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관록’이냐 후배 CEO ‘패기’냐…차기 신한 회장 ‘1강 2중’ 구도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군 4명을 확정하며 승계 절차가 본격화됐다.
후보군에는 진옥동 현 회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 등 내부 출신 3명과 외부 후보 1명이 포함됐다. 진 회장이 가장 우세한 ‘1강’ 구도 속에서 이선훈·정상혁 두 인물이 ‘2중’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진 회장의 연임 여부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연임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외부 후보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회추위가 강조하는 ‘투명성·독립성’ 원칙 아래 어떤 평가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실적·리더십 기반, 진옥동 회장 연임 관건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회추위는 지난 9월 26일 경영승계절차 개시 이후 세 차례의 회의를 열어 내·외부 인사 후보군을 심층 검토했고, 18일 최종 후보군 4명을 선정했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장 등을 거쳐 2023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으며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업계에서는 취임 이후 견조한 실적과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 등으로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의 올해 순익 전망치(컨센서스)는 5조523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전년 대비 13.5% 성장해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우리·하나)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주가 부양 노력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진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환원율 50%, 자사주 5,000만 주 축소를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총주주환원율을 계획보다 조기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일본·미국·홍콩·영국 등 주요 금융시장을 직접 방문해 해외 IR(기업설명회)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글로벌 투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신한지주 주가는 진 회장 취임 당시 3만5,000원대에서 최근 7만원 후반대로 상승했다.
진 회장은 9월 말 미국 유엔총회 순방에 동행하며 이재명 정부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유지하고 있고, 이사회 내 지지도 두텁다. 신한금융이 조직 안정성을 중시하는 전통을 가진 만큼, 진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단독 또는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내부통제 부실 등 고질적인 문제는 연임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계열사에서 반복적으로 내부통제 이슈가 발생하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도 아직 가시적 성과가 제한적이다.
신한금융그룹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지난해 22.2%로, 2022년(17.6%)과 2023년(24.1%)에 이어 여전히 은행 중심으로 편중돼 수수료·트레이딩·자산관리(WM)·보험·카드 등 비이자 수익 구조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맨’ 정상혁·이선훈, 내부 경험 강점
후보군에 오른 정상혁 은행장과 이선훈 사장은 내부 출신으로 그룹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정상혁 행장은 1990년 신한은행 입행 이후 35년 넘게 근무하며 전략·재무·조달·ESG·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영 경험을 쌓은 ‘정통 신한맨’이다.
2019년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이던 시절 취임 1년 차를 보좌했으며, 이후 2020년 경영기획그룹 상무, 2021년 경영기획그룹장(부행장), 2023년 자금시장그룹장(부행장)을 거쳐 2023년 2월 행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이례적으로 2년 연임에 성공, 2026년 말까지 임기를 부여받았다.
주요 과제로는 신한은행의 안정적 성장과 ‘리딩뱅크’ 지위 유지가 꼽힌다. 정 행장이 취임한 지 1년 만인 2024년,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을 추월하며 2018년 이후 6년 만에 리딩뱅크를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2조2,66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KB국민은행을 제치고 선두를 지켰으나, 3분기에는 근소한 차이로 KB국민은행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연말까지 추진하는 ‘글로벌 사업’과 ’생산적 금융‘ 성과가 4분기 최종 결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이선훈 사장은 1999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해 20년 넘게 자산관리(WM)·리테일 조직에서 경력을 쌓았다. 2020년 신한투자증권 전략기획그룹·리테일그룹 부사장을 거쳤고, 2022년 SI증권 대표이사로 외부 증권사 CEO를 경험했다.
2024년 1월에는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 부문 겸 자산관리 사업그룹장 부사장으로 복귀했으며, 올해 1월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내부 이해도와 외부 시각을 겸비한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과거 운용 손실 사태 이후 조직 정상화를 이끌었지만, 아직 내부통제 강화 등 완전한 체질 개선을 입증한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행장과 이 사장은 각각 은행과 자산관리·리테일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나, 지주 회장으로서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를 조율해야 하는 경험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강 2중’ 구도 속 외부 후보의 존재 역시 변수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외부 후보에 대해 후보 본인의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12월 4일로 예정된 차기 회추위는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확대 회추위로 진행될 예정이다. 각 후보의 성과, 역량 및 자격요건 부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평판조회 결과 리뷰, 개인별 발표 및 면접 절차 등을 거쳐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추천된 대표이사 회장 후보는 회추위 이후 개최되는 전체 이사회 심의를 거쳐 최종 후보로 확정될 예정이며, 내년 3월 신한금융지주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