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리포트] ‘4조 클럽’ 입성 앞둔 함영주號 하나금융…‘비은행 강화’ 숙제

2025-11-03     문재호 기자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금융지주와 자회사 CEO들의 경영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거취는 명암이 갈릴 것이 분명하다. SR타임스는 금융권 주요 경영진의 리더십을 면밀히 점검하고, 연말 인사를 앞둔 전략과 향후 경영 방향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하나금융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3조4,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연 순이익 ‘4조 클럽’ 진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첫해에 4조원대의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한다면 그의 리더십도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이 순이익 감소세를 보이면서, 여전히 높은 은행 부문 의존도를 낮추는 과제가 남아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1조1,3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1%, 직전 분기보다 3.5% 각각 감소한 수치다.

하나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4,3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 증가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하나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증가는 비이자이익 확대가 주효했다.

◆낮아진 비은행 기여도…2027년 정상화 목표

하나금융의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2조2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2,210억원) 증가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성과로, 올해 들어 강화한 인수주선·자문, 운용리스, 자산관리 등 수수료 부문의 실적 개선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수익 구조를 다각화한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박종무 하나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개선된 이익과 관련해 “쉽지 않은 대내외 환경에도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해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핵심 저금리 예금 증대를 포함한 조달 포트폴리오 개선 노력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 6조7,803억원과 수수료이익 1조6,504억원을 합한 하나금융의 핵심이익은 8조4,3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3,058억원) 증가했다.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74%를 기록했다.

다만, 비은행 계열사 부진으로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가 더 뚜렷해진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3분기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전년 동기 대비 낮아진 13%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말 15.7%보다 2.7%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함 회장은 취임 후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비은행 계열사에 투입했다. 하나증권(5,000억원), 하나카드(3,300억원), 하나캐피탈(2,000억원), 하나생명(2,000억원), 하나손해보험(2,500억원) 등이다. 올해도 하나손보 유상증자(2,000억원)를 단행하고, 이를 통해 자본건전성 방어와 영업 체질 개선에 주력해 왔다.

이에 대해 박 CFO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계열사 경영 상황에 대해 “일시에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본원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2027년에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사별 연결 누적 당기순이익을 보면, 하나은행이 전년 대비 12.7% 증가하며 선전했지만 다른 주요 계열사들은 모두 순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하나캐피탈은 전년 대비 47.1% 급감했고,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하나증권(-6.7%)과 하나카드(-7.8%) 역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3대 전략인 업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위상 강화, 신(新)영토확장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관계사 간 손님·채널·상품 협업 등 종합금융그룹만이 제공할 수 있는 시너지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 손님 기반 확대와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내실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하나금융

◆기초 체질 개선 ‘호평’…연임 이후 존재감 한층 키워

하나금융의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개선됨에 따라, 올초 연임한 함영주 회장의 정당성도 힘을 받게 됐다.  

우선, 하나금융의 3분기 신규 고정이하 여신은 지난해 3분기 6,960억원 규모에서 올해 6,130억원 규모로 줄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직전 분기인 2025년 2분기 0.75%에서 0.73%로 줄었다. 하나금융그룹의 3분기 누적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5%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0.59%에서 0.57%로 감소했다. 환율 급등과 관세 불안 등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자본적정성 지표 역시 견조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수익 창출 기반 강화와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을 중심으로 한 자산 포트폴리오 개선 노력의 결과, 전년 동기보다 탄탄한 자본여력을 확보했다.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bp 오른 13.30%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목표 구간인 13.0~13.5%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자기자본비율(BIS)은 15.40%로 추정됐다.

핵심 수익성 지표 또한 목표치를 상회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60%로 목표 수준인 10%를 웃돌았고, 총자산이익률(ROA)은 0.72%를 기록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생산적 금융’ 확대는 하나금융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약 10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향후 5년간 연간 약 20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연간 위험가중자산(RWA)이 매년 12조원씩 늘어나고, CET1 비율이 매년 20bp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 회장은 올해 1월 연임을 확정했다. 호실적으로 하나금융의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그룹 수장으로서의 존재감을 한층 키웠다는 평가다.

회장 취임 이후 하나은행은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에 올랐고, 하나카드의 해외여행 특화상품 ‘트래블로그’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함 회장 임기는 2028년 3월까지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