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0만달러 붕괴…AI주 급락·고래 매도에 시장 ‘패닉’
[SRT(에스알 타임스) 김남규 기자]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이 6월 이후 처음으로 10만달러(약 1억4,270만원) 밑으로 떨어지며 심리적 지지선을 내줬다. 이더리움 등 주요 알트코인도 동반 급락했다.
5일(현지시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한때 9만9,000달러(약 1억4,130만원)까지 밀리며 지난달 사상 최고가 12만6,210.5달러(약 1억8,030만원)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국내 거래소 시세도 1억4,700만원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이번 급락은 AI(인공지능) 기술주 조정과 맞물려 있다. 고평가 논란에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됐다. 비트코인과 나스닥 지수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위험자산 연동성’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고, 미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우려까지 겹치며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시장 내부 요인도 작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0만달러 붕괴의 배경에는 대형 투자자(고래)들의 대규모 현물 매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업체 10x리서치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한 달간 40만개의 비트코인, 총 450억달러(약 64조1,00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202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온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비트코인이 365일 이동평균선(10만2,063달러·약 1억4,590만원) 아래로 내려가며 약세 신호가 확인됐다”며 “단기간에 이 선을 회복하지 못하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이틀 새 20% 넘게 떨어졌다. 최근 디파이(DeFi) 플랫폼 ‘밸런서’에서 1억달러(약 1,427억원) 규모 해킹이 발생하면서 이더리움 네트워크 신뢰에도 타격을 입었다. 리플·솔라나·도지 등 주요 알트코인 역시 4~7%가량 하락했다. 한 달 새 주요 코인 시세가 20% 이상 빠지면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장기 침체)’ 우려도 재부상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컴패스포인트는 “장기 보유자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 보유자까지 이탈하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AI발 조정이 진정되고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연말 반등 가능성이 있다며, 비트코인 연말 목표가를 13만달러(약 1억8,550만원)로 제시했다.
한편, 비트코인은 아시아 시장에서 저가 매수세가 일부 유입되며 10만1,600달러(약 1억4,49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지지선이 무너진 만큼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