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세미텍 새 수장 김재현, 당면 과제는

2025-11-06     윤서연 기자
▲김재현 한화세미텍 대표이사 내정자. ⓒ한화세미텍

삼성전자·원익IPS 출신 기술통…반도체 장비 경쟁 가속화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특허 소송 '숙제'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김재현 한화세미텍 신임 사장이 지난 3일부터 업무에 돌입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 사업 확대와 경쟁사 한미반도체와의 특허 공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내년도 경영전략 수립에 착수할 방침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달 28일 수시 인사를 통해 김재현 한화푸드테크 기술총괄을 한화세미텍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한화세미텍은 새 대표 체제 아래 내년도 경영전략을 조기에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계획을 실행해 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공학박사 출신이다. 삼성전자,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원익IPS 등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며 증착·공정·설비개발 등 반도체 장비 기술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앞서 한화그룹은 올해 초 기술 중심 경영 전환을 위해 김 대표를 한화세미텍 대표로 내정했으나, 전 직장인 원익IPS의 ‘경업금지 조항’ 문제로 계획이 무산됐다. 이후 김 대표는 한화푸드테크 기술총괄로 이동했고, 해당 조항이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한화세미텍 수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한화세미텍은 최근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존재감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신규 고객 확보 부진과 경쟁사와의 소송 등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올해 SK하이닉스로부터 약 805억원 규모의 TC 본더 장비 공급 계약을 따내며 한미반도체가 주도해 온 시장 점유율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받았지만, 이후 추가 공급이나 신규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연말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내년도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미반도체가 지난 4일 차세대 HBM 생산 전용 장비인 ‘와이드 TC 본더’를 내년 말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한화세미텍도 차세대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회사는 지난 5월 반도체 장비 개발 조직인 ‘첨단 패키징 장비 개발센터’를 신설하고 내년 1분기 고객사 평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이브리드 본딩 등 차세대 장비 개발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김 대표가 원익IPS 연구소장 시절 증착(ALD, PECVD) 기술을 주도했던 만큼, 이 경험이 한화세미텍의 기술 완성도 제고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TC 본더 시장은 한미반도체가 주도하고 있으나,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한화세미텍 장비를 채택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세미텍이 기술 신뢰성과 생산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한미반도체 중심의 시장 지형을 흔들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한미반도체와의 특허 소송도 김 대표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양사는 각각 TC 본더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말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한화세미텍도 지난달 맞소송에 나섰다. 이에 대해 한미반도체는 “적반하장 소송이자 후안무치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업계는 양사 모두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이번 소송 결과가 HBM 장비 시장의 기술 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김재현 대표이사 내정과 관련해 "반도체장비 사업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며 "한화세미텍이 차세대 기술개발로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데 있어 적임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화세미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