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수요 늘어도…삼성·애플, 보급형 스마트폰 못 놓는 까닭

2025-11-10     윤서연 기자
▲삼성전자 모델이 '갤럭시 A17 LTE'로 '서클 투 서치'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글로벌 판매량 절반 차지…접근성 확대 취지인 듯

AI 전환 가속화 속 역할 중요해져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 비중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급형 신제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저가형 스마트폰 부문이 역성장하고 있음에도 브랜드 생태계 유입과 접근성 확보를 위한 전략 차원에서 라인업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9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8월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 성장했다. 특히 700~999달러(약 100만~150만원) 가격대의 프리미엄 라인이 전년비 29% 늘며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스마트폰 전체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199달러(약 29만원) 이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비 3% 감소했고, 점유율 또한 같은 기간 2%포인트 하락한 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와 카메라, 디자인 혁신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면서 시장의 무게중심이 프리미엄으로 옮겨간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국내의 경우, 통신사 할부와 보상판매가 확산되며 고가의 스마트폰도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해지자 소비자들은 ‘조금 더 내고 좋은 걸 사자’고 선택하는 분위기다. 

중고폰 시장에서도 프리미엄화 수요가 확인된다. 글로벌 리퍼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 평균 4%대의 중고폰 시장 성장세가 관측됐는데, 삼성과 애플의 플래그십 모델 판매량이 두드러졌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장기 보안과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지원, AI 기능 등이 중고폰 수요 효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프리미엄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도 제조사들이 보급형 제품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중저가형 시장이 스마트폰 판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브랜드 접근성과 생태계 확대의 핵심 경로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급형 제품은 소비자가 처음 자사 브랜드에 진입하도록 견인하는 역할인 것이다. 보급형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쌓은 소비자가 프리미엄 모델로 이동하는 ‘계단형 생태계’를 유지하고, 신흥국과 청소년·고령층 시장에서의 접근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 시리즈’를 중심으로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일 출시된 ‘갤럭시 A17 LTE’는 31만9,000원의 가격에 5,000만 화소 광각 카메라와 초광각·접사 등 트리플 카메라 구성을 갖췄다. 광학식 손떨림 보정(OIS) 기능까지 더해 사진 품질을 끌어올렸고, 전면에는 ‘코닝® 고릴라® 글래스 빅터스®+’가 적용돼 내구성도 강화됐다. ‘제미나이’와 ‘서클 투 서치’ 등 플래그십 라인에서 사용되는 AI 기능도 지원한다.

애플 역시 지난 2월 아이폰 16 시리즈와 함께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16e’를 선보였다. 100만원 안팎의 가격대임에도 애플 인텔리전스를 적용해 이미지 생성, 알림 요약, 자연어 검색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프리미엄 모델과 달리 맥세이프 충전과 광학식 손떨림 보정(OIS) 등 일부 사양은 제외됐다. AI 기반 기능을 탑재하면서도 하드웨어 사양을 조정해 보급형과 프리미엄의 구분선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AI 전환이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보급형 기기의 역할이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본다. 프리미엄 단말에서 먼저 구현된 AI 기능이 보급형으로 확산되면서 기술 대중화의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2억 대의 갤럭시 기기에 AI 기능을 탑재했으며, 이를 위해 A시리즈 내 갤럭시 AI 적용 범위를 확대해 왔다. 올해는 그 규모를 4억 대까지 늘려 전 세계 갤럭시 제품군 전반으로 AI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보급형 기기는 단순히 저렴한 제품이라는 의미보다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부담 없이 사용하며 브랜드 신뢰를 쌓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가 AI 기능과 브랜드 경험을 접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수요까지 끌어올리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