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리포트] 적자 폭 줄인 배성완號 하나손보…진짜 시험대는 ‘흑자전환’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금융지주와 자회사 CEO들의 경영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거취는 명암이 갈릴 것이 분명하다. SR타임스는 금융권 주요 경영진의 리더십을 면밀히 점검하고, 연말 인사를 앞둔 전략과 향후 경영 방향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하나손해보험(하나손보)은 지난해 적자 폭을 크게 줄였지만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다.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배성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해 2년 임기를 수행 중으로 다음 달 임기가 종료된다. 배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배 사장이 자동차보험 위주였던 기존 보험 수입원을 장기보험 비중 확대로 포트폴리오를 균등히 조정한 점과 적자 폭 감소 공로가 있으나 흑자전환 하지 못한 점은 숙제다.
◆수익성 지표 개선 불구 체급 한계로 시장 지배력은 ‘미미’
14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손보는 2020년 하나금융이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인수 후 자회사로 편입하고 같은 해 6월 현 사명으로 변경해 새롭게 출범했다. 출범 이후 2021년 17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한 해를 제외하고는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
다만 2024년 배성완 사장이 취임하면서 적자 폭은 눈에 띄게 축소됐다. 수익성 지표 역시 개선됐다. 하나손보의 원수보험 손해율은 2023년 91.6%에서 2024년 90.1%로 1.5%포인트 낮아졌다.
출범 당시 하나손보는 ‘자동차보험 중심의 디지털 손보사’ 성격이 강했으나,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장기보험 비중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왔다.
2020년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비중은 각각 61.1%, 33.6%였으나, 2024년에는 45.4%, 44.0%로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됐다.
배 사장이 장기·자동차보험을 전략 상품으로 내세운 것은 그의 보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화재 출신인 그는 2019년 장기보험 부문 기획팀장(상무), 2021년 장기보험 부문장(부사장)을 맡는 등 장기보험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소형 손보사인 하나손보가 규모의 경제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전환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2024년 하나손보의 시장점유율은 총자산 기준 0.5%, 보험수익 기준 0.6% 수준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이 ABL생명과 동양생명을 인수했듯 새로운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를 인수해서 시장점유율 확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수합병은 규모를 키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며 “시장에 좋은 매물이 있으면 늘 검토한다는 기존 입장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자회사인 하나손보 측 입장은 달랐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새로운 보험사 인수보다는 보험계열 자회사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며 “현재 적자인 게 문제지만 내후년 수익전환을 목표로 차근차근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적자 탈출 난항…지주 지원만 6000억 투입
배성완 사장이 포트폴리오 조정과 손실 축소에 성과를 냈다 해도 적자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점은 연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하나손보의 적자는 고스란히 하나금융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손실 규모는 2020년 68억원, 2022년 631억원, 2023년 879억원, 2024년 280억원으로 누적되면서 지주의 지원 규모도 커졌다.
하나금융은 출범 이후 총 6,000억원 가량을 하나손보에 투입했다. 2020년 7월 지분율을 70%에서 84.6%로 늘리기 위해 1,260억원을 투자했고, 이어 2022년·2024년·2025년에 각각 1,500억원, 1,000억원,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하나손보의 2024년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54.9%로 양호한 자본비율을 보유하고 있고, 2020년 하나금융 자회사 편입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력을 유지하고 있지만(2020년 약 1,250억원, 2022년 약 1,500억원, 2024년 약 1,000억원) 당기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자체적인 자본유지능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삼성화재서 30년…배성완 경영 능력, 하나손보 빛낼까
배성완 사장은 삼성화재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손보 전문가다. 1992년 입사 후 부사장까지 오른 뒤 2023년 상근고문을 맡았고, 2024년 1월 하나손보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겼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중에서도 내부 승진 중심의 인사문화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배 사장의 외부 영입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었다.
하나손보는 선임 당시 배 사장에 대해 “손해보험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획·영업 역량도 뛰어난 만큼, 회사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하나손보 흑자전환에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배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안개 속 미지수로 보고 있다.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하나금융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주 내 취약 부분으로 여겨지는 보험 부문 중 하나손보에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며 “점차 체력을 강화하면서 꾸준히 노력한다면 오는 2027년 정도에 흑자전환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배 사장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재신임을 받고 또 다른 임기를 이어갈 수 있을 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 사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은 없을 것”이라며 “업력도 높고 풍부한 경험으로 그동안 하나손보의 체질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