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트레이더스' 전략 통했다…'홀세일클럽' 자리매김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올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전략적 판단과 본업 경쟁력 강화 기조 속에서 트레이더스가 '한국형 홀세일클럽'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성공요인으로 유료 멤버십 제도 도입과 PB(자체브랜드) 'T스탠다드'의 성장, 차별화된 상품 기획이 꼽힌다. 이 시대 '오프라인 역량 총집합체'로 과언이 아닌 '창고 트레이더스'의 면모를 확인하고자, 기자는 올해 2월 오픈한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지난 12일 들렸다.
서울 마곡 원그로브몰. 거대한 상업시설이다보니 처음 들리면 쉽게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찾지 못할 수 있다. 몰 안에 들어서면 에스컬레이터 근처 벽면에 붙은 트레이더스 안내판을 따라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그제서야 트레이더스 마곡의 거대한 창고 안으로 진입하게 된다.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매장은 평일 낮에도 북적였다. 높은 천장 아래 열린 창고형 매장 구조 속에서 고객들은 묶음 상품을 들었다.
트레이더스의 묶음 상품을 둘러보면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확실히 싸다’는 가성비다.
특히 트레이더스 PB인 'T스탠다드’의 가격경쟁력은 돋보인다. T스탠다드는 '트레이더스가 만든 상품 선택의 기준'이라는 의미로 지난 2020년 하반기에 첫 선을 보였다. 생필품, 트렌드 상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 상품을 핵심 기능에 집중하여 개발해 품질을 높였고, 트레이더스만의 대단량 운영, 저마진 정책, 대량 매입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예컨대 트레이더스 PB 묶음상품의 가격이 다른 NB(제조업체 브랜드)제품 대비 상당히 저렴하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트레이더스에서 판매되는 T스탠다드 생수의 경우 마이워터 500ml×20입이 3,180원인 반면, 동일 매장에서 판매되는 다른 생수 브랜드 제품은 330ml×20입이 8,600원에 달했다. 용량 차이를 감안해도 PB 제품이 NB 대비 약 두 배 이상 저렴한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T스탠다드 상품은 1-10월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9% 증가했다"며 "특히 마이밀크 2.4L, 마이워터 2L 6입, 프리미엄 바스티슈(30롤) 등 압도적 가격경쟁력을 가진 대용량 상품들이 인기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피코크 한우사골곰탕 500g×4입은 1만780원에 판매됐다. 대개 외식으로 사골곰탕 한 그릇을 사먹어도 1만2,000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트레이더스 상품은 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높다는 의미다.
“많으면 많을수록 자꾸 손이 가요”. T스탠다드 견과류를 고른 한 고객도 보였다. 글로벌 소싱력에 기반해 꾸려진 대용량 상품들이었다.
“소고기 맛있지, 하나 살까.” 매장 한켠에서는 ‘미국산 소고기 스페셜 위크’ 시식 행사가 한창이었다. 갓 구워낸 고기 냄새에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모여 시식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트레이더스는 특히 가족들과 함께 간편하게 먹거리 쇼핑을 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인상을 준다.
델리 식품 코너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인기 구역으로, ‘메가초밥’(광어·연어·단새우·관자 등 52개 구성)은 3만4,980원에 판매돼 가족이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대표적인 가성비 상품이었다.
한국냉장 차돌박이구이 1kg은 6만9,800원, 100g당 6,900원 수준으로, 배달 플랫폼에서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받는 한우 차돌박이(100g당 9,000원대)보다 약 2,000원 저렴하다. 여기에 오프라인 매장 특유의 즉시 수령과 정육코너에서 바로 썰어 제공되는 ‘신선도 프리미엄’이 더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진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마곡점에 들어서면 카테고리별 묶음 상품들이 즐비한 가운데 다양한 의류 상품도 눈에 띈다. 최근 미국에서도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현지 코스트코 의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역시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성비' 의류 코너를 둘러보는 고객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또, 겨울 준비로 이불 담요를 둘러보는 고객도 심심찮게 보였다.
◆트레이더스 성장 속 멤버십도 기여, "혜택 늘리고 충성고객 확보하고"
트레이더스의 멤버십 또한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 멤버십 신규 가입 회원 수가 증가추세"라며 "1-10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회비 이상의 금액을 적립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멤버십 혜택의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멤버십 회원들은 'TR CASH'라는 적립 시스템을 통해 구매금액 기준 최대 2%, 연간 최대 100만원을 적립해 이를 다음 해에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다. 현재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클럽데이, BIZ위크 등 주기적으로 TR CASH 특별적립 행사를 추가 진행하고 있다.
올해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신규 가입 시 1만원 할인권 3매 증정(10만원 이상 결제 시 사용 가능)과 할인권 사용 건마다 2,000 TR CASH 추가 적립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앞으로도 창고형 매장의 본질과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통해 고객들에게 최대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레이더스는 2010년대 초 미국 코스트코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해 대용량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열린 창고형 할인점' 콘셉트를 도입했다. 2022년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으로 공식 전환하며, 유료 멤버십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트레이더스 점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곳이었던 트레이더스 점포는 올해 3분기 기준 전국 24곳으로 늘었다. 전반적으로 온오프라인 시장 변화에 따라 마트 점포수가 줄고 있는 가운데 지속 성장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