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이노텍, 성수기 진입에 주가 ‘고공행진’

2025-11-04     윤서연 기자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왼쪽)와 문혁수 LG이노텍 대표. ⓒ각 사

AI·전장 수요로 탄력…‘상승 랠리’ 지속 중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국내 대표 전자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AI·전장 중심의 고부가 제품 수요와 전통적 성수기 진입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이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8,890억원, 영업이익 2,6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16% 증가했으며, 전 분기 대비 매출은 4%, 영업이익은 22% 늘었다. LG이노텍은 같은 기간 매출 5조3,694억원, 영업이익 2,0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5.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6.2% 급증했다.

삼성전기는 AI·전장·서버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늘면서 산업·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서버용 고성능 패키징 기판(FCBGA) 등 주요 제품의 공급이 확대됐다. 특히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및 전기차용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장용 부품 매출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가동률이 90% 후반까지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4분기에도 전장 및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의 견조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AI가속기용 FCBGA와 ADAS용 MLCC 공급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LG이노텍은 고부가 카메라 모듈 및 무선주파수 패키지형(RF-SiP)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 매출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여기에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더해지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회사는 4분기 아이폰 신모델 출시 성수기에 진입함에 따라 카메라 모듈과 RF-SiP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FC-BGA(Flip Chip-BGA)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전장부품의 원가 혁신을 통해 수익성 제고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들어서 성수기에 진입함과 동시에 이 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 8월 15만700원에서 10월 31일 24만8,500원으로, 삼성전기는 같은 기간 14만2,600원에서 24만5,000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양사 모두 최근 석 달간 주가가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가며 시장의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부품업계의 3분기가 전통적으로 성수기로 꼽히는 만큼, 연말 재고 축적과 신제품 출시 수요가 맞물리며 긍정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인 MLCC 분야에서는 일본 경쟁사 무라타의 호실적이 추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무라타의 3분기 MLCC 매출은 전분기 대비 9.3% 증가했으며, 컴포넌트 사업부(MLCC 비중 80% 이상)의 영업이익은 21.5% 증가해 영업이익률이 26.0%에서 28.8%로 개선됐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함께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기가 삼성전자 밸류체인 내 핵심 협력사로서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I 서버와 패키징 기판을 중심으로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LG이노텍은 3분기 애플 아이폰 신모델의 초기 판매 호조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아이폰 출시 후 10일간의 판매량은 전작 대비 14% 늘었으며, 내년 출시 예정인 신모델에서 가변 조리개가 적용되는 등 카메라 모듈 사양이 상향될 예정이어서 중장기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양사에 대한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평균 적정주가는 22만2,818원에서 27만8,773원으로 25.1% 상향됐으며, LG이노텍은 22만5,750원에서 28만5,150원으로 26.3% 올랐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AI, 산업, 전장 등 비(非) IT 부문의 확대가 지속되며 비수기인 4분기에도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으로 달라진 체질을 보여줄 것”이라며 “AI 사이클 진입에 따른 안정적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LG이노텍은 북미 고객사의 판매 호조와 경쟁 완화로 경영환경이 개선되고 있고 내년 베트남 생산기지 확대로 원가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는 통상 완제품 업체의 연말 재고 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3분기 대비 실적이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회복 속도는 부품사 자체보다는 세트업체의 재고 상황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사가 앞서 재고를 충분히 확보했다면 추가 발주가 제한되겠지만, 반대로 재고 축적 수요가 있다면 빠른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