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재를 적극 발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회장은 전체 투자액의 70% 이상인 89조원을 미래 기술에 배정하고 AI 데이터 센터와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 로봇 제조·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조성 등 완성차 경쟁력의 기반을 다지는 구상을 세웠다. 양희원 사장이 주도하는 R&D본부와 송창현 사장이 이끄는 AVP본부에서 배출되는 인재들을 이번 인사에서 임원급으로 주목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무관세에서 감당해야 할 금액이 생긴 것”이라면서 “지금부터 발생할 수 있는 수조원대의 적자를 잘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인재가 전진 배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