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질주…내년도?
HBM4 경쟁 본격화…'14만전자' '70만닉스' 전망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함께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양사의 실적과 주가 모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30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10만5,800원, SK하이닉스는 57만9,000원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과 전날 각각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 위기론’ ‘반도체 침체’ 등의 우려가 이어졌지만, 이번 분기는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매출 86조1,000억원, 영업이익 12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와 서버 SSD 판매 확대로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하며 증권가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SK하이닉스도 매출 24조4,489억원, 영업이익 11조3,834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HBM과 고성능 서버용 제품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양사는 4분기와 내년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시각을 내놨다.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AI 패러다임 전환으로 메모리 수요 기반이 자율주행·로보틱스 등으로 확대되면서 이번 슈퍼사이클이 지난 2017년과 달리 장기화될 것이란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AI 및 범용 서버 수요 증가에 맞춰 HBM3E, 고용량 서버 DDR5 중심으로 제품 믹스를 운영하며 수익성을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AI 수요 확대에 대응해 HBM과 서버용 D램, 엔터프라이즈 제품 판매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내년 HBM 고객사 확보 상황도 공유했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의 엔비디아 납품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내년 생산량을 올해보다 대폭 확대했지만, 이미 해당 물량에 대한 고객 수요를 확보해 증산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사와 내년도 HBM 공급 협의를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HBM 제품 성능 요구가 높아지며 공급계약 체결에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현재는 주요 고객사와 협의를 마쳤고 가격도 수익성이 유지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양사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경쟁에서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 ‘반도체대전(SEDEX 2025)’ 현장에서 HBM4 실물을 공개하며 양산 준비를 마쳤음을 알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HBM4 개발 및 양산 체제 구축을 완료, 올해 4분기부터 출하한다. 또 1c 나노 공정 전환을 통해 서버·모바일·그래픽용 D램 전 라인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HBM4 개발을 완료하고 모든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GPU 성능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객사들이 더욱 높은 사양의 HBM4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고객 요구를 상회하는 성능 목표를 설정해 제품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내년 설비투자(CAPEX) 계획도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에 전년 대비 ‘상당 수준 증가’를 예고했다. D램 비중을 높이고, AI 대응을 위한 첨단 공정 증산 중심의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낸드는 수요 추이에 따라 선단 공정을 확대하고, 클린룸 확충 등 중장기 인프라 투자도 병행한다. 다만 파운드리는 기존 라인 전환 중심의 보수적 투자가 이어졌으며, 내년에는 테일러 신공장 가동 등으로 투자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수익성 중심의 설비투자 원칙을 유지하되, AI 메모리 시장 성장에 맞춰 필요 수준의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결정한 신규 팹 ‘M15X’는 최근 조기 오픈과 함께 장비 반입을 시작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HBM 생산 증가에 기여할 전망이다.
증권가도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14만 원, IB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해 70만 원의 목표주가를 각각 제시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향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중심의 메모리 시장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차별화된 실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파운드리 추가 고객 확보, 엔비디아향 점유율 확대 기대감 등으로 주가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최근 급격한 반등에도 불구, 삼성전자는 국내외 반도체 기업 대비 저평가되고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