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성장 둔화에도…카카오·케이뱅크, 비이자·수신 견조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올해 3분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순이익 증가세가 둔화됐다. 정부의 대출 관리 기조 속에서 두 은행은 개인사업자 중심의 기업대출과 수신 기반 확대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요구불예금과 비이자이익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인터넷은행 성장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3분기 순이익은 각각 1,114억원,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48.1% 감소했다.
다만 누적 기준으로는 카카오뱅크가 순이익 3,751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늘었고, 케이뱅크는 1,034억원으로 2년 연속 1,000억원대 순이익을 유지했다.
◆개인사업자 중심의 기업대출이 성장 견인
지난해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두 은행은 모두 기업대출을 통해 외형을 확대했다.
카카오뱅크의 9월 말 여신 잔액은 45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전분기 대비 1% 증가했다. 여신 잔액 순증액 중 40% 이상이 개인사업자대출에서 발생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조8,000억원으로 늘었고, 전체 여신 내 비중 역시 지난해 3분기 1.7%에서 올해 3분기 2.8%로 확대됐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0월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프로세스를 새로 도입했다”며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담보대출 부문까지 진출하면서 성장 기반을 견고하겠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도 기업대출 확대가 두드러졌다. 3분기 말 여신 잔액은 1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올해 여신 잔액 증가분의 절반이 기업대출에서 나왔다.
기업대출 잔액은 1조9,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4.1% 급증했다. 대표 상품인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은 3분기 기준 업계 최저 금리(연 3.2%)를 앞세워 전년 대비 잔액이 4,200억원 늘었다. 전체 개인사업자 고객 수도 200만명을 넘어 1년 만에 두 배로 확대됐다.
◆요구불 중심 수신 확대 지속
예·적금 수요가 둔화된 시장에서 두 은행의 수신 성장세는 두드러졌다.
카카오뱅크의 3분기 수신 잔액은 65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조4,000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 비중은 작년 31.7%에서 올해 3분기 38.8%까지 꾸준히 확대됐다.
특히 ‘모임통장’의 빠른 성장이 요구불예금 잔액 확대에 기여했다. 3분기 모임통장 이용자 수는 1,220만 명, 잔액은 10조5,000억원으로, 전체 수신 증가 속도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였다. 요구불예금 잔액 내 모임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7%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인공지능(AI) 서비스 접목 등 상품성과 편의성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미성년·시니어·외국인 등 다양한 고객층을 겨냥한 수신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뱅크는 2027년까지 고객 3,000만명, 총 수신 9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이뱅크도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등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수신이 빠르게 늘었다. 3분기 플러스박스의 잔액은 1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원가량 넘게 증가했으며, 개인 수신 중 요구불예금 비중은 65.6%까지 높아졌다. 전체 수신 잔액은 30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했다. 캐릭터 적금 등 시즌별로 상품이 조기 소진이 이어지며 예·적금 잔액 증가세가 유지됐다.
◆이자이익 둔화 속 비이자이익 증가
카카오뱅크의 3분기 이자이익은 4,922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으나, 비이자이익은 2,725억 원으로 19.7% 증가했다. 누적 기준으로는 8,3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7% 늘었다. 전체 영업수익에서 비이자이익 비중은 36%로 확대되며 수익 구조 다변화가 뚜렷해졌다. 수수료·플랫폼 부문은 대출 비교, 광고, 투자 플랫폼 성장에 힘입어 누적 2,312억원을 기록했다.
케이뱅크도 3분기 비이자이익은 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8% 급증했다. MMF 등 운용 수익 증가와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로 펌뱅킹 수수료가 늘었고, 대출비교 서비스와 플랫폼 광고 수익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이자이익은 1,115억원으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건전성 지표는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9월 말 카카오뱅크 연체율은 0.51%로 안정세를 보였다.나타냈다. 케이뱅크 연체율은 0.56%로 2022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구조적 특성상 시중은행보다는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순이자마진(NIM)은 카카오뱅크 1.81%, 케이뱅크 1.38%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30대 이하 인터넷은행 차주의 연체율 상승은 금리 변동과 고물가, 청년층 취업난이 겹친 가운데 중·저신용 대출 확대와 신파일러 자금 공급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 전환으로 미래 경쟁력 강화
경기 불확실성과 대출 규제 등으로 은행권 수익성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인터넷은행들은 플랫폼 고도화와 혁신 서비스 확대를 통해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AI를 기반으로의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카카오뱅크는‘AI 기반의 금융생활 앱’을 목표로 한다. 상반기 선보인 대화형 AI 서비스 ‘AI 검색’과 ‘AI 금융계산기’에 이어 연내 모임통장 등 주요 상품과 서비스에 AI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금융권 최초로 ‘AI 프로덕트 평가 프레임워크’를 자체 도입했다. 이는 AI 서비스 품질을 수치화하고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AI 서비스의 기획·개발·출시·운영 전 과정에 적용된다. 또 대출·광고·투자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포용금융을 확대하고 신규 서비스 경쟁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기업대출 확대, AI 전환, 디지털자산 사업 등을 중심으로 성장에 속도를 높인다.
기업대출 부문에서는 부동산담보대출 담보종류 확대와 보증대출 채널 다변화를 추진하고,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과 송금 기술검증 등 디지털자산분야 사업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AI 앱 번역’, ‘AI 상담 Assistant’ 등으로 외국인 고객 접근성을 강화하는 등 고객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실천과 디지털자산 혁신, AI 전환을 통해 성장 속도를 더욱 높여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