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TV 수익성 '빨간불'…프리미엄 전략 한계 드러나나
中 저가 공세에 나란히 부진…볼륨존·플랫폼 사업으로 활로 모색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사업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프리미엄 TV 출하량은 늘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양사가 주력해 온 ‘프리미엄 전략’의 효과가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는 TV 사업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볼륨존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에서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프리미엄 TV 판매가 견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수요 정체와 가격 경쟁 심화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
LG전자 역시 TV 사업을 담당하는 MS본부가 영업손실 3,026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에 더해 3분기 실시한 희망퇴직 비용(약 1,000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LG전자는 4분기에도 희망퇴직을 전사 조직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업계는 양사의 TV 부진이 단순한 경기 요인도 있지만, 구조적인 경쟁 구도 변화가 크다고 본다. 프리미엄 시장 수요는 유지되고 있으나, 중국 TCL·하이센스 등 업체가 미니 LED LCD TV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시장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글로벌 TV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제품군 출하량을 늘리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75인치 이상 프리미엄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79% 늘었고 매출은 59% 증가했다. 이중 중국 TCL과 하이센스는 전년 대비 세 자릿수의 출하량 증가율을 기록하며 매출도 각각 87%, 74% 늘었다.
이를 두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과 LG가 OLED TV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미니 LED LCD 모델을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시장 내 OLED 비중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 또한 컨퍼런스콜에서 “경쟁사의 저가 공세를 대응하기 위해 75인치 이상 QLED 라인업을 다양화해 엔트리 시장을 공략했지만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프리미엄 중심 전략을 유지하되, 중저가 시장 방어를 위해 볼륨존 경쟁력을 강화해 매출 성장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서비스·광고 기반 스트리밍 플랫폼 ‘TV 플러스’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프리미엄 리더십을 강화하면서 서비스 비즈니스의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TV 시장은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로 각 세그먼트 내 엔트리급 수요가 증가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OLED 판매 확대와 볼륨급에서 AI 기능을 적용한 라인업을 확대하고 '리얼 QLED' 마케팅으로 가격 경쟁이 아닌 소비자 가치 중심 경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리얼 QLED 마케팅 강화는 마케팅비를 새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활동을 효율화해 소비자 가치 중심으로 경쟁하겠다는 뜻”이라며 “광고 기반 서비스 사업 등 소프트웨어와 연계된 수익 구조도 강화해 나가며 내년에도 20년 연속 글로벌 TV 1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품 경쟁력과 서비스 확장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하드웨어 중심의 실적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TV 기반 플랫폼 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LG전자는 “TV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웹OS 플랫폼 생태계는 최근 3년간 7,000만 대 확대돼 누적 2억6,000만 대를 돌파했다”며 “플랫폼 사업 매출은 연평균 60% 이상 성장하고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에 LG전자는 자체 플랫폼 웹OS를 타사 TV에 탑재하는 ‘웹OS 허브’ 사업을 확대하고, ‘LG 채널’ 콘텐츠 강화로 광고·서비스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또 ‘이지 TV’ 등 고령층 맞춤형 제품군을 추가하며 중저가 시장과 틈새 수요를 동시에 공략해 나갈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TV와 플랫폼 중심의 전략, 그리고 스탠바이미·이지TV 같은 라이프스타일 TV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있다”며 “볼륨존 확대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으며, 다양한 고객군을 겨냥한 제품 기획은 지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