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또다시 불거진 버블 논란…하락 베팅 옵션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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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2     전지선 기자
▲]AI와 반도체 대형주가 주도하는 랠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얼마나 더 오를 수 있는가'에서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전지선 기자

버블보다 중요한 건 구조…위기 속 버티는 '하락 베팅'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AI와 반도체 대형주가 이끄는 랠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에서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을까'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상승 모멘텀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가격이 기대를 앞질러 달리는 구간에서는 작은 변동성에도 손익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국면에서 시장은 다시 '하락 베팅' 전략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주가 하락을 노리는 투기적 거래가 아니라, 과열 구간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한 헤지(hedge)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죠. 공매도와 옵션 거래(풋옵션),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은 모두 방향을 맞히려는 도박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비한 구조적 대응 도구로 활용됩니다.

최근 월가에서도 AI 버블 논란이 재점화되며 '빅쇼트'의 실존 인물 마이클 버리가 주요 기술주에 풋옵션 포지션을 취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그렇다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은 실제로 어떤 구조로 작동할까요. 영화 속 금융기법을 통해 그 원리를 짚어봅니다.

◆ 공매도, 순기능과 논란 사이에서
공매도는 흔히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적 거래'로 인식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과열된 주가를 조정하고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헤지(hedge)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거나 특정 테마가 과도한 기대를 반영할 때, 가격 왜곡을 완화하고 시장의 균형을 되찾는 기능을 하는 것이죠. 즉, 단순히 '내릴 것에 걸기 위한 도박'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가격 정상화를 위한 구조적 장치로 작동합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시장의 '필요악'으로 평가합니다. 과열된 주가를 조정하고, 허위 정보나 거품을 걸러내는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주요국은 공매도를 제도권 내에서 허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투명성과 정보공시 강화로 시장 기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공매도 보고서로 유명한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가 잇따라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AI 열풍의 수혜주였던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회계 문제로 급락한 가운데, 11일(현지시간) 해당 기업의 '회계 조작' 의혹을 제기한 곳이 힌덴버그였습니다. 이들은 2020년 전기·수소 트럭업체 니콜라의 '사기 행각'을 폭로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이후 인도 재벌기업 아다니 그룹과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까지 연이어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힌덴버그는 특정 기업의 부정행위를 고발하기 전에 미리 해당 주식에 공매도 포지션을 잡고, 보고서 발표 후 주가 하락 시 차익을 실현하는 구조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힌덴버그의 공세는 때로 거대한 시장 충격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과거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운영하는 지주회사 IEP도 이들의 보고서 공격으로 주가가 급락하며 큰 타격을 입은 바 있습니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던 아이칸조차 공매도 세력의 역공에 휘말린 셈이죠.

이는 공매도가 가진 양면성(시장 견제의 순기능과 투기적 공격의 경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영화 '빅쇼트' 중 마이클 버리 ⓒ네이버 무비 포토

◆ 2008년 주택시장 붕괴 예측한 CDS 거래...영화 '빅쇼트'
신용부도스와프(CDS)는 가격이 아닌 '신용 위험'을 거래하는 파생상품입니다.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커질수록 CDS 프리미엄(보험료)은 상승합니다. 위기 국면에서는 주식이나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더라도 CDS는 반대로 올라 손실을 완충하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등 주요 금융 충격기마다 CDS 프리미엄은 시스템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경보 지표로 작동해왔습니다.

이 같은 CDS의 구조를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데요. 영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 분)가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견하고 CDS를 활용해 '하락 베팅'을 설계한 실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2005년 버리는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 자료를 직접 분석해, 겉보기엔 우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체 위험이 높은 서브프라임(비우량) 대출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집값이 떨어지면 이 구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을 찾아가 주택담보부 채권에 대한 CDS를 새로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죠.

CDS는 채권 발행자가 부도날 경우 보험금처럼 보상받는 구조로, 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가치가 급등합니다. 버리는 '주택시장 붕괴→서브프라임 대출 부실→CDO 가치 하락→CDS 급등'이라는 시나리오를 설계했고, 실제 위기가 현실화되자 막대한 수익을 거뒀습니다. 이 사례는 CDS가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니라 시스템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헤지(위험 회피)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후 CDS 프리미엄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기 징후를 미리 포착하는 '시장의 경보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네이버 무비 포토

◆ 국가부도의 날로 본 '풋옵션 베팅'
옵션 거래, 특히 풋옵션 매수는 시장의 하락에 대비하는 대표적인 수단입니다. 풋옵션은 특정 자산을 일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계약인데요.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 권리의 가치가 올라가며, 반대로 상승장에서는 옵션 구매 비용(프리미엄)만 손실로 확정됩니다. 손실이 프리미엄 한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공매도에 비해 리스크가 명확히 통제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보유 자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기 변동성만 차단하려는 투자자들이 이러한 풋옵션 매수 전략을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영화는 외환위기 직전 '대한민국의 파산 가능성'에 베팅한 투자자의 시선을 통해 위기 국면의 금융 현실을 보여주죠. 극 중 유아인(허재 역)은 외환보유액 감소·단기 외채 상환 압박·외환시장의 급격한 달러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 원화 가치가 급락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단순히 환율 상승을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금융상품을 조합해 하락 국면에서도 수익을 내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그는 먼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베팅하기 위해 선물환(NDF) 포지션을 취합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오르면 이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한국 국채나 대기업 회사채의 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가치가 오르는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매수해 신용 리스크 확대 구간에서도 수익을 확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가 하락 시 이익이 발생하는 풋옵션을 매입해 자산 가격 급락에 대비했죠.

결과적으로 그는 ▲환율 상승 ▲신용 위험 확대 ▲주가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는 국면에서 오히려 수익이 늘어나는 '역상관 포트폴리오'를 완성했습니다. 영화는 이 전략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자산을 살 것인가'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상승하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격의 방향보다 구조적 대응이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매도·풋옵션·CDS는 하락을 맞히려는 도박이 아니라 과열 국면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는 보험성 장치입니다. 핵심은 타이밍이 아니라 구조 설계와 한도 관리죠.

결국 투자자는 '지금 무엇을 살까'보다 '어디까지 손실을 감내할 것인가(리스크 한도)'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포지션 규모, 만기 구조, 유동성, 규제·세무 이슈까지 포함한 사전 규칙을 세우고 들어가면, 버블 논란과 노이즈 속에서도 의사결정의 일관성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