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이 죽였다' 전소니 "결국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

2025-11-11     심우진 기자
▲'당신이 죽였다' 전소니. ⓒ넷플릭스

"'델마와 루이스' 같은 엔딩도 마음에 들었을 것" 

"윤가은 감독 팬…'세계의 주인' 인상 깊게 봐"

"독립영화 통해 꾸미지 않은 얼굴 계속 보여드릴 것"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멜로무비', '기생수: 더 그레이', '죄 많은 소녀', '소울메이트'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전소니 배우가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를 통해 백화점 명품관 VIP 전담팀의 유능한 회사원 조은수 대리로 돌아왔다.

전소니가 연기한 조은수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중, 자신과 비슷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 조희수(이유미)의 결정적인 순간을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중대한 결심을 내리는 인물이다. 

친구와 자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연대하는 이야기 속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인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낸 전소니. 그녀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통을 알아보는 여자들의 서사에 자연스레 공감됐다"며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전소니 배우를 만나 '당신이 죽였다'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은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이런 이야기 안에서나마 제가 누군가를 구하고 싶은 마음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게 되게 멋있었어요. 그래서 이걸 연기하면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좋았고요. 사실 이 작품을 처음에 소설로 읽었을 때도, 끝까지 궁금해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그것이 각색된 대본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었어요. 거기다 예상과 살짝 어긋나는 흐름이 계속 있어서 그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Q. 원작 소설을 읽고 대본 받았을 때 느낌은

우연히 제가 예전에 읽었던 작품이 이렇게 다시 제게 오게 된 게 정말 신기했어요. 그리고 저는 이 작품이 영상화되면 어떤 느낌일까 항상 궁금했던 작품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게 제안이 왔다는 게 너무 반갑고 기뻤어요. 

저는 이야기의 소재만큼이나 그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 작품을 단순히 어둡다고만 보지는 않았어요. 결국에는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직접 연기하면서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전소니. ⓒ넷플릭스

Q. 시청자들에게 꼭 전해졌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은수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 입장을 얘기할 일이 없었잖아요. 법정 장면에서 말을 할 기회가 왔을 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 있는 경험이라 되게 진심으로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옷장 안에 어린 은수가 동생과 있는데, "이제 나와도 돼"하고 손을 잡아서 데리고 나오는 장면이 대본에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굳이 그렇게 보여주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Q. '나오미와 가나코'라는 원작 제목에서 '당신이 죽였다'로 바뀌었다. 제목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궁금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게 은수나 희수가 될 수도 있지만, 이야기 안에 있었던 폭력을 알고 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모두가 될 수 있고요. 그리고 그걸 지켜 보고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죠.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Q. 은수를 연기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은수가 굉장히 능력 있고 일터에서 필요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면들이 은근히 드러날 수 있게 연기하려 했어요. 예를 들면 진 사장을 찾아가서 시계 금액을 받아내는 장면에서는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사실 시청자분들께서 은수가 왜 자신의 엄마는 구하지 못했으면서, 희수는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지를 이해를 쉽게 못 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그 이유를 잘 찾아내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그건 너무 어려운 선택이잖아요. 옛날에는 너무 어렸고, 그럴 능력도 되지 않았죠. 

열심히 살면서 지금의 삶을 일구었는데 이걸 다 버리고 엄마를 데리고 나와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하고 앞날이 두려웠을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연달아 갑자기 사건이 생겨요. 그래서 중첩된 경험들이 움직이게 만드는 어떤 방아쇠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그냥 보내면 안 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거죠.

Q. 이유미, 장승조, 이무생, 이호정 등 동료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 소감은

이유미 배우는 저보다 동생이고 되게 연약해 보이지만, 엄청나게 강한 부분이 있어요. 속이 되게 단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하면서 진짜 많이 의지했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에 현장에서도 많이 지치지 않고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에는 은수와 희수가 들어있는 스노 글로브도 챙겨주는 귀엽고 든든한 배우죠.

장승조 선배님은 주로 진표보다는 장강 캐릭터로 만났어요. 순박한 청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저와 몸으로도 부딪치죠. 사실 실제로는 부드럽고 다정한 분이라 챙김을 많이 받았어요. 차에서 기다릴 때는 인생에서 힘든 게 뭐가 있는지 얘기도 많이 들어주시고 정말 감사했죠. (웃음) 선배님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이무생 선배님은 실제로 진 사장 같은 면모가 있으세요. 같이 연기하는 파트너로서는 긴장하게 만드는 면도 있고 또 다른 면에서는 고민하는 게 있으면 언제든 도움을 청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분이시죠. 그리고 재미있는 애드리브를 많이 하셔서 즐거웠어요.

이호정 배우와는 붙을 때마다 주로 팽팽하게 대결하는 신이었는데 촬영할 때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굉장히 가까이에서 연기 호흡을 해야 하니까 서로 안 지려고 하면서 재미있게 촬영했죠. 

▲'당신이 죽였다' ⓒ넷플릭스

Q.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연상되는 이야기이면서도 엔딩은 결이 다르다. 이번 작품의 엔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델마와 루이스' 엔딩처럼 됐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은수와 희수가 벌을 받고 마음의 짐을 벗게 하는 결말로 가신 것 같아요. 엄청나게 대단한 해방은 아니더라도 작은 자유라고 찾는 게 이 친구들에게는 제일 필요했어요. 그걸 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결말도 좋았어요.

Q. 넷플릭스의 딸보다는 애착인형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로벌 팬들에게 알려진 배우로서의 소감은

애착인형이 되고 싶다고 한 건 워낙 넷플릭스의 아들딸이 많길래 꼭 있어야 하는 배우면 좋겠다는 의미로 말헸던 거죠. (웃음) 글로벌 반응이라고 하면 해외 친구들이 연락을 많이 해줘요. 지난해에 미국 여행을 갔는데 백발 할머니분께서 한국 드라마 좋아한다고 해주시기도 하고 지하철에 탔는데 옆에 분이 제가 출연한 '청준월담'을 보고 계셨어요. 너무 신기했죠. (웃음)

Q.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 보인다든지 교복 연기가 잘 어울린다는 반응도 계속 나오는데 앞으로도 자신이 있는지

10대 연기에 자신이 있다고는 못하겠어요. (웃음) 어려 보인다는 말보다는 몇 살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은 좋아요.

▲전소니. ⓒ넷플릭스

Q. 이번 작품에는 현실에도 있을 법한 악인들이 많이 등장한다. 현실에서 가장 마주치기 싫은 캐릭터와 가장 응징하고 싶은 캐릭터를 꼽는다면

누가 제일 싫으냐고 한다면 진영이에요. 뭐랄까요. 사실 더 나쁜 범죄자들도 있지만, 타인의 고통을 지능적으로 이용하는 게 정말 밉더라고요. 또 어떤 정보를 얻으면 너무 빨리 이용해요. 너무 못돼먹은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같은 여자라 더 미운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저에게 어떤 힘이 있다면 진표를 응징하고 싶어요. 범죄를 저지르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너무나 혼자서만 안락하게 사는 게 정말 싫어요. 정말 빈틈없이 화목한 부부인 것처럼 연기하잖아요. 그런 걸 다 깨부숴 버리고 싶어요.

Q. '패왕별희', '킬링 디어' 등 추천작 리스트를 보면 영화를 사랑하는 배우라는 게 느껴진다.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다면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세계의 주인'입니다. 윤가은 감독님의 '우리들'을 너무 좋아해요. 제가 윤 감독님의 팬이라 만드시는 영화는 무조건 보러 가죠. 일단 제가 본 한국영화 중에 이런 소재를 이렇게 이야기한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그 도전 자체가 너무 반가웠어요.

윤가은 감독님 작품은 뭔가 흐름으로 보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변하고 자라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관객으로서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들어요.

Q. 넷플릭스 작품 외에도 '여자들', '죄 많은 소녀' 등 독립예술영화에도 출연했다. 독립영화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면  

확실히 매력이 있어요. 저라는 배우를 처음 보여드렸던 작품도 독립영화죠. 그런 모습을 포함헤 지금까지 배우로 성장해온 저를 지켜보신 분들이 많으세요. 근데 제가 다시 독립영화로 가지 않으리라 생각하시는 분도 가끔은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다시 독립영화를 통해 꾸미지 않은 제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독립영화는 계속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